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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riting Tree Sep 11. 2019

[독후감 시리즈]우리가 망각하고 있는 돈보다 중요한 것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 마이클 샌델

우리는 자본주의 세상에 살고 있다. 돈만 있으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 같다. 돈이 많아도 건강하게 사는 것보다는 중요하지 않다는 것도 옛말이다. 이제는 어느 정도의 건강은 돈으로 살 수 있게 되었다. 돈이 없으면 사랑도 사치다. 예쁜 카페에서 데이트를 하려면 국밥만큼이나 비싼 커피와 케이크를 사 먹어야 한다. 100일, 200일 등 1년에 서너 번씩 있는 기념일에는 크지 않더라도 "성의 있는" 선물을 해야 한다. 돈이 뭔지, 돈 때문에 사람의 목숨을 빼앗는 경우도 드물지만 생긴다. 돈은 모두의 삶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나의 삶에도 돈은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나는 부유하지는 않지만 경제적으로 어느 정도 여유로운 부모님 밑에서 비교적 좋은 교육을 받으며 자랐다. 군대에 와보니 해외여행을 한 번도 가보지 않았거나 기껏해야 한 두 번 다녀온 사람도 많았는데, 나는 이미 20개가 넘는 국가를 여행해봤다. 심지어 부모님이 모든 여행 경비를 지원해주시겠다는데도 불구하고, 여행이 귀찮다는 배부른 이유로 몇 년째 가지 않고 있다.


남들보다 풍족한 삶을 살았는데도 뭐가 그렇게 갖고 싶은지. 내 삶의 목표는 큰돈을 버는 것이었다. 더 좋은 집, 좋은 차, 비싼 옷, 맛있는 음식을 돈 걱정 없이 즐기고 싶었다 (역설적이게도 누군가에게 나는 이미 이 모든 것을 누리고 있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말이다). 그런데 돈으로 행복은 살 수 있을까? 왜 세계의 갑부들은 모두 행복해 보이지만은 않을까? 시장경제가 그렇게 완벽하다면 성매매, 노예 매매는 왜 법적으로 금지되어있을까? 분명 돈으로 살 수 없는 특정 도덕이나 미덕, 가치들이 존재한다고 느끼지만 우리가 사는 사회에서 이런 불문율은 점점 깨지고 있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의 저자 마이클 샌델은 돈이 가치를 판단하는 유일한 기준이 되어가고 있는 현대 사회에 철학적 의문을 제기한다. 오랫동안 인간의 공동체에서 미덕으로 존중받던 것들이 이제는 시장에서 돈으로 거래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분명 우리, 그리고 타인의 삶에 부정적인 영향이 없어 보이는 거래에도 문제가 들어 있을 수 있음을 꼬집는다. 예를 들어, 유명 인사의 죽음을 놓고 도박을 하는 행위는 그의 죽음을 촉진시키지도 않으면서 도박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흥미를 돋우는, 계산적으로는 바람직한 행위다. 그러나 우리는 왠지 모르게 이런 행동에 반감을 느낀다.


샌델의 또 다른 역작인 <<정의란 무엇인가>>가 각광받았던 이유는 정의라는 주제가 가지는 특별함도 있었지만, 그보다 샌델이 정의 Justice에 대한 여러 가지 관점과 정의 definition을 보여주며 독자들로 하여금 스스로 주제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는 데 있었다. <<정의란 무엇인가>>를 읽어본 사람 들으 알겠지만, 그 책의 예시와 샌델의 설명은 독자 스스로 생각해보지 않고 가볍게 넘어갈 수 없게 만든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을 읽으면서도 이와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시장이 우리 인생에 너무나 많이 침범하는 것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던 우리에게 시장이 가지는 도덕적 한계를 스스로 통찰하게 만든다. (그러나 한편 샌델 스스로가 가지고 있는 의견을 독자들에게 조금씩 주입시키기도 한다. 이런 의견은 <<정의란 무엇인가>>에 대해서도 있었는데, 이는 독자들 스스로 비판적인 독서를 통해 이겨내야 한다.)


나는 이 책에 나오는 모든 내용에 동의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샌델이 보여주는 "돈으로 사면 안 되는" 가치들은 우리 주위에 전통적인 가치가 너무 쉽게 거래되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게 한다. 그리고 언젠가는 거래 대상이 되면 우리의 거부감을 일으키는 가치들이 아무렇지 않게 돈으로 거래가 되지 않을까 섬뜩해진다.


언젠가는 돈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는 사회가 올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가 정말로 그런 사회에서 살고 싶은지 스스로 질문해봐야 한다. 돈으로 사면 안 되는 것도 있지 않을까? 돈이 인생의 최우선 순위가 되고 있는 오늘날, 돈으로 살 수 없는 가치를 찾아보며 인생의 의미를 되짚어 볼 필요도 있을 것 같다. 우리를 지겹도록 보시지만 억만금을 줘도 자기 자식은 팔지 않을 것이라는 부모님들의 이야기는 빈 말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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