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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 김채은 - 2화

아틀란티스 소녀

by Justrip


지난 화에 이어..


- 인도 생활에서 유난히 즐거웠던 점과 특히 힘들었던 점은?


즐거웠던 점….흐흐 경제활동 안 하는 거. 생각만 해도 웃음이 나네요 ㅎㅎ 경제활동 안 하고 하고 싶은 공부만 했잖아요. 제가 정말 원하는 일이었거든요. 그럼 인도생활에서의 즐거움이라기 보단 그 상태가 즐거웠던 거네요. 네 인도에서 즐거운 건 사실 없어요. 되게 힘들어요. 그냥 제 마음이 즐거웠던 거죠.


힘들었던 건… 역시 언어, 말 안 통하는 게 답답했어요. 만약 저 혼자 거기에 갔더라면 그냥 욕하고 돌아왔겠다 싶었어요. 음…… 지저분한 거나 시끄러운 것도 사실 그렇게 힘들지 않았고.. 길 정신없고 하는 것도 괜찮았고.. 갑자기 사진 찍어 달라고 하는 것도 재미있었고, 음식도 잘 맞고, 불닭도 있고… 아! 노 프라블럼. 그게 좀 힘들었어요. 분명 문제가 있는데 그냥 능청스럽게 넘어가려고 하는..사기라고 하죠 그걸. 벗..잇츠 베리 빅 프라블럼… 그 거짓말들..

그리고 인도의 전반적인 시스템들, 특히 기차가 좀 힘들었어요. 그 시간에 그냥 잠이 들면 괜찮을 텐데 그럴만한 상황도 아니었어요. 분명히 침대 한 칸을 예약했는데 갑자기 누가 와서 내 침대 반쪽을 예약했다면서 깨운다던가, 밖은 40도가 넘는 뙤약볕인데 에어컨칸에 들어가면 그냥 냉장고고.. 거기서 바로 감기 걸리고.

또 내 욕심 때문에 힘들었어요. 물건을 많이 사면 나만 힘들어지는구나.. 짐을 줄이는 마음을 배웠습니다.

- 물건과 공간에 대한 취향이 확실하신데, 본인의 취향을 한 마디로 설명한다면?


흠… 젠(Zen)! 그런 깔끔한 거 좋아합니다.


공간을 꾸밀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는 무엇이 있을까요?


컬러겠죠 아무래도. 조화로운 컬러. 정말 컬러가 안 맞으면 눈알이… 이렇게 위아래로 되어있는 기분이에요. 좀 피곤하고 스트레스받아요. 다 갖다 버리고 싶어요. 차라리 없는 것만 못하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조악하게 꾸며져 있으면… 정신분열이 일어날 것 같아요…. 이렇게 화가 많은 사람입니다.

- 본인의 키워드들 ‘요가와 춤, 커피와 공간‘ 이 본인의 감각적 취향과 어떤 방식으로 연결이 되어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질문이 어려우세요.. 요가랑 커피는 연결할 수 있고, 춤은 연결이 안 돼요. 왜냐면 춤은.. 아직 연구 중이기 때문에, 저의 취향과 저의 모습 자체에 대해 약간 괴리감이 있어요. 요가에 몰입할 때는.. 약간 비눗방울 안에 들어간 기분이에요. 위에 답변드렸듯이 그냥 물방울이 되는 기분이거든요. 덜어낼수록, 가벼울수록 채워지는 게 약간 커피를 다룰 때의 마음이랑 비슷한 것 같네요. 맑은 상태에 들어간 그 느낌. 그래서 한동안은 누가 이야기를 하면 그게 너무 크게 들렸었어요. 몸이랑 마음이 비워져 있으니까 에너지가 크게 느껴지더라고요.


- 앞으로 좀 더 깊이 탐구하고 싶은 분야가 있을까요?


더 깊이?… 더 깊게 라기 보단, 유지하고 싶은 건 위에 세 가지 키워드인 것 같아요. 요가와 춤, 커피? 그냥 이렇게 표현하면 좋을 것 같아요. 움직임과 마음, 맛, 정신. 정신은 더 깊이 가져가고 싶진 않아요. 요즘 느끼는 게 알면 알수록 점점 더 모르겠더라고요. 진짜 잘 모르겠어요. 넷플릭스에서 다큐를 하나 본 적이 있는데, 무한과 숫자에 대해서 이야기하거든요. 수학적으로 물리학적으로 막 이렇게 저렇게 설명하는데, 거기서 그렇게 이야기해요. 결국엔 사랑, 아니면 고양이다. 결국 깊이 알 수 있는 건 없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깊이 알고 정답을 찾기보다는 그냥 내맡기고 흐름에 따라 유지하고 싶은 마음이에요.

- 경제활동을 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 온다면, 어떤 하루를 보내고 싶으세요?


우선 커피를 다루는 공간을 꾸미고 싶어요. 제가 일하는 공간에 사람들을 초대하고, 제가 좋아하는 원두로 커피를 내어주고… 저는 오후에 할 요가 시퀀스를 짜면서, 제 할 일을 하고 사람들은 편하게 시간을 보내는 공간. 한 4시쯤에 문을 닫고 저녁엔 요가 수업을 하는 거예요. 가끔 춤으로 공연도 하고 싶어요. 그러면 행복하지 않을까. 제가 좋아하는 것들을 어떻게 하나로 만들까, 그걸 계속 고민하고 있어요.

- 제주에서 새로운 삶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조언을 해주신다면?


돈 많이 가져오세요. 제주는 필요한 게 많아요. 그냥 황무지에 집을 짓는다고 생각하시면 돼요. 집을 사는 게 아니라 지어야 되는 거예요.


- 제주에서 가장 좋아하는 식당!


들녘에 (한정식)랑 만나다 공원(파스타). 그냥 거기 음식을 먹으면 기분이 좋아져요. 진~짜 깔끔해요. 그 사랑이 담겨 있는 게 다 느껴져요. 아까 그 질문… 경제활동을 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만드는 음식 같은 느낌이에요.

또 좋아하는 카페가 있는데, 만나다 공원 옆에… 주소만 있네. ‘곱은달 사진관’ 맞은편에 있는데… 잠깐만 기다리세요..치타델레!!! 너무 제 스타일이에요.


상황과 환경을 탓하지 않고 스스로에게 끝없이 질문을 던지며 해답을 찾아온 그녀는, 그 방식 그대로 단단한 태도를 유지하며 살아가고 있었다. 어디에 있던 무엇을 하던 ‘나’라는 존재에 의심을 품지 않고, 방황과도 당당히 마주하는 태도에서 나는 자유와 용기를 느꼈다. 우리는 무엇이든 될 수 있고 어디든 갈 수 있다. 과정에서 만나는 장애물을 극복하는 방법은 오롯이 ‘나’의 몫이고 그것을 뛰어넘을 때 비로소 자유로워진다. 그녀와의 대화는 내게 진정으로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그것을 지키는 방법을 어떤 태도로 만들어야 하는지를 거듭 생각하게 했다.
이미 수년을 함께해 온 연인이지만 이번 인터뷰를 통해 일상에서는 미처 나누지 못했던 깊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더욱 뜻깊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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