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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윤서 Feb 05. 2021

지극히 개인적인

장 그리니에 [섬]을 아시나요?

_

구태여 나에게 온 문장들이 있다.


삶을 지나쳐 온 모든 책들은

다른 모양으로 빚어졌다.

그 한 문장을 위해 우린 커다란 책장을 뒤지고

영혼을 울릴 책과 운명적 만남을 갖게 된다.


글 속에는 또 다른 글이 있다.

그 단어가 그 문장이 나오기까지

작가의 영혼을 채운 수많은 글자들이 모였고

그 책 한 권에서 현재 필요한 응축된 문장을 수혈받는다.


_

몇 년 전 읽고 있던 책에 장 그리니에 [섬]이라는 책의 제목이 언급되었다.

보통 한 구절에 홀려 책을 읽는 경우가 많아

그 책이 궁금했고 구매를 했다.


근데 앞에 그토록 예찬하는 작가들과 다르게

장 그리니에의 언어가 읽히지 않았다.

이유는 모르겠다.

눈동자는 그 글들을 지나갈 뿐

뇌는 멈춰있었다.


그대로 접어 다른 책들 사이에 두었고

몇 년이 지나 또 다른 책에서 [섬]이 언급되었다.


그리하여 나는 다른 작가들이 그리도 말하는 저 책에 대해

함께 공감하고 싶다는

욕망에 사로잡힌다.


'읽히지 않아도 읽자!!'


이미 서너 번 읽어본 앞부분을 지나쳐

(읽으려 여러 번 시도했다) 드디어 책의 본문을 읽어나갔다.


사실 모든 문장을 열성을 다해 읽지 않는다.

그저 읽히는 문장을 찾아 그 많은 페이지를 넘기는 나다.


마음을 비우고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는 순간

'아! 드디어!!'

속으로 밀린 숙제를 해낸듯한 느낌이었고

그 감격에 글을 쓰고 있다.


필사를 하기 위해 남겨둔 열일곱 개의 문장 혹은 문단만을 두고

아마 몇 년은 이 책을 열어보지 않겠지만

이 문장들을 만나기 위해 몇 년을 마음에 이 책을 품고 살았는지


구태여 내게 온 모든 것들에게

마음 좁은 나는 이렇게 시간이 걸리더라도

생각하고 있고 그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온도로

만남이 이루어짐을 다시 한번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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