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씩 그런 사람을 보게 된다. 되게 퉁명스럽고 날카롭다 느껴지는 사람. 툭툭 던지는 말 한마디가 가시 같은 사람. 한 번 눈이 마주치면 지레 눈을 피하게 되는 그런 사람.
어렸을 때는 그런 사람과 친해지고 싶지 않았다. 이성적이기보다 감성적인 사람인 나는 작은 말에도 쉽게 상처받았고, 쭈글쭈글해지던 사람이었다. 그런 내게 툭툭 말을 던지는 사람은 참 독초 같았다지.
살다 보면 나와 결이 다르다고 느껴지는 사람과도 만남을 해야 하는 일이 많더라. 더군다나 어리면 어릴수록 내가 원하지 않았던 관계를 더 많이 가졌던 것 같다. 세월이 흐를수록 자연스레 내 주변엔 나와 비슷한 사람들만 남게 되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나는 나와 결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사랑의 감정을 느끼기도 한다.
오늘은 날이 너무 좋았다. 미세먼지도 하나 없고, 하늘은 푸르렀다. 게다가 방안으로 내리쬐는 따뜻한 햇살. 편집만 하는 내 신세가 참 초라하기 그지없었다. ‘오늘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마음을 다잡고 작업을 하다가도 ‘오늘이 지나면 이같은 환상적인 날은 다시 오지 않을 거야’하는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서둘러 산책하기에 알맞은 옷을 입었고, 얼마 전에 산 런닝화를 신었다. 마음 같아서는 한강까지 가고 싶었지만 오늘은 욕심부리지 말자. 집 근처에도 꽤나 근사한 공원이 있으니까. 한동안 걷다 보니 공원 화단이 기다란 폴리스 라인으로 막혀있었다. 이곳만큼은 넘보지 마세요의 의미를 담은 빨간 선 뒤로 아름다운 튤립들이 피어있었다. 다치기 쉬운 아름다움에는 하나같이 위협적인 울타리가 있더라.
장미 한 송이가 본인을 날카로운 가시로 무장하듯, 연약한 고슴도치 등 뒤로 가시가 돋듯. 나도 다치기 쉬운 영역에는 하나같이 위협이라 적혀있는 폴리스 라인이 둘러져 있다. 나의 경우에는 내 마음이 불편하다 생각되면 괜히 웃음을 짓는다. 선뜻 받은 호의에는 경계심이 가득한 안테나를 세워 상대의 뜻을 파악하기 위해 힘을 쓴다. 이 적당한 라인이 있어야 나를 지킬 수 있다는 사실은 꽤 나중에 알았다.
모든 사람에게 인정받을 수도, 좋은 사람이 될 수도 없는 일이지만 아무렴 어때. 내가 활짝 피기 위해서 다른 이들의 인정 넘친 찬사 따위는 내게 필요 없는 일.
공원을 더욱 아름답게 조성하기 위해 필요한 저 폴리스 라인. 이처럼 나의 마음 밭을 가꾸기 위해서는 안·전·제·일 방어선 하나쯤은 있어야 했다. 그리고 내게 함부로 대하는 것들을 향해 있는 힘껏 소리치기로 했다.
나의 마음 밭은 그만큼 소중하고 아름다운 것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