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그리니에 [섬]을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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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태여 나에게 온 문장들이 있다.
삶을 지나쳐 온 모든 책들은
다른 모양으로 빚어졌다.
그 한 문장을 위해 우린 커다란 책장을 뒤지고
영혼을 울릴 책과 운명적 만남을 갖게 된다.
글 속에는 또 다른 글이 있다.
그 단어가 그 문장이 나오기까지
작가의 영혼을 채운 수많은 글자들이 모였고
그 책 한 권에서 현재 필요한 응축된 문장을 수혈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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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읽고 있던 책에 장 그리니에 [섬]이라는 책의 제목이 언급되었다.
보통 한 구절에 홀려 책을 읽는 경우가 많아
그 책이 궁금했고 구매를 했다.
근데 앞에 그토록 예찬하는 작가들과 다르게
장 그리니에의 언어가 읽히지 않았다.
이유는 모르겠다.
눈동자는 그 글들을 지나갈 뿐
뇌는 멈춰있었다.
그대로 접어 다른 책들 사이에 두었고
몇 년이 지나 또 다른 책에서 [섬]이 언급되었다.
그리하여 나는 다른 작가들이 그리도 말하는 저 책에 대해
함께 공감하고 싶다는
욕망에 사로잡힌다.
'읽히지 않아도 읽자!!'
이미 서너 번 읽어본 앞부분을 지나쳐
(읽으려 여러 번 시도했다) 드디어 책의 본문을 읽어나갔다.
사실 모든 문장을 열성을 다해 읽지 않는다.
그저 읽히는 문장을 찾아 그 많은 페이지를 넘기는 나다.
마음을 비우고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는 순간
'아! 드디어!!'
속으로 밀린 숙제를 해낸듯한 느낌이었고
그 감격에 글을 쓰고 있다.
필사를 하기 위해 남겨둔 열일곱 개의 문장 혹은 문단만을 두고
아마 몇 년은 이 책을 열어보지 않겠지만
이 문장들을 만나기 위해 몇 년을 마음에 이 책을 품고 살았는지
구태여 내게 온 모든 것들에게
마음 좁은 나는 이렇게 시간이 걸리더라도
생각하고 있고 그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온도로
만남이 이루어짐을 다시 한번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