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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라미 Dec 20. 2023

잦은 병치레

어린이집, 엄마의 분리불안

아이가 어린이집에 다니면서부터 당연하게도 잦은 병치레가 시작되었다. 원에 입소하기 이전에는 예방접종 때만 병원에 가던, 아픈 적이 없는 아이였다. 3월에 울며불며 매일 등원해 간신히 적응을 좀 하나 싶었는데, 4월 들어서는 독감과 바이러스가 온 어린이집에 유행해 등원한 날이 손에 꼽을 정도가 되었다. 아이가 좀 적응할 만하면 아팠고, 일주일을 집에 있다가 등원하면 다시 눈물바람이 시작되었다. 



아이는 내내 콧물을 달고 살았다. 항생제를 먹지 않는 날이 드물었고, 한 달에 한두 차례 고열에 시달렸다. 좀 나아졌다 싶어 다시 등원을 시작하면 일주일을 못가 설사를 하거나 기침을 시작했다. 컨디션이 좋은 날이 드물었다. 



아이는 원래 아프면서 크는 것이고, 원에 다니면 각종 유행병을 피할 수 없다. 이 단순명료한 명제를 잘 알면서도 나는 스트레스를 받았다. 수시로 아이의 이마를 짚어보고, 열을 체크하고, 감기에 걸릴까 싶어 자는 아이의 옷을 입혔다 벗기기를 반복했다. 열이 조금이라도 감지되면 한숨부터 나왔다. 건강한 아이를 데리고 있는 것보다 아픈 아이를 돌보는 일이 몇 배는 더 힘들었다. 게다가 나에게는 아이의 병간호를 같이할 파트너가 없었다. 



본래 불안이 높은 기질을 타고난 나는 아이가 아프면 잠을 자지 못했다. 의식이 끊어지는 순간에 아이에게 어떤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있었다. 밤새 아이의 곁을 지키며 끊임없이 열을 쟀고, 행동지침을 인터넷으로 검색했다. 식은땀이 나면 어떻게 해야 하나. 고열이 끓을 때는 옷을 벗겨야 하나. 어떤 상황에서 응급실로 달려가야 하나. 걱정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고 꼴딱 밤을 새우고 나면 이게 뭐하는 짓인가 싶었다. 



워킹맘들은 대체 이 위기를 어떻게 견딘단 말인가. 복직 이후의 일들이 까마득하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아이가 아프면 기본 일주일은 어린이집에 등원하지 못했다. 맞벌이 부부로서는 달리 도움을 받을 곳이 없으면 아이가 아프더라도 어린이집에 보내야 한다는 얘기였다. 아픈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고 돌아서는 부모의 마음은 또 어떨까. 이러니 대한민국 출산율이 높을 수가 없지! 



아이가 어린이집에 등원하기 전에는 가정보육을 하는 일이 전쟁이었다면, 어린이집을 다니면서는 병원에 다니고 약을 먹이는 일이 전쟁이었다. 동네 소아과에서도 접수하고 진료를 보기까지 한 시간 가량이 걸렸다. 주말이나 밤에 아프면 큰일이었다. 달빛병원은 접수부터 진료까지 두 시간이 우습게 지나갔다. 그렇게 받아온 약을 아이는 잘 먹어주지 않는다. 평소에 좋아하던 것들도 고개를 저을만큼 식욕이 떨어진 상태인데, 약을 잘 먹을 리가 없었다. 달래고, 여러 번 걸쳐 나누어 먹이고, 주스에 타 먹이고, 요거트에 숨기고… 결국 억지로 입을 열어 약을 집어넣으면 아이는 토해내기 일쑤였다. 어린이집에 보내기만 하면 모든 것이 편해질 줄 알았는데, 결코 아니었다. 





사진 출처 :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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