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 내가 할 수 있는 엄마로서의 최선을 고른다
18개월 된 나의 하나뿐인 사랑스러운 아들이 하나 있다. 그전에는 '내 목숨보다 소중한 아이'라는 말은 도대체 어떤 마음일까 늘 궁금했는데 이제는 절로 공감하는 말이다. 1년 넘게 육아를 해보니 점차 육아관이나 육아 방향성이 간결해지는 느낌을 받는다. 물론 그 과정 동안 무리도 많이 하고, 혼자 울기도 하고, 버거워 깊은 한숨을 뱉어낸 날이 수두룩하다. 나는 아기의 개월수에 맞춰 필요한 자극은 적극적으로 주되, 아이의 속도를 인정하고 기다리려고 항상 되새긴다. 그리고 안전에 위배되는 게 아니라면 아기의 자유로운 탐색을 허용해주고 있다. 단, 허용과 제한, 금지를 명확히 구분해 일관되게 유지하려고 한다. 적어도 그날 내 감정과 컨디션에 따라 어제 된다고 했던 게 오늘은 안 되는 일이 없도록 말이다. 몸이 힘들어도 아기를 대하는 마음만큼은 반듯하게 다려 내가 할 수 있는 그날의 최선을 골라 대한다. 내 허리가 유난히 아픈 날에는 무리해서 바깥 놀이를 가기보다는 찰흙으로 아기가 좋아하는 중장비를 만들며 놀기로, 감기가 걸려 힘든 날에는 누워서 쉬는 걸 빙자해서 병원놀이를 시전 한다. 그날 나의 컨디션이 육아태도가 되지 않게 방어선을 지키며 육아하고자 한다. 이런 명확한 방어선 경계와 내려놓음을 스스로 마련하기 전까지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다.
나는 예민한 엄마다. 섬세하고 드러나지 않는 비언어도 잘 읽는 편이며, 다채롭게 표현하고 말해주는 편의 엄마다. 여기까지가 엄마로서의 나의 장점이라면, 단점을 뽑자면 해주고 싶은 만큼 못할 때면 쉽게 자책하고 주제파악 못하고 과한 목표를 정해 실행하다 혼자 지치고 마는 점이다. 그래서 무리하는 날이 많고 쉽게 방전된다. 엄마만의 욕심이 아기에게 악영향이 갈 수 있다는 걸 자각하기 전까지 심각한 육아 번아웃이 두 번 왔었다. 육아라는 길고 긴 릴레이에 점검이 필요했다. 반려인과 많은 대화를 나누고, 주변 육아 선배들에게 자문도 구하고 책을 보고 공부하며 점차 육아에 힘을 빼는 법을 배워갔다. 육아에 쓸 에너지를 잘 배분해서 무리하는 날이 없도록, 지친 머리와 몸을 만들지 않는 라이프스타일을 점검해 나갔다.
* 아이에게 무언가를 해주고 싶다는 욕망에서 자유로워지기
→ ~를 안 해주면 아이에게 안 좋다, 좋다는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나 상황에 맞는 필요한 자극은 주되 줘야 한다는 압박감과 그것을 제공하고 싶어 하는 나의 사사로운 욕심을 배제하기
* 꼭 필요한 정보만 선택해서 찾아보고, 필요한 부분을 책을 통해 습득하기
→ SNS에서는 육아팁이나 육아템 추천 등 육아 시 이건 절대 하지 마라, 모르면 후회하는 것들 등 지금의 육아는 불완전하다는 느낌 내지는 모르면 어떻게 될 것 같은 불안감을 조정하는 정보들이 난무한다. 보고 있자면 도움이 되고 실천에 써먹을 수 있는 것들도 있지만 그보다는 남과 나를 비교하고, SNS의 다른 아기와 나의 아기를 비교하며 나에게 부족한 부분에 매몰되기 쉽다. 건강한 반성을 넘어 자책이나 무기력함, 주변 탓 등 부정적인 파장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그래서 나는 꼭 필요한 정보만 찾아보고, 좀 더 깊이 보고 싶을 때는 차라리 책을 구매해서 보고 있다. 다른 사람이 발췌해서 올리는 포스팅은 아무래도 약간이라도 사견이 개입될 수 있기 때문에, 한 권으로 전하는 작가의 글을 신뢰하는 편이다. 그러다 보니 육아에 대한 방향성도 명쾌해졌고, 다양한 정보 속에서 꼭 필요한 부분만 취사선택해서 도움을 받을 수도 있었다.
* 아이의 기질 파악하기, 단점을 보완하기보단 장점을 강화하기
→ 육아를 하다 보면 무슨 육아, 무슨 교육 등 다양한 이름표가 붙은 경우를 볼 수 있다. 자연스럽게 양육자들도 그런 시류를 타고 입문하게 되는데, 그러다 보면 남의 집 아기는 이런데 왜 우리 아기는 아직 이걸 못하지? 하는 싸늘한 생각에 혼자 빠져버리기도 한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내 아기의 단점에 포커스를 맞추게 되고, 남들이 다 한다는 책 육아, 몬테소리 육아, 발도로프 육아를 해내기 위해 자연스럽게 우리 아기를 끼워 넣게 된다. 나 역시도 아기가 집중력이 낮다, 다소 산만하다는 요소에 단점이라는 방점을 찍고 그걸 보완하기 위해 혼자 부단히 공부하고 고민했다. 단면 나의 아들은 호기심이 왕성하고, 자유롭게 탐색할 줄 아는 장점을 갖고 있었다. 반려인과 상의 끝에 아기가 가진 장점을 강화할 수 있도록 자유롭게 탐색할 수 있도록 대폭 허용해 주었다. 밥을 흘리던, 냄비를 다 꺼내고 놀든, 행거에 있는 엄마 옷을 다 꺼내서 놀든, 화분에 있는 돌을 꺼내서 놀든 말이다. 단, 집중력을 높이기 위해 아기가 몰입해서 노는 시간에는 소음을 내지 않고 조용히 기다려줬다. 또한 놀이가 끝나고 달려오면 재밌게 노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며 칭찬해 주었다. 그리고 주변 환경을 항상 정돈되고 깨끗하게 정리해 주고, 놀잇감은 8~10가지 정도로 제한해서 제공하되 일주일 주기로 전환시켜 주었다.
* 잘 챙겨 먹고, 잘 자기
→ 올라오는 육아 공구 아이템 살피느라 밤에 늦게 자는 일이 없도록 했다. TV나 핸드폰을 보는 시간에 건강한 집밥을 만들었다. 대충 끼니를 해결하느라 소홀했던 기간 동안 위장 기능이 떨어져 몇 달 동안 호되게 고생한 뒤부터 건강한 먹거리를 우선순위로 두고 있다. 속이 편안하니 기분도 덩달아 좋아졌다. 과거처럼 핸드폰 보는데 시간을 허비하면서 여유가 없다, 바쁘다는 핑계로 배달음식을 시키는 날은 더 이상 없었다. 잘 먹고 잘 자니 그다음 날 아침에 피곤에 절어 신경에 곤두서서 아기를 대하지도 않았다. 잘 먹고 잘 자는 일부터가 건강한 육아의 첫걸음이라는 너무 쉬운 기본이 결국 삶을 관통하는 한 문장일지도 모르겠다.
행여 안으면 부서질까 조심스럽던 네가
작은 등 두드려줘야 작게 트림할 수 있던 기특하던 너였다가,
엄마품만 찾으며 꼭 안겨 잠드는 너였다가,
이것저것 보여달라 조르며 안기는 너였다가,
이젠 점차 스스로 하고 싶어 하는 엄마만큼 밖의 세상이 궁금한 네가 되어가는구나.
한 두 걸음 떨어져 뒤에서 널 따라 걸을게.
네가 가진 색깔로 온 세상을 자유롭게 물들이길.
느끼는 감정을 올바르게 표현할 줄 알고,
기꺼이 편하게 거절할 줄 알고, 잘 쉬어갈 줄 알고
열렬하게 사랑할 줄 알고, 미친 듯이 몰입할 줄 아는
너만의 색으로 밀도 있는 삶을 소풍처럼 즐기길 바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