쓰러질지언정 무너지지 않는다.
어린 시절 서귀포에서 제주시로 이사를 온 오세영씨는 옷가게운영하며 요식업에서 근무를 겸하고 있다. 학창 시절 핸드볼선수로 활동한 것을 시작으로 바쁜 일상 속에서도 꾸준히 생활체육을 이어가는 만능인이다. 삶의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중심을 잃지 않는 그의 강인함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인터뷰를 진행했다.
- 안녕하세요.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리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제주에 살고 있는 오세영이라고 합니다.
-요즘은 어떻게 지내세요?
잘 지내려고 노력 중이에요. 요리를 배우고 싶어서 요식업에서 일을 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요새는 ‘마치, 하카타‘라는 곳에서 주방직원으로 일을 하고 있구요. 바로 전에는 맥파이라는 곳에서 주방일을 배웠습니다. 그곳에서 운 좋게 매니저님(인터뷰어)을 만나 아직까지 배움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 요새도 운동 자주 나가시나요?
생활체육은 세 가지를 하고 있는데 핸드볼, 축구, 배드민턴을 하고 있습니다. 핸드볼은 제주에서 열리는 도민체전이라는 큰 대회가 있는데요. 대회가 열리기 한 두 달 전 훈련을 시작하게 되어서 꾸준히 나가지는 않고요. 축구는 개인적으로 정말 좋아하는 운동이라 지인들과 팀으로 활동했는데 요새는 시간이 잘 안 맞아서 간간히 다른 팀에 용병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배드민턴은 정말 우연한 계기로 시작했는데요. 동네에서 쉬엄쉬엄하는 배드민턴을 상상하고 동호회에 들어가서 배우니 정말 힘든 스포츠라는 걸 알게 되었어요. 작년에 김만덕배 배드민턴대회가 열려 참여하게 되었는데 규모가 정말 엄청나더라고요. 아마 제주에서 동호회원수가 제일 많은 스포츠일 거예요. 20대부터 50대까지 나이대별로 잘하는 분도 엄청 많아서 요새 재미를 많이 느끼고 있습니다.
- 직접 운영하시는 옷가게는 잘 지내고 있나요?
옷가게 이야기를 하자면 조금 슬픈데요… 아무래도 요즘 의류시장이 오프라인보다 온라인으로 활성화되어있다 보니 손님들의 방문이 소극적으로 바뀌고 있는 것 같아요. 그래도 몇 년째 자리는 잘 지키고 있구요. 그러다 보니 꾸준한 단골분들도 있고 우연히 방문해 좋아해 주시는 분들도 있어서 많은 힘이 되고 있습니다.
- 서귀포살이 vs 제주살이
어려운 질문이네요.. 서귀포는 사실 어렸을 적에만 살았고 그 후에는 제주에서 쭉 지내고 있어요. 물론 두 곳 다 제가 느끼기에는 살기 너무나 좋은 곳이에요. 성인이 되고 오랜만에 서귀포에 가봤을 때 발전도 많이 되고 재미난 콘텐츠가 많아졌다는 걸 느꼈습니다. 한 달이던 1년이던 제주살이를 하게 되시면 개인적으로 서귀포에서도 시간을 보내시는 걸 추천드려요. 자연을 가까이에 두기엔 서귀포가 더 멋지거든요. 제주시에 계시는 분들은 조금 더 바쁘게 지내시는 것 같아요. 직업도 그렇고 제주 메인상권인 시청, 인제, 도남을 둘러보면 정말 수시로 바뀌기도 하구요. 그러다 보니 더 열심히 살려고 할 수밖에 없게 되는 것 같아요.
이야기를 하다 보니 아무래도 유년기 시절에 수영하며 웃고 놀고 떠들던 서귀포 시절이 조금 더 그립기는 하네요.
- 수영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수영에도 조예가 깊으시죠? 비양도에서 협재까지 수영을 해서 오셨다고…
제가 한라대학교 응급구조과를 졸업했는데요. 1학년 때 인명구조자격증을 취득하는 시험이 있었습니다. 물론 말도 안 되게 힘들었고요… 그래도 정말 다행히도 학교와 각 해수욕장의 해양경찰분들이 학비마련을 도와주시고 그렇게 연계되어 졸업 후에는 배정받은 해수욕장에서 근무를 하게 됩니다. 정말 운이 좋게도 배울 점이 많은 수영강사출신 분들과 같이 근무를 하면서 수영을 많이 배웠습니다. 한 두 달 근무를 하다 보니 직업특성상 위험하기도 하고 해서 서로 의지를 하며 금방 친해졌습니다.
그때 협재에서 근무를 했었는데 해수욕장에서 보면 비양도라는 섬이 보이거든요. 마지막날에는 레저스포츠를 하고 계신 분들께 안전설명을 해드렸더니 같이 놀자고 하면서 바나나보트를 태워주시더라고요. 그때까지는 너무 좋았죠… 여러 번 타고 내리기를 반복하다가 운전수 분이 말했어요. “조금 더 멀리 갈게!” / “네 좋아요!!” 그때 비양도 앞까지 갔었는데 가까이서 보니까 정말 큰 섬이더라고요. 그걸 느낌과 동시에 저희는 바다로 빠졌고 보트는 떠나버렸습니다. 물은 차갑고 바다는 까맣고.. 저희는 바다에 둥둥 떠있고… 심해공포증이 생길 뻔했어요.
사실 그때 협재가 아니라 비양도로 갔어야 했는데 공포가 너무 커서 빨리 있던 곳으로 돌아가고 싶더라구요.
오는데 얼마나 걸리던가요?…
당연히 절대 한 번에 올 수는 없고 거의 몇 시간이 걸렸던 것 같아요. 수영을 하다가 배영으로 떠서 쉬다가, 앞으로 가다가 파도에 밀리고 다시 가고… 도착해서 느낀 건데 아.. 그게 마지막 훈련이었던 것 같더라구요. 속으로 욕도 많이 하고 제일 힘들었지만 또 제일 좋은 추억이 되었네요.
- 술을 아주 잘 드신다고 하던데 주량이 어떻게 되십니까?
그런가요… 잘은 모르겠으나 술을 좋아하긴 합니다(웃음). 사실 컨디션에 따라 왔다 갔다 하는 것 같아요. 아참 얼마 전에 나무위키에 저의 성씨 ‘해주 오 씨’ 가문을 검색해 보다가 재밌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왕조실록 여담 중에 정조시절 때 해주 오 씨가 술을 잘 마시는 가문으로 인정받았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그런가…
- 스스로를 강하게 만드는 요소나 사건이 있었다면? 크고 작은 역경을 이겨냈던 방법이 있으실까요?
제게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나를 힘들게 했던 것도 사람이었지만 결국 다시 힘을 낼 수 있게 하는 것도 사람이었습니다. ‘같이의 가치‘ 제겐 정말 소중한 가치입니다. 얼마 전까지 사실 우울증과 불면증 등 여러 가지 정신적으로 건강하지 못했는데 그러다가 돌발성난청이라는 생소한 병까지 걸렸었습니다. 원인은 불명이고 아직도 세계적으로 치유법이 없는 난치병이라고 하더라고요. 완치되거나 이명을 갖고 사는 것, 청력손실. 확률적으로 모두 가능성이 있다고 했습니다. 포기하고 싶고 왜 나한테만 이런 일이 생기는가 싶었지만 생활은 이어나가야 했기에 새로운 자극점을 찾았습니다. 그렇게 요식업을 접하게 되었고 정말 단 한 번도 해보지 못했던 일이라 배우려는 노력을 하게 되며 점차 의지를 갖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맥파이를 들어오게 되었고 저희 팀을 만나 결국 모두 완치되었죠 ㅎㅎ
- 삶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앞서 말씀드린 대로 ‘같이의 가치’입니다. 제가 부족한 부분들에 대해 도움을 받기도, 제가 갖고 있는 부분은 도움을 주기도 하고요. 그게 삶이죠.
- 시간여행이 가능해진다면 무엇을 해보고 싶으신가요?
맨날 상상하는 건데요 ㅎㅎ 사실 미래보단 과거로 가보고 싶어요. 삶에서 선택했던 것 들 중에 아쉬웠던 부분만 바꿔보고 싶긴 해요. 물론 결과가 좋을지 나쁠지는 모르지만 이것도 오롯이 저의 선택일 뿐이니까요.
- 다음 주에 죽는다면 무엇을 하고 싶으세요?
음… 마지막이다 생각하고 못해봤던 일을 하는 것보다… 역시 저는 좋아하는 사람들과 밥 한 끼 술 한잔 하면서 마무리하고 싶어요.
- 최근에 가장 즐거웠던 순간은?
너무 많았죠. 감사하게도… 지금 당장 기억나는 건 인터뷰어님과 민석이가 했던 마구마구 팝업 때였던 것 같아요.
- 평생 옷 한 벌로 살기 vs 한 가지 음식만 먹기
옷 한 벌로 살기가 조금 더 나은 것 같아요. 곰곰이 생각해 보다가 옷 한 벌이 찢어지면 끝인가 생각하다가… 아! 같은 옷이 여러 벌이 있으면 되겠구나 해서 골랐고요. 사실 한 가지 음식을 평생 먹는 건 힘들 것 같아요.
- 끝으로 가장 좋아하는 식당과 그 이유!
대춘해장국이요!! 해장국과 내장탕을 좋아하고 맛있는 것도 있지만 그 집은 후식커피가 제일이에요…
세영씨를 보면 ‘인간‘이 보인다. 필연적으로 마주칠 수밖에 없는 고난과 꺾이지 않는 의지. 그가 연이어 언급한 사람 간의 연결은 우리에게 사실 그 무엇보다도 원초적이며 중대한 요소이다. 예전에 그와 삶의 슬픔과 고통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긴 대화 끝에 그는 “저는 제 삶의 슬픔을 안고 살아가고 싶어요” 라 대답했다. 자신만의 가치를 삶을 통해 깨달으며 지켜나가는 그의 모습에서 니체의 아모르파티가 떠오른다.
피할 수 없는 순간에 충실하며 자신만의 삶을 창조하고 긍정하는 것. 나의 모든 실패, 되돌릴 수 없는 상처마저도 끌어안은 채 살아가는 것. 그리고 그것을 사랑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