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프로 N잡러] 홍예은 - 1화

다양성의 의인화

by Justrip


학창 시절을 인도에서 보낸 뒤 호주를 거쳐 제주로 이주하게 된 홍예은씨는 다양한 일을 하며 일상을 보내고 있다. 유년기시절 환경의 변화와 경험이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와 그녀의 라이프스타일, 더 나아가 꿈과 비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왔다.

- 안녕하세요.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리겠습니다.


저는 제주에 ‘머무르고’ 있는 홍예은입니다.


제주에 오신 지는 얼마나 되셨나요?


인도에서 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제주에 와서 1년을 살고 호주로 떠나 2년을 지내다가 2022년 6월에 다시 제주로 돌아왔으니 총 4년이 되었네요.


- 요새는 어떤 일을 하고 계신가요?


요새는 인디카하우스라는 카페에서 일을 하고 있구요. 하루, 화요일 아침에는 리프리지(샐러드, 샌드위치)에서 일을 잠깐 도와주고 있습니다. 아! 집에 남는 공간을 활용해 에어비앤비 숙소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영어 스터디도 했었는데 요새는 일을 좀 줄이고 새로운 걸 배우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요. 도자기는 꾸준히 배우고 있고 최근엔 출판이랑 마케팅을 배우고 있습니다.

- 이렇게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도 본인의 여가, 시간과 체력을 관리하는 비법이 있으시다면?


우선 잠을 잘 자요. 잘 때 푹 자는 편이고 밥 먹을 때 잘 먹고, 이 두 가지만 잘해도 에너지는 충분히 채워지는 것 같아요. 또 일상에서 꼭 필요한 건 혼자만의 시간! 꼭 지키려고 해요. 생각해 보면 전 되게 심플한 사람인 것 같아요.(웃음)


역시 원초적인 욕구를 건강히 충족해야지 꾸준히 하는 것 같습니다.

맞습니다.


- 인도에서는 얼마나 계셨죠?


중학교 2학년 때 가서 고등학교 졸업하고 왔으니까 5년 반 있었네요. 성장기시절을 거의 인도에서 보냈습니다.


인도에서 보낸 유년시절이 지금의 당신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하시나요?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건 역시 정체성인 것 같아요. 늘 누가 ‘너 정체성에 혼란이 있었어?’라고 물어본다면 ‘아니’라고 당당하게 이야기하는 타입이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혼란이 조금은 있었던 것 같아요… 한국인이지만, 정체성을 확립하는데 가장 중요한 시기인 중-고등학교를 문화와 색이 뚜렷한 나라에서 보냈잖아요. 그래서 지금도 다양성에 대한 갈망이 큰 것 같아요. 너무 뚜렷한 걸 보고 살다 보니까. 또 너무 어릴 때가 아니라 한국에서의 삶을 어느정도 경험하고 난 뒤 간거라 문화적으로 더 흥미롭게 다가왔던 것 같아요.

- 말씀해주신 다양성에 대한 갈망은 어떤 방식으로 해소를 하세요?


처음 한국에 돌아왔을 땐 계속 비교했었어요. ”인도는 이런데 한국인 이렇네 “… 근데 제가 정말로 필요했던 건 “인도는 이런데 한국은 이렇구나~”하는 받아들이는 마음이었던 것 같아요. 이게 더 좋네, 비교를 하니까 저만 힘든 거예요.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조금 나이를 먹으며 배운 점은 “지금 내가 있는 여기에서만 찾을 수 있는 것에 집중해 보자” 예요. 인도에 있는 건 인도에서만 찾을 수 있잖아요. 그런 것들을 찾다가 한국에서 찾을 수 있는 걸 놓치면 너무 아깝잖아요!


그러다가도 계속 ‘아 어느나라가서 살지’라는 고민을 하게 됐거든요. 근데 결국에 저는 한국인이잖아요. 그럼 한국에서 할 수 있는 게 제일 많겠다! 생각이 들더라구요. 뭘 배워도 제일 쉽게 배울 수 있고. 내가 이걸 ‘사용’하자 라는 마음으로 바뀌었습니다.


이 부분은 저도 정말 공감이 되는 이야기인데요. 저도 최근에 다시 터를 옮길 기회가 생겨 고민이 들다가 문득 ’이러다간 끝도 없다‘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여기가 싫어서 저리로 가고 저기가 싫어 이리로 오고… 여기서 할 수 있는 것도 많은 데 먼 길만 보게 되고, 그러다가 한국인으로서 가장 다양한 일을 할 수 있는 곳은 역시 한국이구나! 라는 생각이들어 정착을 결정하게 됐어요. 아무튼 해소하는 비법은 ‘받아들임’이었다!


맞아요. 근데 아무래도 학창 시절을 외국에서 보내다 보니까 이걸 받아들일 때까지 시간이 좀 걸린 것 같아요.

- 제주에서 시간 동안 가장 인상 깊었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여름. 모든 여름이지 않을까. 매해 여름을 정말 후회 없이 보냈어요! 생기가 막 돋아요! 겨울에 대한 기억은 사실 뚜렷하게 있진 않아요. 춥기도 하고.. 제가 좋아하는 액티비티가 딱히 없구요.


예를 들면…

바다 가기! 바다는 정말 매일가도 좋아요. 꼭 물에 들어가지 않아도 그냥 즐겁고, 태닝 하고. 작년 여름에는 친구들과 새로운 계곡을 발견해서 갔잖아요. 아직 내가 경험하지 못한 멋진 곳이 많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결국 제주에서의 삶을 아름답게 하려면 겨울의 시간을 잘 보내야 하는 것 같아요. 겨울에 할만한 즐거운 일들이 뭐가 있을까요?

너무 어려워요. 겨울은 제게 그냥 견디는 계절이거든요. 겨울에는 그냥 온전히 삶에 집중하기? 저에게 주어진 것들이 있잖아요. 일을 열심히 한다던가… 음 역시 어려워요. 움츠러들고 뻐근하고 계속 그래서. 딱히 방법을 찾은 것 같아 보이진 않아요.


아 어쩌면 이것도 그냥 받아들여야 하는 걸까요.

그쵸. 그래야지 여름이 오고 여름이 더 즐거워지니까!

- 동화를 쓰고 계신다고 했었는데 작업은 꾸준히 하고 계시나요?


요새는 잠깐 멈춰있습니다. 결말까지 다 쓴 글은 몇 개 있는데 제가 욕심이 좀 있었어요. 글과 그림을 다 직접 하고 싶은 그런… 해서 그림을 그리려고 했는데 잘 안 그려지더라구요. 살면서 미술을 많이 접해오긴 했지만 전문적으로 배우지 않아서 그런지 캐릭터를 잡는 게 잘 안되더라구요. 그래서 욕심을 버리고 그림을 그려줄 사람을 찾자!라고 계획을 변경하고 있어요.


- 글을 쓴 지는 얼마나 되셨나요?


사실 이 질문이 굉장히 흥미로웠어요. 스스로한테 한 번도 던져보지 않은 질문이었거든요. 그냥 어느 순간부터 ‘나는 글이 좋은 것 같아’라는 마음으로 써오고 있는데 질문을 받고 나니 문득 ’어? 내가 글을 좋아했나?‘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어요. 책은 별로 안 좋아했거든요.(웃음) 글을 읽는 것보다 쓰는 것이 좋아 어렸을 때부터 손 편지를 많이 썼어요.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또 항상 제 생각들을 글로 남기는 기록을 좋아했던 것 같아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글쓰기를 시작했습니다.


오랜 친구 같은 느낌이네요.


다음 화에 계속…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