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계수 잎 그 뒷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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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나를 자꾸 병신 만들어!!"
우리 할무이 할부지의 아침은 새벽 4시 반이면 시작한다.
씻는 소리 밥 짓는 소리 투닥투닥 일상의 소리 넘어
곧 할무이의 높아진 언성이 들렸다.
"왜 나를 자꾸 병신 만들어!!"
하아.. 불면증인 나는 겨우 잠들었지만 여러 소리들 틈
그 병신 소리에 잠이 깨고야 말았다.
아마 거동이 불편한 할무니가 쓰레기를 버리러 밖에 나가려는 걸
할부지가 그냥 두라고 했을 테고 할무이는 그간 설움이
그 한 마디에 터졌겠지.
할머니의 목소리에 모든 지나날의 속상함이, 억울함이 묻어났다.
말 안 듣는 그 시절 남자의 표본인 할부지는 참 많이도 할무이를
힘들게 했다. 그의 자식들은 또 어떤가
물론 나까지도...
할무이는 모두를 키워냈다.
말 그대로 몸 바쳐
굽은 허리를 보면 하늘 한 번 바라보지 못했을 그 시절이 떠올라
눈물 나고
더듬더듬 걷는 그 발을 보면 모든 연골이 닳아간 그 시절이 떠올라
눈물 난다.
할부지는 갑작스러 아침부터 왜 그러냐 하셨지만
할무이는 평생의 그 서글픔을 토해내고 있었다.
"당신이 진짜 와이프를 걱정하면 내 손잡고 천천히 걸어
운동을 시켜주지 말로만 암것도 하지 말라하고 왜 사람을 병신 만들어
그게 진짜 와이프를 위한 거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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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평생을 살아도 좁혀질 수 없는 남녀의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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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을 괜찮다 괜찮다
감당할 만큼의 정도를 넘어선 그 사랑을 평생을 주고
아픈고 늙은 몸을 스스로 바라보며
뵈기 싫다 거울을 치우는 할머니를 보며,
장날에 시장 한 바퀴 돌러 나가는 찰나에도
입술에 루즈를 바르는 할머니를 보며
이 복잡 미묘한 감정을 어떻게 옮겨야 할지도 모르겠다.
연거푸 할부지는 '미안하다' 말했지만
그 마음 헤아렸을지는 모르겠다.
가부좌 틀고 앉아 아무것도 하지 않았던 할부지가
부엌일을 하고, 친구분들과 약주 한 잔 하러 나가시면
기본 안주로 나오는 삶은 계란 두 알을 주머니에 넣어 할무이에게
가져다주신다. 할무이는 그 계란 두 알을 나에게 보이며
매일 같은 말을 하신다.
'할부지가 늘 나 먹으라고 가져다주신다'
미소를 띠며 나에게 자랑을 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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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 할부지가 나 죽을까 봐 저래.'
평생을 같이 했으나 그 끝은 같지 않을 수 있다는 걸
두 분은 알고 계신다.
상상만으로 심장이 애린데
두려움에 생각도 하기 싫은데
일찍이도 죽음을 준비하고 계신 두 분은
두려우실까?
나는 인생의 마지막에 어떤 말을 하게 될까
무엇이 옳은지 알지도 못한 서툰 나는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무슨 말을 남기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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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 전 할머니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이마에 뽀뽀를 하고 나온 나는
며칠 째 그 날의 '병신' 소리가 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