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레이마망 Jun 07. 2021

#3 우리만의 소소한 캠핑장 꿀팁

김포 한강 오토 캠핑장

4월 중순쯤이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매일 예약 창을 확인하다가 누군가 취소했는지 한 자리가 남아 있어서 운 좋게 김포 한강 오토 캠핑장을 예약할 수 있었다. 예약한 사이트가 어디인지 중요하지 않았다. 뜻하지 않게 갈 수 있어서 기쁠 뿐이었다.


한강 뷰를 바라보며 캠핑할 수 있는 곳이라는 김포 한강 오토 캠핑장의 한강뷰는 초입 사이트에서 일어서면 저 멀리 한 줄로 보이는 정도였고 아쉽게도 유료로 운영하는 수영장은 6월부터 개장이었다.


집에서 가장 가까운, 15분이면 도착하는 곳이라서 아주 느긋하게 준비해서 출발했다.

너무 느긋했는지 기다리다 지친 준이는 칭얼거리며 떼쓰기 시작했다.

캠핑 간다고 해서 아침부터 들뜬 마음으로 일어난 준이의 눈으로 볼 때는 

엄마 아빠가 밥도 먹고 커피도 마시고 짐도 이제야 챙기니 오죽 답답했을까 싶다.

갑자기 입고 있던 옷을 벗으며 다른 옷으로 바꿔 입겠다고 울부 짓는 아이와 짐 나르는 웨건에 혼자 타겠다고 짐을 싣지 못하게 떼 부리는 아이와 진지한 이야기를 나누고 난 뒤에야 우린 캠핑장으로 출발할 수 있었다.


우리가 예약한 사이트는 제일 꼭대기 화장실 바로 앞 D75번, 인기가 없는 사이트라는 직감이 왔다.

옆에는 촬영 스튜디오 건물이 시야를 가리고 앞에는 화장실과 개수대가 있고 뒤편은 공사 중이라 첫인상은 별로였다. 

사이트 앞에 차를 주차하니 정면 뷰로 보였던 화장실은 가려져서 그렇게 큰 흠이 되지 않았고 다행히 화장실 냄새도 나지 않았다. 오히려 화장실과 개수대가 가까워서 편했다. 

작은 놀이터도 바로 옆에 있고 촬영 스튜디오는 미운영 중이라서 공터에서 공놀이 하기 좋았다. 

사이트마다 울창하게 큰 나무들이 그늘을 만들어 주니 시원했다. 이 정도면 괜찮은 자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밤이 되니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다. 

밤새도록 사람들이 사이트 중간을 가로질러 화장실을 왔다 갔다 하는 바람에 미쳐버리는 줄 알았다.



별거 아닌 것 같지만 이런 작은 놀이터 하나만 있어도 아이와 시간 보내기 좋다



아빠가 텐트 피칭하는 동안 준이를 데리고 앞에 있는 놀이터에서 모래놀이를 했다.

햇빛이 쨍쨍한 날이라서 모래가 뜨근 뜨근했다. 양동이에 물을 채워서 서너 번 나르더니 준이가 힘들다며 텐트에 빨리 들어가고 싶다고 해서 사이트로 돌아갔다. 물 채운 양동이는 엄마가 들었는데.


아직 피칭 중인 아빠를 돕겠다는 준이.




이젠 나름의 스킬이 생겨서 텐트와 타프, 소품들을 세팅하는 시간이 매우 짧아졌다.

준이와 작은 놀이터에서 모래 놀이를 잠깐 하고 오니 남편은 텐트와 타프를 완성했고 나는 준이와 함께 식기와 소품들을 세팅했다.


두어 번의 캠핑으로 남편과 내가 장비가 익숙해지면서 준이에게 제일 지루해하는 세팅과 철수하는 시간이 조금은 즐거워할 수 있도록 그리고 보람을 느낄 수 있도록 준이에게 작은 미션을 주어 함께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준이 역시 함께 텐트를 만들었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며 아빠가 해준 것처럼 나에게 설명을 해주기도 한다.


아빠가 어느 정도 텐트 피칭을 하고 나면 준이를 부른다. 오늘은 준이가 먼저 도와주겠다고 나왔다.


"엄마, 나는 아빠 도와줘야 돼서 많이 먹어야 해."

"엄마, 내 망치 어딨어?"

"엄마! 이거 보여? 이거 내가 했어!"

"엄마! 이게 뭔지 알아? 이건 타 쁘라고 하는 거야!"


준이가 하는 일은 장난감 망치를 준비해서 아빠 옆에서 망치질을 따라 하거나 담요나 가벼운 소품들을 함께 나르고 타프 웨빙 스트랩을 함께 정리하는 정도이다.

피칭만 하기에도 바쁜 아빠지만 그래도 부지런히 준이에게 캠핑 용품들의 이름을 말해주며 용도에 대해서도 짧게 설명해 주기도 했다. 

지금 말해줘 봤자 무슨 소용인가 생각하겠지만 5살 아이의 기억력은 어른들보다 뛰어나다는 걸 느낄 때가 있다. 

그리고 잊어버리면 어때,

준이에게 캠핑은 아빠 엄마와 함께한 즐거운 모험이었다고 그렇게 생각해 주길 바랄 뿐이다.

우리에겐 추억이 더 중요하니깐.




요즘 코로나 때문에 다른 가족과 함께 캠핑을 못하니 놀이 시설이 없는 캠핑장은 준이가 심심해한다.

특히 엄마와 아빠가 밥 준비를 할 때.

뛰어노는 것이 제일인 5살 아이에겐 가만히 앉아 있는 1초가 1시간처럼 지루했고 자연의 경치와 여유가 재미있을 리 없고 불멍으로 힐링하기엔 아직 어렸다.

자연과 함께 하려고 캠핑을 왔는데 아이에게 유튜브를 보여주기엔 마음 한구석이 뭔가 꾸릿꾸릿했다.

그러나 준이는 캠핑장에서 유튜브 본 것이 제일 재밌었다고 말했다.


놀거리가 부족한 캠핑장을 예약하게 되면 준이가 할만한 놀이 준비물을 챙겨간다.

이번 캠핑장 놀이는

곰돌이 젤리 키트와 어스 본의 공룡 색칠하기


냉동실에 10분 동안 얼렸다가 먹는 것이라서 냉동고가 없는 캠핑장에선 제대로 된 완성품을 만들지 못했지만 스포이드로 용액을 빨아들여 젤리 틀에 넣는 과정을 재밌어하며 오랫동안 집중하며 만들었다. 곰돌이 젤리 키트는 사용설명서를 제대로 읽지 않고 가져왔는데 낭패를 맛봤다.


그다음으로 공룡 색칠하기는 아주 성공적이었다.

물만 있으면 색이 나타나는 색칠놀이라서 다른 준비물 없이 쉽게 할 수 있었고 무엇보다 색이 나타나는 것이 신기해하며 무엇보다 혼자서 척척 할 수 있는 놀이라서 덕분에 우린 저녁밥을 아주 여유롭게 준비할 수 있었다. 심심할 때면 혼자서 색칠 책을 꺼내서 색칠을 하고 있었다.




곰돌이 젤리키트
어스본 신기한 마술 색칠북




지난번 캠핑까지는 불멍을 하지 않았던 것이 몹시 아쉬웠는지 남편이 화로대를 새로 샀다. 기존에 있던 화로대는 크고 무겁고 숯불용이라 불멍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핑계와 핫딜이 떴다는 합리적인 이유를 대며 800도씨 화로대를 샀다.


캠핑장에서 보니 사이즈도 적당하고 예뻐서 잔소리 대신 잘 샀다는 말이 절로 나왔다.

피칭 끝나자마자 간단하게 점심을 먹고 준이랑 잠깐 공놀이 하니 벌써 저녁밥 먹을 시간이었다.

캠핑장에 오면 시간이 2배는 빨리 지나는 가는 것 같다.





새 화로대에 숯불을 넣고 FIRECORN으로 숯불에 불을 지피기로 했다. 

FIRECORN은 폐기되는 옥수수 속대로 만든 불이 잘 붙도록 도와주는 천연 고체 원료로 착화 제로 사용하는데 조용히 순간 점화되어 토치 사용이 필요 없고 점화 과정에서 연기가 거의 나지 않고 불의 지속력도 상승시켜준다고 한다.

불의 지속력은 와닿지 않았지만 연기는 덜 나서 좋았다.



오늘 개시한 따끈따끈한 크레모아 아테나

3가지 무드 기능이 있어서 아늑함과 삼각대 소켓으로 랜턴 스탠드와 결합할 수 있다. 

그리고 제일 큰 장점은 여름 필수품 홈매트를 사용할 수 있는 모기 훈증기 탑재로 작지만 센 가격이 아깝지 않았다.

우리는 이너 텐트 위 포켓에 넣어 준이의 수면등으로 활용했다.


크레모아 아테나



저녁밥 준비의 시작은 밥솥에서부터


미리 물에 불린 쌀을 밥솥에 넣고 취사 버튼을 누르면 촉촉한 집밥이 완성된다.

사실 햇반도 맛있긴 하지만 전자레인지에 돌려야 되는 번거로움과 밥양이 많은 남편과 밥양이 매 순간 바뀌는 5살 아들로 인해 어쩔 땐 남고 어쩔 땐 부족해서 한 개를 더 돌려야 되나 말아야 되나 고민을 안 해도 되니 편하다.

적당히 밥을 퍼서 부족하면 더 먹으면 되고 남으면 보온을 해두고 늦밤 라면과 함께 먹을 수 있다.






오늘 저녁은 폭립과 갈빗살 구이

폭립은 반조리 상태로 불판에 굽기만 하면 되는 것이라 간편하게 먹을 수 있고 양념이 달달해서 준이도 좋아했다.

우린 코스트코 갈빗살을 너무 애정 한다.

남편이 고기를 굽는 동안 나와 준이는 김치볶음을 만들었다. 

또 호떡을 하려고 했는데 남편이 그리들 닦는 게 귀찮다며 옆구리를 콕콕 찌르기에 호떡믹스를 없는 척했다.

준이는 요리하고 싶다고 너무 심심하다며 시무룩해졌다. 그래서 급하게 김치볶음을 함께 만들었다.


공놀이 2차전을 했던지라 배가 너무 고픈 우리는 고기를 테이블에 올리자마자 순식간에 다 먹고 바로 간식을 준비했다.

장작엔 역시 군 고구마와 옥수수


초당옥수수를 샀는데 배송을 받아 보니 생 옥수수가 아니었다.

살짝 굽기만 했는데 장작불이 너무 센 탓에 다 타버렸다. 주문 실패로 인해 옥수수는 천연 불 소시 개로 사용되었다. 다음번엔 제대로 사겠어!





저녁밥을 다 먹고 정리까지 끝내니 어둑어둑해졌다.

장작을 더 넣고 불멍을 준비했다.

불멍을 처음 접하는 준이는 신기해하며 가까이에서 보려고 의자를 슬금슬금 앞으로 가져갔다.

불이 무섭고 위험하다는 것을 분명하게 말해주고 조금 떨어져서 지켜보는 것이라고 설명해 주었다.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리 없는 준이는 슬금슬금 앞으로 갔다가 나와 눈이 마주치면 뒤로 갔다를 반복했다.


이번 캠핑은 어땠는지 준이에게 물어보며 다음엔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물어보았다.

역시나 공룡 캠핑장이 가고 싶다고 말하는 준이.

잠깐이지만 우리 셋 함께 앉아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었다.


졸려하는 준이를 재우고 난 뒤에 남편과 둘이서 맥주 한 캔을 하며 소곤소곤 이야기를 나누었다.

캠핑 감성에는 단연 숯불과 불멍이 최고이다.









- 사이트가 계단식으로 구분되어 있다.

- 개인적으로 B구역 사이트가 명당인 것 같음

- 애완견 출입 금지 / 수영장은 입장료 있음

- 매점이 커서 필요한 물품 다 구매할 수 있음

- 개수대와 화장실은 깨끗한 편이나 화장실이 좁고 화장실 내 샤워실이 있음

- 탈의실과 샤워실은 깨끗하고 온수도 잘 나옴

- 매너 타임 안내 방송을 계속 하지만 매너 타임이 잘 지켜지지 않아 안내방송도 횟수도 잦다.

- 옆에 있는 촬영 스튜디오에 촬영이 있으면 시끄럽다고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2 아이에게 갯벌을 선물한 캠핑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