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를 많이 타는 친구네 가족과 함께 여름 첫 캠핑을 했다. 더운 건 질색팔색 하는 친구와 친구 남편은 당일 아침 날씨 예보를 보고 기겁을 했다.
하필 오늘이 폭염주의라니!
"괜찮아! 더울 땐 수영장에 물놀이하면 하나도 안 더워!"
작년 여름 앤 더워도 더운 줄 모르고 지나갔던 기억만 남아 있어서 더위를 걱정하는 친구에게 위풍당당 자신 있게 말했다. 블랙 타프 아래에 있음 시원하니깐!
불과 하루 전날까지 비가 억수같이 쏟아졌는데 날씨가 쨍쨍하니 딱 캠핑하기 좋은 날이었다. 날씨가 좋으니 나들이 행차로 도로가 막힐 거라 생각하고 아침 일찍 출발했는데 막힘없이 달려서 너무 일찍 캠핑장에 도착했다. 도착 전 근처 베이커리 카페에서 제대로 먹지 못한 아침밥을 먹으면서 캠핑장에 이른 입실이 가능한지 연락을 했다. 다행히 바로 입실해도 된다고 하여 우리는 10시 반쯤 캠핑장에 입실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 일찍 캠핑장에 도착한 것이 잘못이었다.
예약이 꽉 차서 선택지 없이 예약한 두 가족 사이트는 맨 끝에 있는 펜션동 바로 옆에 조금 어색한 위치에 있었다. 사방이 숲과 나무지만 정작 사이트 아래는 그늘 한 점 없는 땡볕 사이트라는 것을 알아차리는 동시에 친구네 가족의 눈치를 살피기 시작했다. 더위에 강한 나 조차도 너무 덥다. 어쩌지!
우리가 예약한 두 가족 사이트는 블랙 타프가 아무 소용없는 직사광선이 사방으로 내리꽂는 그런 사이트였다.
피칭을 시작하자마자 남편들의 상의는 이미 땀벅벅이었고 아이들은 더위에 짜증 내기 시작했다.
그냥 서 있기만 해도 이마에서 땀이 물 흐르듯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타프와 텐트 피칭을 끝내자마자 장비들을 내던지고 모두 다 같이 수영장으로 뛰어들었다.
이러다 일사병으로 쓰러질지도 모르는데 간지 세팅이고 나발이고, 사람부터 살고 보자!
우리 사이트에 수영장이 참 멀다. 덥지 않았다면 멀다고 투덜거리지 않았을 거리였지만.
빠른 걸음조차 하기 힘들 정도로 더워서 더 멀게 느껴졌다.
수영장 가는 길에 있는 데크 사이트들이 참 부러웠다. 나무 그늘 아래에 벌써부터 고기를 구워 먹는 가족들도 있었다. 얼마나 시원하면 이 날씨에 숯불도 피우고 고기를 구워 먹을까?
눈앞에 파랗고 넓고 깨끗한 수영장을 보니 더위도 한숨 가라앉았다.
펜션 투숙객 입실 전이라서 수영장에 사람이 거의 없어 여유롭게 물놀이를 할 수 있었다.
수심이 120cm라서 준이 발이 닿이진 않지만 튜브 끼고 발장구 치는 걸 좋아하는 아이라 깊은 곳을 더 좋아했다. 더위를 피해 풍덩 들어간 수영장에서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정말 신나게 놀았다.
태양이 사라지기 전에는 물 밖으로 절대 나가지 않으리라!
수영장에 있는 워터슬라이드는 보기와 다르게 너무 재밌었다.
그냥 맨 몸으로 내려가면 도중에 멈춰서 셀프로 엉덩이를 끌고 내려와야 되지만 도넛 튜브를 엉덩이에 깔고 워터슬라이드 타고 내려가면 시속 100km 느낌의 스릴을 느낄 수 있었다. 우리 모두가 수십 번을 탔다.
그런데 아무리 놀아도 놀아도 또 놀아도 대낮이다. 오히려 태양이 더 강하려 내려쬐고 있었다.
캠핑장에 너무 일찍 온 탓에 지칠 만큼 놀았음에도 이제 겨우 1시였다. 제일 더운 시간대에 물 밖으로 나가야 된다니!
더위보다 더 힘든 배고픔을 이기지 못하고 텐트로 돌아갔다. 미리 배달 주문한 치킨과 함께 간단한 뉴욕 핫도그를 만들었다. 입맛이 없었지만 치킨은 역시 언제나 맛있다.
폭염 속에서 배까지 부르니 더 이상 움직일 힘이 없었다. 나머지 짐들은 한쪽으로 몰아 놓고는 필요할 때마다 꺼내기로 하고는 우리는 또다시 수영장으로 갔다.
수영장은 정말 좋았다.
미끌거리는 다른 수영장과 달리 앳더몬 수영장 바닥은 뽀드득했다. 늦은 밤 수영장 청소를 하시는 사장님을 보니 깨끗한 이유가 있었다. 호텔 수영장에서 사용하는 로봇 청소기로 여과기 작동하며 바닥 청소를 하셨다.
해가 저물기 전까지 우리들은 타프 그늘 아래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오늘따라 유난히도 길었던 낮이 지나고 드디어 기다리던 저녁이 왔다.
삼겹살은 숯불 대신 팬에 구웠다. 더위를 먹은 탓에 어른들은 입맛을 잃었다. 물놀이에 지친 아이들을 배불리 먹인 후 이른 잠을 재웠다. 지겨운 물놀이로 인해 아이들은 다음날 물놀이하고 싶단 말을 하지 않았다. 다만 더위를 피해 어쩔 수 없이 수영장에 들어가 있었던 같다.
깊은 밤이 되었지만 열대야로 인해 전혀 시원함을 느낄 수 없는 여름을 원망하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꽤 자주 만나는 사이인데도 우리들의 수다는 끝없이 이어졌고 해가 뜨는 것이 너무 두려웠다.
작년 여름엔 주말에 비가 자주 내려서 대부분 우중 캠핑이었다는 걸 밤이 되어서야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