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산업을 통해 본 AI시대기술혁신 우리를 되돌아본다.
최근 인공지능 산업은 전 세계적 경쟁의 중심으로 대두되고 있다.
인공지능 산업은 사실 과거 산업 혁명과는 매우 다른 양상으로 흘러가는 측면이 있다. 아마도 산업의 특성이 다르기에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보인다. 과거 산업혁명은 기계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인간의 노동이 중요했지만, 인공지능으로 대표되는 정보산업 사회에서 우리는 대량실업과 산업 전환이라는 두 가지 복잡한 문제를 맞이하고 있다.
산업 측면으로 인공지능은 어떤 특징을 따라갈까? 그런 미래 예측을 하기 위해서는 과거의 산업발전 과정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멀지도 않은 우리나라의 통신산업 발전과정 경험을 통해 인공지능 산업의 특징을 한마디로 요약한다면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플랫폼 산업 특징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과거에도 통신산업은 대규모 투자 덕분에 빠르게 발전된 분야였다. 심지어 세계 기술을 선도한다고 한 시절도 있었다. 내가 처음으로 한국통신에 입사하고 통신인프라가 확대되던 90년대는 그런 통신 인프라 투자확대시기였다. 이 시기 한국통신공사의 특징상 벌어들이는 수익의 상당 부분을 기술에 재투자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시절 전자통신연구소 혹은 한국통신 연구소에 일하는 것이 꿈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그만큼 연구개발에 매진하던 시절이었다. 그런 기술 연구가 중심이 되던 시절이었기에 운영자들의 기량도 높았다. 운영자들 역시 운영을 위한 소프트웨어를 스스로 개발하고 운영할 정도였다.
그런 노력의 결과는 대한민국이 인터넷강국이라는 명성을 얻게 되었다. 이를 통해 관련 국산 장비회사의 발전과 함께 기술개발로 인한 기술 생태계가 커지기도 했다.
요즘 생각해 보면 중국의 인공지능 및 기술발전이 급속하게 빨라지는 이유는 과거 한국통신이 정부투자로 단기간에 기술 혁신을 해오던 과거와 닮았다. 그러나 그런 흐름의 맥이 끊기게 된 이유는 IMF 이후 외화를 획득하기 위해 한국통신 주식을 뉴욕증시에 내놓고 민영화가 되면서부터 경영방침 변경으로 인한 것으로 기억한다.
90년대와 2000년을 맞이하는 시점 우리나라 통신산업은 기술발전과 빠르게 통신인프라를 전국에 확대하고 고품질 서비스를 공급한다는 측면에서 한국통신은 통신산업 맏형으로 대응을 잘해왔다.
그런데도 외부 언론을 통해서는 지속적으로 민영화에 대한 필요성을 이야기하는 이야기가 거의 30년 내내 지속되었다. 한때는 삼성이 한국통신의 주인이 되어야 한다는 등 여러 재벌 대기업에 속해야 한다는 당위를 주장하는 언론기사가 많았다.
특히, 내가 기억으로 1996년부터는 한국통신은 공룡이라는 비판기사가 많이 언론을 도배했다. 그리고 단골로 나온 이야기는 주인 없는 회사라는 비판이었다.
그런데, 회사에서 30년을 경험해 온 나로서는 과거의 언론의 프로파간다는 한국 재벌들의 비정상 지배구조가 오히려 주인 있는 기업이라는 인식을 대중들에게 심어준다. 이를 통해 재벌가에서 통신산업 분할 및 소유를 위한 프레임을 의도적으로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이명박 정부시절에는 수도, 가스, 의료 민영화를 하려고 한 배경에는 본질적으로 공공투자로 만들어진 산업을 정권에 결탁한 자본이 나눠먹기를 할 경우 자기 자본 없이 리스크 없이 황금알을 낳는 사업권을 가지게 되는 혜택 때문이다.
따라서, 민영화를 통해 혁신이 이뤄진다고 하는 주장은 사실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진실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오히려 의도가 담긴 프로파간다라고 봐야 한다. 대규모 투자를 통한 공적 인프라를 갖추는 산업의 경우 민영화를 통해 얻을 효과가 없는 산업군이라는 것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민영화가 된 이후 KT를 평가한다면 공적인 순기능은 사라졌다. 예를 들어 국산장비 개발은 거의 노력하지 않았고, 외산 장비만 구매하다 보니 국내 산업 생태계에 기여하던 과거 한국통신시절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또한, 무선 통신비용의 경우 다른 국가에 비해 설비투자는 없지만 높은 요금을 유지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런 부분이 민영화에 따른 통신공공성이 무너진 이유라고 할수 있다.
공적기업의 순기능은 손실을 보고도 기업을 운영하면서 산업생태계를 키우고 공적 이익을 위해 기업이 운영되는 것이다. 현재 지하철 공사는 그런면에서 매우 잘 하고 있다. 전세계에서 한국 지하철에 대한 칭송하는 것을 볼수 있다. 비록 지하철 공사는 적자상태이지만 오히려 바람직한 적자라고 생각한다. 여전히 지하철 공사임원들은 적자를 줄이려고 인력 감소 등을 해나가지만 공공성 측면으로 본다면 바람직하지 않다. 지하철 공사로 인해 산업 생태계 측면에서 국산 철도기술이 발전하게 되었다. 이런 흐름이 공적인 투자라고 할수 있다.
통신은 인프라 산업이라고 할 수 있다. 과거 KT가 기술개발에 많은 노력을 해왔던 역사가 이제는 희미해진 것 같다. 나 역시 과거 대전 전자통신연구소와 대전연구소에 6개월간 파견으로 RAS장비라는 일종의 다이얼업 모뎀과 인터넷을 접속해 주는 대용량 게이트웨이를 만드는 과정에 참여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제품이 마무리될 시점 신문에 놀라운 기사가 나왔다. 루슨트테크놀로지는 동일한 기능을 가진 장비를 덤핑으로 내놓았고 우리 장비는 제작해 봤자 아무런 시장성도 갖추지 못하게 되었다. 이로 인해 실제로 제품은 나오지도 못한 채 사장되었다. 이때 알게 된 글로벌 기업의 특징은 제품을 싸게 팔지언정 기술이 발전하는 토양은 만들지 못하게 한다는 것이 그들의 전략이란 것을 알게 되었다.
또 다른 사례로 노던텔레콤에서 공급했던 데이터교환기를 수리를 하기 위해 출장 온 기술자는 우리 직원들이 명령어를 볼 수 없도록 주변에 바리케이드를 쳐 놓고 작업을 했다. 한편으로는 매우 치사할 정도로 기술 유출에 철저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럼에도 어깨 너머 배운 기술로 모방해서 교환기 기술을 만들어낸 연구원들과 직원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해외기업의 경우 우리보다 기술 혁신에 목을 매는 이유는 본질적 부가가치가 기술에서 나온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본질적으로 기술 혁신은 자본 투자에 절대적 영향을 받는다.
미국과 같은 투자자본이 풍부한 경우는 정부투자 없이도 가능하다. 그런 미국도 군수산업에 투자하는 공적 자본이 기술혁신을 이끌어 낸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경우 민간 투자자금만으로 기술혁신 투자는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과거 통신강국을 만든 것은 한국통신시절 대규모 투자가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미국이야 달러패권을 가진 기축통화국으로 투자자금이 풍부하기에 기술이 발전되지만 그 외의 나라에서는 정부의 기술투자가 절대적이다. 오늘날 중국의 기술 굴기를 보면 과거 국가자본의 투자로 인한 기술발전했던 우리의 과거와 정확하게 일치한다. 그와 함께 기술은 하나의 패권으로 작동하는 시대이기에 인공지능 산업에서도 국가적 지원이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통신산업의 발전 사례와 정보통신 산업 쇠퇴원인에 대해 비교 분석이 필요한 시점이다.
현재는 한국사회에서 기술자들의 생태계가 남아있는지 의문이 든다. 근본적 이유는 IMF 이전이면 비싸더라도 자체 개발 장비를 사용했지만, IMF이후에는 가격에 따라 장비를 선택하게 되었다는 점에서 기술이 자라날 수 있는 생태계가 파괴되어 우리 기술이 발전될 기회를 놓치게 되었다.
여기에 기술자들에 대한 존중이 과거에 비해 존중이 사라진 점을 생각할 수 있다. 물론 일제강점기부터 이어온 수직적 조직문화 속 인문계가 승진이 빠르고 기술자는 하급으로 취급받아 왔지만 점점 더 기술자는 하도급 회사 또는 비정규직으로 내몰리면서 기술자들이 존중받지 못하는 구조가 되었다.
이런 현실은 기술자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힘든 일 하고도 대접받지 못하는 사람들이란 인식이 자리 잡게 되었다. 90년대 대학 신입생 시절 전자공학은 매우 인기 있는 학과였다. 분명 학교 다니면서 배울 것은 많았지만 희망이 있었다. 그러나 IMF. 이후 벤처붐을 거치면서 희망을 가지고 기술기업을 만들고 도전하다 실패한 사람들에게 온 청구서는 혹독했다.
결국 학생들은 안정된 직업을 찾고자 했고, 대학에서는 의대 아니면 공무원을 선호했다. 이러한 움직임을 가속화한 또 다른 요인은 IMF라는 흐름과 세계화 흐름을 타고 미국에서 온 전문 경영인제도는 직원과 경영임원의 임금 격차를 벌려 놓았다. 문제는 이들 경영자들이 높은 연봉을 받고 있지만 그들의 능력을 검증할 수도 없는 정권 낙하산으로 오기 시작하면서 점점 기술회사가 아닌 구조조정 회사로 변화되었다.
이국종 교수의 이야기인 "입만 터는 문과 X들이 해 먹는 나라"라는 비판은 혹독해 보이지만 우리 사회 기업 혹은 조직에 적용하면 모두 동일하다.
통신노동자로서 내가 다니고 있는 KT도 마찬가지이다. 그리고 KT만의 문제면 좋겠지만 사실은 국내 대다수 재벌 대기업 모두가 마찬가지 현상이 있다. 다만, 나를 비롯한 KT직원들은 다른 회사에 비해 목소리를 내는데 좀 더 개방적일 수 있다. 아마도 공사로부터 이어온 소유분산 지배구조가 특정 대주주에 종속되어 있지 않는 직원들의 주인의식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경영감시를 하기 어려운 이사회의 구조로 인해 경영감시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점은 여느 기업과 마찬가지로 문제가 많다. 이러한 문제는 한국사회의 본질적 기업문화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다.
기술중심 기업이 되려면 사람에 투자해야 한다. 그러나 한국사회 기업은 주로 특정계급만 임원이 되는 구조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재벌가와 같은 혈연에 의한 계급, 혹은 서울대 동문 중심 학연계급, 혹은 정부요직이나 정권 낙하산으로 온 사람들의 전성시대가 되면서 실질적 일하는 사람들은 상대적 박탈감이 커진다.
이런 특징은 계급사회 구조를 통한 기업이라는 전근대적 경영구조와 특징을 가지고 있다.
특히 기술도 잘 모르는 임원들에게 착취당하는 구조속에서 노동자들은 자괴감과 의욕상실을 하게 된다. 결국 한국사회 기술생태계는 무너진다. 그럼에도 실력 없는 임원들은 기술인력과 현장에 대한 무시하는 경향은 특징처럼 나타난다. 얼마전 KT는 구조조정을 통해 기술인력은 더 적은 월급 받는 구조로 만든 기술전문회사로 분사하는 등 현장기술인력들의 노동은 낮은 가치를 부여했다. 따라서 더 낮은 임금 받기 싫은 직원은 본체에 남았고 그들에게는 어떤 임원이 자괴감 들게 해 줄 거라고 하며 실적이 나오기 어려운 영업부서로 돌렸고 그렇게 자괴감을 느낀 젊은 직원은 스스로 삶을 마감했다. 우리는 이런 죽음이 일상인 세상에 살고 있다.
노예로 살기 싫다면 각자의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목소리는 회사와 국가공동체를 위해서도 필요한 의무라고 할 수 있다. 경영자도 자신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본질적 기업이 성장하는 길은 기술기업이 되는 것이다. 장기적 비전으로 기술 투자와 함께 기술을 개발하는 사람에 대한 존중이 요구된다.
국가 역시 인공지능 시대 기술발전과 분배를 위해서는 국내 산업생태계를 복원할 필요가 있다. 산업생태계에는 기본적으로 자본이 필요하고, 기술자들에 대한 존중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것을 이루기 위한 국가 및 기업 모두 수평적 조직과 의사결정 구조가 필요하다.
이제는 기업의 이사회부터 변화를 해야 한다. 기업들은 아무것도 모르는 교수들 모아서 거수기를 만들지만 본질은 이해관계자 집단이 이사화를 구성해야 한다. 따라서 노동 사회 전문가와 주주등이 함께하는 이사회 구조에서 의사결정을 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다양한 합의 기구와 공론장은 시민사회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기업 및 국가 모두에서 필요하고 의사결정을 이뤄내는 과정의 성숙함이 필요하다. 결국 민주적 요소는 미래산업과 미래사회를 이끌어 내는 수단이 될 것이다. 시대와 기술이 변화되면 의식과 제도변화가 따른다. 그러나 아직 전근대성을 버리지 못한 채 외형만 커버린 한국사회 산업 및 의식의 변화가 되어야 미래를 제대로 준비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