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AK
지난 화에 이어…
- 독일은 어떤 경위로 가시게 되셨나요?
간단하게 설명드리자면.. 캐나다에서 6개월 어학연수를 갔다가 한국에 돌아온 게 2012년, 22살 때였어요. 그리고 잠깐 패션스쿨에 다니다가 호주여행을 두 달 다녀오고 25살에 다시 수능을 준비했어요.
와.. 쉽지 않았겠는데요?
진짜 열심히 준비했어요.. 수능을 보고 저는 서울대 아니면 제대(제주 대학교) 가겠다 마음을 먹었어요. 모 아니면 도다 라는 마음으로 서울대에 지원했지만 떨어지고 제대에 미술전공으로 들어갔죠. 2년을 학교 생활을 하다가 교환학생으로 가게 되었어요.
2년이나 계셨군요.
네. 교환학생으로 1년.. 후에 독일 학교가 너무 좋아서 제대로 다녀보고자 독일어 자격증과 포트폴리오를 1년 동안 준비하다가 코로나가 터졌죠. 상황이 좀 진정되면 다시 돌아가려고 했었는데.. 너무 길어지니까 돌아가진 못했죠. 그때 영어학원 강사를 했었는데 “아 이럴 거면 전과를 해야겠다” 생각이 들어서 바로 방통대 영어영문학과로 편입을 했어요. 졸업하고 다시 제주 대학교로 돌아가서 통번역대학원으로 졸업하고.. 좀 경로가 다양했죠.
- 옆에서 보면 바쁜 와중에도 잘 즐기시던데 일과 놀이의 밸런스를 유지하는 비결이 있나요?
일단 일이 너무 즐겁고! 여유가 생겼으니까~ 제 인생에서 이 일이 찾아온 건 정말.. 고마울 수밖에 없어요. 물론 힘들어서 그만두고 싶은 때가 굉장히 많았지만(웃음). 무슨 일을 해도 돈이 없으면 안 되잖아요 인생에서.. 우선 그걸 해결해 주고, 심지어 나의 성장이 있는 일인 데다가 영어를 하고 싶다는 욕망이 평생 있었는데 그걸 충족을 해주니까. 즐겁지 않을 수가 없죠.
더불어서 잘 즐기는 방법은, 주말에 그냥 아무것도 안 해요. 그니까 저한테 압박을 주지 않는 거죠. 평일에는 ‘아 이거 해야 되는데..’ 하면서 스스로한테 귀찮은 일을 푸시 하거든요. 그러다가 주말엔 온전히 나의 즉흥적인 P의 성향을 자유롭게 드러내요. 올레길을 걷는다거나.. 친구들 만나서 술을 한잔 한다거나. 낮에 어디 서점 가서 책을 읽는다던가. 마음 가는 대로 행동해요. 해서 주말에는 계획을 안 잡고. 혹시 사람을 만나야 하면 평일에 일정을 잡는 편입니다.
완전 5일 동안 응축시켰다가 주말에 털어내 버리는군요.
맞아요. 평일엔 딱 하는 게 있어요. 논문을 준비하고… 기타를 최소 30분은 연습하고.. 책도 최소 30분을 읽고. 성장욕구가 있어요.
- 본인만의 스트레스 해소법은?
그냥 친구들이랑 먹고 마시고 노는 거지 뭐 ㅋㅋ 왜냐면 그게 단기적이든 장기적이든 제가 막 하하호호하고 웃을 수 있는 순간이 친구들이랑 있을 때 말고는 없는 것 같아요. 깔깔깔깔 웃는 거 있잖아요. 또 친구들이 춤추는 것도 좋아하니까 음악 틀어놓고 춤추고 놀고. 사람한테서 에너지를 많이 받아요.
- 방송인으로서 도전하고 싶은 새로운 분야나 목표가 있나요?
이 질문에 대해서는 사실 딱히 드릴 대답이 없어요. 우선 방송인으로 살아보겠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한 적이 없었고, 노래? 연기? 뭐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어요. 요새 기타를 열심히 치고는 있는데 이것도 그냥 악기를 하나쯤 다뤄보고 싶은 마음으로 시작한 거였어요. 또 저는 K-pop을 방송에서 틀어주면서 음악에 대해 아무런 지식이 없는 게 좀 모순인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음악에 좀 발을 담가봐야겠다.. 하는 마음으로.
그래서 아직 ‘방송인‘으로 뭘 발전시켜 보자? 하는 건 없는 것 같아요. 아직은 아리랑 진행하는 것에만 몰입하고 집중하고 있습니다.
그럼 [더 나은 방송인]이 되는 것이 목표겠네요. 기타를 치는 것도 이것에 일환이니까요.
그렇죠. 다른 일에 생각하지 말고 ’지금 하는 방송에 집중하자‘입니다. 언젠간 제 방송에서 청취자들에게 기타 연주를 들려주고 싶은 소망은 있어요.
- 청취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한마디 해주세요!
오우.. 말해 뭐 해… 너무 고맙죠. 그분들 없으면 제가 어떻게 방송 진행을 했겠어요.. 방송 때 라이브를 켜놓고 보면 매일매일 들어오시는 분들이 있거든요. 한국사람뿐 아니라 한국에 관심 있는 전 세계의 외국분들도 계시고.. 저도 실수를 많이 하고 어색한 부분도 많은데 그분들은 그냥 제가 좋은가 봐요. 서포팅하는 메시지들과 장문의 글들..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겠어요. 내가 뭐라고.. 그냥 어디서 제주 촌뜨기가 나와서 떠드는데.. 누군지도 모르는데 그렇게 좋아해 주고 하니까. 이렇게 무조건적인 사랑을 받아본 적이 없어요. 정말 돈주고도 못 사는 경험을 하고 있어요.
- 끝으로 제주에서 가장 좋아하는 식당은?
저는 부모님이랑 살아서 외식을 잘 안 하는 데도 꼭 찾아가는 식당이 하나 있어요. 디트루 키친(런치카페)이라고.. 가끔 독일에서 먹던 스프같은게 생각나면 가는 곳인데, 거기 토마토스프에 사우어도우가 나오거든요. 딱 그거 한 그릇 먹고 나와요. 그냥 그 토마토스프 먹으러 가는 시간이 너무 좋아요.
자신의 성장과 발전에 대해 진지하고 섬세한 고민을 하던 그녀는 여러 번의 경로 변경을 거친 뒤 찾아온 오늘의 삶에 충실하고 있었다. 어린 날, 자신의 진로와 씨름하며 좌절도 맛봤지만 흐름에 몸을 맡기며 동시에 부단한 노력 끝에 원하던 열매를 손에 쥐게 되었다. 천재란 재능을 스스로 인지하기도 전에 자연스럽게 발휘하고 있는 사람이라 정의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그녀는 가히 ‘노력’의 천재라 부를 만하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사실 우리 모두는 어떤 분야에서 천부적인 재능을 갖고 있다. 사람과 자연스럽게 소통하는 능력, 묵묵히 직장 생활을 이어가는 인내심, 혹은 골목길에서 남들이 스쳐 지나가는 귀여운 민들레를 발견하는 감각. 단지 스스로 재능이라 인식하지 못할 뿐 시간이 지나며 흐름에 몸을 맡기다 보면 어느새 ‘나의 것’이 구축되기 마련이다. 그것은 취향으로 다져지고 ‘나’를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가 되어 삶을 풍족하게 만든다. 그녀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삶을 대하는 발전적인 태도와 여유를 동시에 느꼈다. 삶의 흐름 속에서 자신만의 것을 발견하는 순간은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어차피 그렇게 될 터이니, 너무 걱정하지 말고 지금에 충실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