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s be magu magu
(지난번 질문에 이어)
- 제주에 사는 건 어떠세요? 앞으로도 계속 지낼 계획이신가요?
따히 : 저는 제주 도민이라 사실 제주의 자연에 대해서 크게 관심이 없었어요. 모르는 것도 너무 많았고.. 근데 오히려 타지에서 온 만자와 톨부 덕분에 더 많이 알게 되고 좋아하게 된 케이스죠.
만자 : 제주 살면서 저는 매일매일 어디서 해 뜨고 지고 동쪽이고 서쪽이고 그런 걸 자연스럽게 알게 되잖아요. 서울에 있으면 ‘나’라는 존재가 세상에 어떻게 존재하는지 감각이 잘 안 되거든요. 근데 제주에 있으면 내가 어디에 있고 어떻게 영향을 끼치고 있고 그런 게 재밌는 것 같아요.
살아있는 느낌이죠.
만자 : 서울에서는 부품처럼 지하철에 ‘실려’ 다녔는데 여기서는 주도적인 삶이 즐거워요.
톨부 : 최근에 좀 고민을 했어요. 제주 사는 거 말고도 창업을 계속해나가는 게 맞나..좀 두서도 없고. 그러다가 아직까지는 계속 지내자는 마음이 더 커요. 제가 강원도로 스키 타러 자주 가거든요. 거기 동네에서 며칠 지내다 보면 “아 역시 제주가 재밌는 동네구나” 아무리 자연이 좋고 해도 제주만 한 곳이 없구나~느껴요. 타지의 도시외곽에서는 재밌는 청년들을 만나기가 쉽지 않아요.
따히 : 제가 마구마구하면서 톨부와 많이 가까워졌어요. 보통 제주도민은 외지에서 온 친구들이 언젠가는 떠날 수도 있다는 걱정이 있는데 최근에 톨부가 부산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마음의 준비를 막 하고 있었어요. 너무 슬픈 거예요. 그때 연말파티 때 집에 가는 길에 톨부가 편지를 써 줬는데 제가 걱정하던 부분을 톨부가 잘 집어 가지고 풀어서 이야기를 해준 거예요. 읽는데 눈물이 막…아 보여드릴게요. 오열의 현장.
(광광 눈물 흘리며 서로를 촬영하는 영상)
저도 전에 들었는데 외지사람들이 제주도민들 텃세가 심하다고 하는데 실은 마음 열기가 힘든 거라고 하더라고요. 친구가 되면 곧 떠나버리고 하는 게 상처가 돼서..
따히 : 톨부는 이제.. 보낼 수 없어
- 제주살이의 장단점이 있다면?
톨부 : 장점은 우선 아까 말씀드린 대로 제주에 재미난 청년들이 많고 조금만 나가면 바다 있고 산 있고. 마음의 여유가 생긴달까. 도시에서는 정말 시야가 많이 좁아지는데 제주에선 여유가 생겨요. 단점은.. 겨울에 바람! 바람과 흐린 날씨! 겨울 제주가 조금 힘들긴 하죠.
맞아요 제주에서는 겨울을 잘 보내는 게 핵심이죠
만자 : 비슷한 맥락이긴 한데 제주 오면 사고가 마구마구~해도 된다는 생각이 드는 것 같아요. 서울에서는 소비를 통해서만 가치 있는 사람이 되는 것 같은 착각이 드는데… 제주에서는 제가 태어나서, 학교를 다녀서가 아닌 내가 선택한 곳이라는 자부심이 있어 타인의 기준에서 벗어난 삶을 살아볼 용기가 생기는 것 같아요. 제주 오면서 운전을 시작하게 됐고 바다수영도.. 창업도 해보고. 결혼을 했음에도 사랑하는 사람이 그 사람답게 살 수 있도록 응원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이해하게 되었고. 말 그대로 주체성이 발현되는 곳! 지금 6년 차 살고 있는데 단점은….아직은 없다!
- 살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마구마구 : 정말 어렵다..
이 질문을 프리스타일로 요청한 것에 대해선 미안합니다
마구마구 : 이거 저희 키워드예요!(사진)
따히 : 톨부는 peace! 만자는 play! 저는 열쩡!
(이후 만자님으로부터 추가적인 답변이 도착했다.)
톨부는 평소에서 감정의 기복이 크지 않은 친구예요. 일희일비하지 않고 모든 일에 조급해하지 않는 상태를 추구해서 Peace를 키워드로 정했구요. 따히는 제가 보기에 ‘안되는 건 되게 한다! 마음먹은 건 해야 한다! 함께라면 뭐든 할 수 있다!’라는 말의 표본인 것 같아요. 또 저는 모든 것을 놀이처럼.. 즐거워하는 나의 마음상태와 함께하는 사람, 세상사 큰 걱정 없이 모든 것을 놀이처럼 대하면서 살고 싶어서 Play라는 단어를 적어놓게 되었습니다.
- 앞으로 마구마구는 이랬으면 좋겠다! 비전이나 바람 같은 것이 있다면?
톨부 : 안 그래도 요즘 막 이야기하고 있는 게.. 마구마구같은 이런 가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보통 자영업을 하게 되면 쉬는 날 수입이 없으니까 좀 아까워서 휴일 없이 하는 경우가 있더라구요. 저희처럼 휴일동안 공간을 내어주면서 재정비도 하고 요식업에 도전해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기회가 될 수 있는 공간이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확장을 해볼까? 이런 생각들..
역시 더 큰 그림을 보시는군요
톨부 : 그리고 저희가 이사할 집을 알아보다가..농어촌 민박을 한번 해볼까?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만자 : 마구마구 게스트하우스!!
따히 : 아무 데나 갖다 붙일 수 있지
만자 : 근데 아무도 안 하겠다고 안 해(웃음) 오오 재밌겠다.
- 자 그럼 이제 마지막 질문! 가장 좋아하는 식당!
마구마구 : 하나 둘 셋! 은빛식당!
따히 : 은빛식당이라고 근처에 맛있는 정식집이 있어요!
톨부 : 저는 한 번밖에 못 가보긴 했는데 코모도(이탈리안)! 그런 곳 처럼 되고 싶어요. 메뉴와 그분들의 진정성?
그분들 글 올리시는 거 보면 마음이 몽글몽글 해져요..
따히 : 저는 또 안덕 쪽에 비스트로 낭(이탈리안)이라고 있는데. 네 그 나무할 때 낭! 거기 사장님도 혼자 시작하셨다가 지금은 직원 한 두 분 같이 하시는 것 같은데 제가 정말 좋아하는 식당이에요. 파스타랑 접시요리 하시고… 나영석 PD님도 다녀가셨대요. 진짜 맛있어요..
만자 : 저는 이런 커뮤니티가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정말. 이렇게 요식업 하시는 분들이나 모여가지고 재밌는 거 할 수 있는 거 많을 것 같은데.
공간 돌려쓰기도 재밌겠다..
따히 : 그거야말로 진짜 마구마구다
그때부터는 마구마구 아니고 약간 엉망진창….
각자의 색채가 또렷한 그들은 서로가 지닌 에너지를 상호보완하며 톱니바퀴처럼 긍정의 시너지를 내고 있었다. 삶을 연속적인 여행이라 봤을 때 그들은 서로의 길라잡이가 되어주고 있었다. 밀고 당겨주며 차곡차곡 쌓여가는 이야기. 마음에 드는 문장을 발견하면 책장의 모서리를 접어 흔적을 남기듯 그들은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사건과 순간들을 자신만의 방법으로 남겨가고 있었다. 그 서사의 중심을 지키는 기둥은 사랑이었다. 마구마구의 나머지 세 키워드를 포괄하는 단어 ‘사랑’. 그녀들의 우정과 열정에서 나는 지독한 사랑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