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 0 ] 김채은 - 1화

아틀란티스 소녀

by Justrip


어린 시절, 일찍이 춤과 움직임에 흥미를 보여 그것으로 삶을 채워 온 김채은씨는 커피와 요가, 영화와 디자인 등 흥미가 많은 호기심형 인간이다. 인터뷰어와는 4년간 동고동락을 해온 연인으로 함께 제주에 내려와 지내고 있다. 일상에서 그녀가 여기는 중요한 가치와 경험에 대한 심도 깊은 이야기를 나누고 왔다.

- 안녕하세요.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리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채니린‘으로 살고 있는 김채은 입니다. 제주에 온지는 4년정도 되었습니다.


- 제주에 오시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을까요? 요가를 하겠다는 마음이 영향을 주진 않았나요?


특별한 계기?.. 는 없었던 것 같구요. 서울에서 일을 정리하고 실업급여가 나오는 타이밍이었는데, 그때 뭐 눈이 멀어서… 그냥 제주로 이사를 가야겠다! 싶어서 이사를 오게 되었습니다. 요가는 제주에 오게된 계기는 아니였구요. 제주에 와서 해야할 일을 설정한거였어요. 이곳으로 이사를 오는게 우선이었죠. 그냥 바다를 좋아했어요.


아!! 특별한 계기가 있다!!! 알베르 까뮈의 [이방인]이라는 책을 좋아했는데 거기서 이런 구절이 있었어요. “할일이 없어서 바다에 갔다” 그 말이 너무 좋은거예요. 아, 그 사람 죽인 해변이요?(웃음) 아무튼! 할일이 없어서 바다에 간다는 말이 너무 멋졌어요. 해서 나도 저런 일기를 쓰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어요.

- 제주와 서울에서의 삶의 차이는 무엇이며, 본인이 추구하는 삶의 방향에는 어느 곳이 더 적합하다고 느끼시나요?


제주에서는 나를 내려놓을 수 있는 것 같아요. 내가 무엇을 더 원하는지 알 수 있는 곳이죠. 서울은 모든게 다 갖춰져 있으니까 ‘마음을 먹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곳’이에요. 또 제주는 사람이 많지 않아서 특별한 능력이 있으면 빛을 발하기가 쉬운 것 같아요. 서울은 그만큼의 재능이 있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특별하다는 마음이 잘 들지 않아요. 대신 무언가 배우기가 좋죠.


적합한 곳은.. 사실 요새는 잘 모르겠습니다. 제주도가 아름답긴 훨씬 아름다운데…서울도 서울의 아름다움이 있으니까.. 비교할 순 없는 것 같아요. 저는 어디든 다 똑같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저 자신이기 때문에..

- 댄서로 오랫동안 활동해 오셨는데, 어떤 경로로 춤을 시작하게 되셨나요?


이것도 특별한 계기가 딱히 없어요. 저는 그냥 그렇게 태어났어요. 6살 때 부터 엄마 앞에서 방송에 나온 춤을 따라추고, 친구랑 같이 춤을 보여주곤 ‘누가 더 잘하냐’ 꼭 물어봤어요. 그 장면이 아직도 생각나요. 그러다가 중학교 때 댄스 스포츠를 취미로 시작했다가 2학년 때 선생님의 권유로 학원까지 연계해줬어요. 1년을 연습하고 3학년 때 대회에 나가서 금메달과 은메달을 땄어요. 그냥 자연스럽게 born to be 댄서~~


- 본인에게 춤이 삶에 어떤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하시나요?


할 때는 몰랐어요. 그러다 제주에 와서 저를 마주하는 시간을 많이 가지면서 느낀게, ’아. 춤때문에 내가 살아있구나‘, 진짜 목숨이랑 연결되어있는 느낌을 받았어요. 순탄하지 않았던 어린 시절을.. 그 상처와 공포를 춤을 통해 극복해 나간거였어요. 그때 만큼은 모든 걸 잊고 할 수 있으니까.


요가에 몰입하는 것도 비슷한 경우로 볼 수 있겠네요. 네. 근데 요가는 근본적으로 ‘왜지?’라고 질문을 던질 수 있게 해주는 거였어요. 나의 마음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그 시작은 무엇이었는지…근데 춤을 출때는 ‘나는 왜 춤을 추지?’라고 생각도 안드는 것 같아요. 요가는 내면을 마주하고 춤은 외면을 마주하게 하는 것 같습니다. 사실 이것 때문에 번아웃이 온적도 있었어요. 내 외면에 대해서 자꾸 만족하지 못하니까. 그럴때 잠깐 멈춰서 내가 어떤 상태인지 볼 수 있게 한게 요가였어요. 서로 도와주는 역할이네요. 그니까 하고 싶은 말은, 껍데기를 잘 관리하지 않고 내면으로만 파고 들어가면 결국엔 썩어서 문들어진다ㅋㅋ

- 안무를 구상할 때 영감을 받는 포인트가 있으실까요?


그냥 제가 멋있어 보이는 거? 진~~짜 하고 싶은거는 자연의 움직임을 따라하고 싶은데, 제 안에서는 질서정연한 움직임을 하고 싶은 마음이 보이더라구요. 왜냐면 자연은 혼돈이잖아요. 그 안을 파고들어야 질서가 보이는데, 프렉탈처럼.. 그런 걸 하고 싶어요. 질서로 만들어진 혼돈?… 근데 제가 하고 있는건 약간 정리 안 된 정원같은 느낌이에요. 왜냐면 춤은 결국 보여지는 것인데, 내가 하고싶은 움직임을 하느냐와 대중에게 맞춰야 하냐는 고민과 늘 부딪혀요. 모든 예술가들의 숙제는 풀리지 않아요.


- ’채니 린‘ 이란 이름은 어떤 의미로 지으셨나요?


저는 사실 댄서이름이 없었어요. 그냥 ’채니‘로 불리다가 제주에서 수업을 하게 되면서 이름을 정해야 하는데, 이 이름으로 하고 싶지는 않은 거예요. 좀 심심했어요. 저는 늘 특별한 걸 원하거든요. 그러다가 가족들에게 불어봤는데 도깨비불 린(燐)이라는 한자를 추천해줬어요. 저에게는 약간의 따듯한 에너지가 필요하거든요. 왜죠? 오행에서 그렇게 나옵니다.

- 요가는 어떤 경로로 접하시게 됐나요?


어렸을 때 부터 움직임과 외적인 부분에 관심이 많다보니까 이런 저런 움직임을 했었어요. 중학교때 학교끝나고 학원에 갔다가 집에 오면 11시였는데 몸이 너무 응축되어있는 느낌을 받았어요. 해서 항상 스트레칭을 하고 잤는데 나중에 알고보니까 그게 요가동작들이었더라구요. 그러다가 중학교 3학년때 빈야사를 접하게 됐고 지금까지 쭉 자연스럽게 흘러들어왔던 것 같아요. 김채은에서 ‘김채’는 춤이고 ‘은’은 요가인데…김채은이 되려면 이게 착 붙어서…(중략)


- 요가 수련을 위해 인도에도 다녀왔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기억이나 배움이 있다면?


우선 요가지도사를 따러 인도에 갔어요. 무모한 도전이었죠. 저는 정말 알수없는 자신감으로 뭘 믿고 그렇게 영어로하는 수업을 들으러 갔을까… 거기서 갑자기 ‘아 나는 진짜 생각이 없구나’를 깨달았는데, ’생각이 없는 김에 그냥 해버리자‘ 라고 마음을 먹었어요. 왜냐면 제 생각엔 ‘생각이 없는건’ 오히려 좋은 상태인 것 같거든요. 생각이 다른걸 막을 수 있으니까.. 아무튼 그렇게 무턱대고 수업을 듣고있는데 요가철학시간에 갑자기 한국말이 너무 그리운거예요. 그때 느낀건 ‘아 내가 여기서 가져가야할 것은 아사나(요가동작)이다. 움직임.’


마지막에 수료증을 받으려면 치뤄야하는 시험이 몇개 있었어요. 30분짜리 요가 수업을 진행해야하는데 때마침 몸이 아프기 시작했어요. 스트레스도 받고.. 음식 때문에. 저는 뭔가 하기싫은 일이 생기면 이게 너무 하고싶어서..아니 꼭 해야만 하는 일이라서 그런 마음이 드는 구나, ‘너는 이걸 뚫고 가야해’ 라는 징조로 여기거든요? 결국 온 힘을 쥐어짜 준비를 하고 시험을 마치니까 몸도 마음도 좀 편해지더라고요. 결국 두려움은 미지로부터 오는 것인데 그걸 깬거죠. 제 경우엔 언어, 말하기 였어요.


수련원을 마치고 있던 지역(리시케시)에서 자유롭게 생활하면서 다양한 선생님의 수업을 들으러 다녔어요. 거기서 자팜(Japam)이라는 작은 요가원을 알게됐고 거기서 어드밴스드 요가(숙련자 요가)수업을 듣게 된거죠. 근데 그게 진~짜 제 스타일이었어요. 저는 저를 어디에 딱 몰입시켜서 진~하게 하는걸 좋아해요. 그때 진짜 살아있는 느낌을 받았어요. 50도가 웃도는 날씨에 에어컨도없고…심지어 선풍기도 못틀게 했는데..저는 그때 마치 제가 그냥 물방울처럼 느껴졌어요. 눈앞에 보이는 건 땀밖에 없었거든요. 액체로 변하는 줄 알았어요. 거기서 들었던 수업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 인도 생활에서 유난히 즐거웠던 점과 특히 힘들었던 점은?


다음화에 계속..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