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
나를 위해 조금은 덜 사랑해야 한다는데.
안된다. 사랑하면 진심을 다해서.
다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사랑해서.
거리를 둬야지. 둬야지. 하다가도.
무작정 나에게로 걸어오는 사랑에
손을 주고 내 팔로 어깨를 감싼다.
시간이 지난 사랑은 형체가 변하는데
증발하기도 녹아버리기도 망가져 버리기도
사랑이 사랑이 아닌 채로 남아 뭉갠다.
사랑으로 쌓아오던 걸 사랑으로 뭉갠다.
뭉갠다. 뭉갠다. 처참히 뭉갠다.
알면서도 다 알면서도 또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