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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 N잡러] 홍예은 - 2화

다양성의 의인화

by Justrip


지난 화에 이어…


- 특별히 동화를 매체로 선택하시게 된 계기가 있나요?


그동안은 ”내 삶을 담은 책을 써야지 “라는 막연한 목표가 있었어요. 스스로에게 제 삶은 깨나 흥미로웠거든요. 그러다가 프랑스에 다녀온 적이 있는데 우연히 책방을 많이 갔었어요. 약간 편집샵처럼 잡지, 사진책, 동화.. 엄청 다양한 분야의 책이 있는 서점이었는데 그 틈에서 동화책이 자연스럽게 있는 모습을 봤어요. 그때 ‘아 동화책이 정말 누구나 읽을 수 있는 책이구나! 아이부터 어른까지 모두가 너무 쉽게 받아들일 수 있겠다!’ 또 시각에 따라서 다르게 이해할 수 있고, 너무 좋은 매력이라고 생각이 들었어요.


- 이야기했던 주제 중에 Yes or No에 대한 것이 있었는데, 그 주제는 어떻게 떠오르게 되었나요?


Yes or No가 아니고 Yes AND No!! 이것도 제 삶에 깨달은 건데.. 저는 항상 Yes걸 이었어요. 누가 물어봤을 때 제 마음을 들여다보지 않고 그냥 Yes! 근데 이게 너무 힘든 거예요 어느 순간, 왜냐면 이 Yes는 나를 짓누르는 거거든요. 그걸 너무 당연하게 살아왔던 거죠. 그러다가 호주에 있었을 때 어떤 언니를 만났는데 너무 편안하게 No를 외칠 수 있는 사람인 거예요. ”언니 우리 집에 갈래? / 아니 미안, 이러이러해서 안돼 “ 이렇게 하는데 저도 용납이 가능하고, 또 용납이 안되면 어떡할 거예요. 그 사람이 싫다는데(웃음) 그때 깨달았어요. ‘아! No가 나쁜 대답이 아니구나, 나를 지킬 수 있는 대답이구나’


저는 그걸 좀 늦게 깨달은 것 같아서 아이들이나 아직 깨닫지 못한 사람에게 [네게는 Yes and No 두 가지 옵션이 있다]라는 사실을 전하고 싶었어요.

- 글쓰기에서 영감을 받는 요소가 있다면?


음.. 저는 ‘이런데 가면 영감이 떠올라!’라는 곳은 없는 것 같아요. 삶에서 갑자기 깨달음을 얻을 때가 있어요. 아까 그 호주 언니처럼 ‘반짝!’하는게 있어서 그럴 때 노트에 갑자기 써놓던가 여기저기 메모를 많이 해두는 편이에요. 가끔 생각을 놓칠 때가, 자기 전에 뭐가 많이 떠오르는데 졸리니까 ‘내일 아침에 써야지 ‘ 하고 일어나면 정말 아~무것도 생각이 안 나요. 그건 그냥 지나가버리죠.

- 물건과 공간에 대한 취향이 확고한데, 어떤 스타일을 추구하나요?


음.. 우선 저는 색이 좀 뚜렷한 걸 선호해요. 그러면서 편안하고.. 집 같은 느낌을 좋아합니다. 인디카(인터뷰 장소, 예은님의 근무처) 좋아요. 유니크한 거 중요해요. 이건 나만 갖고 있어야 돼! 근데 또 자연스러워야 합니다. 너무 튀면 안 되고 하하하. 참 어려운 취향이네요.


약간 인도의 색채들이 떠오르네요. 따듯하고 집 같고 한 느낌이.

인도의 색채들이 이제는 조금 진하다고 느껴져요. 인도에서는 형태적으로 다양한 패턴 같은 것들이 조금 더 흥미롭고 매력적인 것 같아요.


- 이상적인 공간이나 삶의 형태를 그려본다면 어떤 모습일까요?


변화를 좋게 받아들이면서 또 자연스럽게 변화할 수 있는... 어떤 변화를 주었을 때 사람들이 ‘어 여기 바뀌었네?’라고 다가오는 것보단 ‘어 잠깐? 이게 있었나?’ 변화가 자연스럽게 물들 수 있는 삶과 공간, 또 사람들이 가득할 때의 온기와 저 혼자 있을 때도 따듯함이 공존할 수 있는 모습을 그리고 있어요. 좋아하는 사람들이 주는 온기를 담을 수 있는 공간과 삶을 추구하는 것 같습니다.

- 어떤 표현의 공간을 꾸리고 싶으신가요?


제가 예전부터 카페를 차리고 싶었는데.. 계속 생각해 보니까 ‘카페‘가 첫 번째 목표는 아니더라고요. 저는 공간이 필요한 거였어요. 근데 사실 사회에서 공간으로 돈을 벌기에 카페를 많이 하시니까 그런 것 같고, 요새는 렌탈 스튜디오나 다른 분야도 많기는 하지만 제 취지랑은 맞지 않더라고요. 에어비앤비 저랑 잘 맞는 것 같아요. 공간을 꾸려서 사람이 오고, 즐기고, 저는 그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 앞으로 도전해보고 싶은 분야나 관심이 있는 분야가 있으신가요?


우선 동화는 계속 도전해봐야 하는 분야이고,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자주 들던가요? 그렇지는 않은데 또 스스로를 촉진시키는 자극도 없지 않았나 생각이 들어요. 결과와 성취가 필요한 시점인 것 같아요.

요즘 영상이 너무 재밌더라고요. 원래는 보는 것만 좋아하고 편집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는 그냥 시청자였거든요. 그러다가 언젠가 어떻게 영상으로 이런 것들을 풀어내지?라는 감탄이 느껴지면서 세계가 되게 넓어 보이더라고요. 참 좋은 스킬인 것 같아요. 다양하고 와일드하게 제 생각을 표현해 낼 수 있는 매체라고 생각해요.


최근에 좀 흥미롭게 시청했던 영상을 하나만 추천해 주세요!

너무 많아요… 얼마 전에 ‘아영세상’이라고 SNL나오시는 분이 운영하는 채널에 좀 관심이 가기 시작했어요. 질문지를 짧게 만들어서 주변사람들에게 물어보거든요. 택시를 타면 기사님한테 그냥 뭐 ‘오늘 기분이 어떠세요?’ 질문하고 답변을 들으면서 이야기를 해 나가더라고요. 그게 정말 멋있었어요.


되게 따듯하다!

그런 따듯한 영상을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꼭 한번 봐보세요!

- 제주에서 가장 애정하는 공간은?


집!!!!




다양한 환경에서의 삶과 경험으로 자신만의 세계를 확고하게 구축해나가고 있는 그녀는, 자신의 취향들을 비법소스처럼 꽁꽁 감추지 않고 포근하고 넉넉한 마음으로 요리해 세상과, 사람들과 공유하고 있었다. 삶을 관통하여 얻어낸 소중한 인사이트들을 ’동화‘라는 매체를 통해 전달하려는 점과 그 내용으로부터 비추어지는 모습에서 나는 포용을 느꼈다. 즐거움을 나누고 그와 동시에 나를 해치지 않는 법, 안과 밖 모두를 돌보고 존중해 주는 것. 다양성은 어쩌면 인류존속에 있어 굉장히 핵심적인 요소가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자연은 순수를 혐오한다.‘ 동물행동학자 최재천 교수의 표현이 떠올랐다. 단일한 형질의 종은 쉽게 무너진다. 똑같이 생각하면 한 번에 쓰러진다. 다양성이란 그 자체로 우리를 성장시키고 단단하게 하는 힘의 근원이다. 그녀와의 인터뷰를 통해 나는 다양성을 존중하는 일이 단순한 선택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더 단단하고 유연하게 살아가기 위한 필수적인 과정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서로의 색깔을 존중하고 다름을 받아들일 때 우리는 더 풍요로운 세상을 만들어갈 수 있다. 나도 나만의 방식으로 세상과 연결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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