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AK
변애경씨는 미술과 패션을 전공하며 학창 시절을 보내다가 20대 중반, 특별한 계기로 영어를 접하고는 마음의 소리를 따라 해외로 향했다. 전공을 내려놓고 통번역과로 편입, 현재는 아리랑라디오의 호스트 DJ를 맡고 있다. 그녀의 다사다난한 고민의 흔적과 라디오 진행자로서의 이야기를 듣고자 인터뷰를 진행했다.
- 안녕하세요.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리겠습니다.
저는 제주사람 변애경입니다.
- 요즘 어떤 일 하고 지내세요?
직업을 말하는 거죠? 지금.. 좀 집중하고 있는 일은 아리랑 라디오에서 Wonders of Jeju라는 프로그램의 진행자로 일하고 있구요. 그다음으로 시간을 쓰는 건 기타! 얼마전부터 기타 수업을 듣고 있고, 커뮤니티에 들어가서 밴드도 만들어보고.. 좀 열심히 해보려고 합니다.
번역일도 계속하세요?
번역은 일이 들어오는 시즌이 있어요. 보통 10월부터 좀 들어오고 아니면 지인들 부탁정도로 일 하고 있습니다.
보통 어떤 작업물을 다루시나요?
음… 너무 다양해요. 주제가 딱 정해져 있지는 않고.. 저는 원래 미술전공이니까 그쪽 관련된 작업을 많이 하려고 하는데 꼭 미술만 들어오는 건 아니구요. 세계자연유산 관련된 행사도 있고. 그런 컨퍼런스나 포럼이 10월부터 많이 잡히고 상반기 때는 일이 거의 없어요. 행사에서 통역은… 아주 가끔 하고 있습니다.
- 유학을 다녀오시지도 않았는데 영어를 어떻게 그렇게 잘하시나요? 특별한 비법이 있으실까요?
영어를 위해 유학을 가진 않았지만… 대학교 때 교환학생으로 2년이란 시간을 독일에서 보냈어요. 환경이 영어만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이어서 그때 좀 집중적으로 공부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20대 초반에 캐나다에도 좀 있었고, 호주 여행도 두 달 다녀오고 기회가 많이 있었죠. 그땐 영어에 대한 갈망이 커서 그런 환경에 스스로를 넣으려고 했던 것 같아요. 짧던 길던
스스로를 환경에 던지는 그런 태도가 비법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영어에 대한 갈망이 시작된 게.. 제가 고등학교까지 미술을 전공했는데 20살 때 대학을 못 갔어요. 근데 제 주변에 제일 친한.. 학원 같이 다니던 같은 전공 친구들은 저 빼고 다 대학에 들어갔거든요. 그래도 미술학원에서 나름 ’그림을 잘 그리는 애‘ 였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데도 가질 못하니까. 재수를 하러 서울에 갔는데도 진짜 교과 공부는 너무 하기가 싫은 거예요. 그렇게 ’아 재수는 못하겠다‘ 생각이 들어서 돈을 벌려고 일을 시작했어요. 그러다가 부산에 잠깐 6개월 정도 산적이 있는데… 부산 서면에 가보면 유학원이 진짜 많거든요. 현수막에 뭐 “단기! 어학연수! 캐나다! 6개월!” 걸려있고, 거기에 혹해서 어학연수를 갔어요. 저빼고 남들은 다 대학에 갔잖아요. 그들보다 잘하는 게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다른 나라에 대한 호기심도 많고 해서. 그렇게 우연히 영어를 접하게 됐어요.
그 현수막이 눈에 들어왔다는 것 자체도 사실은
끌어당김이 있었던 거지. 어학연수 가서 보니까 저는 남들보다 실력이 금방 늘더라구요. 거기서 살면서 전혀 느껴보지 못한 성취를 느꼈어요. 항상 공부도 못하고 미술로 학교도 못 가고.. 근데 영어는 친구를 사귀고 놀기만 했는데 금방 늘어. 성격적인 것도 있는 게 저는 그냥 막 뱉고 보니까. 그때부터 “잘하고 싶다. 더 잘하고 싶다” 하는 갈망이 생겼고 그게 계속 공부를 하게 하는 원동력인 것 같아요. 그 갈망과 성취감!
- 특별한 공부법이 있으셨을까요?
저는 스무 살 부터 영어공부를 늦게 시작해서 그런지 공부법은 계속 바뀌었어요. 나한테 맞는 방법이 자립되기까지는 시간이 굉장히 오래 걸리더라구요. 그렇게 해서 지금은 그냥 저는 재밌는 거 찾아보고… 영어 인터뷰 재밌어요. 공부도 잘 되고. 제가 하는 일이랑 연결도 되어있고, 에릭남이 인터뷰를 진짜 잘하더라구요. 그냥 일상에서 재밌는 컨텐츠로 계속 노출을 시켜주는 게 제 공부법인 것 같아요.
- 라디오 진행은 하신 지 얼마나 되셨죠?
지금 1년 5개월 정도 되었습니다.
- 평소 철저하게 준비를 하는 스타일이신가요, 아니면 즉흥적인 진행을 선호하나요?
통번역대학원에 들어가면서 오히려 영어에 대한 자신감이 뚝 떨어지고 압박감이 있어서 처음 3~4개월은 제 일상생활이 없을 정도로 준비를 철저하게 했어요. 그냥 여기에 올인. 그렇게 6개월쯤 지났을 때부터는 즉흥으로 진행하는 부분이 많아지더라구요. 데이터가 쌓여서 이제는 맨날 하는 멘트는 거의 뭐.. 랩처럼 나와요.
맞아. 그때 지나가다가 우연히 보면 항상 종이 이~만큼 쌓아놓고 열심히 준비하고 계셨었어요.
그랬었나요?(웃음)
- 첫 방송과 오늘을 비교했을 때 이런 점이 달라졌다.
여유~ 이건 확실히 말할 수 있어요. 첫 방송이랑 지금만 비교하면 이건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예전에는 진행하면서 말을 하다가 멈추면 강박이 심하게 오고 거기서 딱 걸려버렸어요. 헤드셋을 끼고 있을 때 정적이 생기면 그 안에 공기소리가 들리거든요.. 마이크가 엄청 섬세해서 그 공기소리가 나를 압박했어요. ’빨리 말해!!, 지금 뭐하는 거야‘… 그래서 점점 래퍼가 되는 건가? 근데 지금은 말이 끊기고 공기소리가 들려도 크게 긴장이 되지 않아요.
말하는 것도 따로 훈련하세요?
따로 스피치 수업을 듣는 건 아닌데 이런 방법을 써요. 말을 하다 보면 생각이 안 날 수가 있잖아요? 그때 말 습관 같은 게 튀어나오거든요. 뭐 You know, Like 이런 것들이요. 그거를 고칠 때 종이에 크게 써놔요. 예를 들어 [그리고, 그래서]라는 말 습관이 있으면 종이에 크게 써놓고 X자를 써 어디 붙혀놓으면 말이 나오려다가도 그걸 보고 멈춰져요. 계속 반복하면 훈련이 돼서 고쳐지더라고요.
- 모국어가 아닌 영어로 진행하는 방송에서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일까요?
처음에는 진행보다 언어 자체에 대한 고민이 많았어요. ”진행을 어떻게 해야지“라는 고민은 사실 아예 하지도 못했고 중요한지도 몰랐어요. 근데 이제 언어는 어느 정도 잡혀서 진행에 대한 고민이 들기 시작했어요. 방송을 어떤 식으로 이끌어가면 좋을까.. 흐름을 어떻게 이어갈 수 있을까. 이런 고민들이죠.
다음 단계의 고민이군요.
또 인터뷰이가 오면 진행자가 너무 밝아도 안 돼요. 얘가 어디로 튈지 모르니까 제가 잡아줘야 한단 말이죠? 근데 처음에는 그 사람에 성향에 따라 이리저리 휘둘리는 경우가 굉장히 많았어요. 중심을 잡는데까지 시간이 좀 걸린 것 같습니다.
그렇게 보면 유재석님은 정말 대단한 분이네요…
다음 화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