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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틀콜드 May 10. 2022

할머니를 위한 마약을 찾았다 (2)

이번 어버이날에.

이 글이 평소 '잘해야지'하며 생각만 하는 분에게, 그 생각을 실천으로 옮길 수 있게 도와줄 겁니다.









그렇게 어린이날은 잘 갔고, 이제 어버이날 찐 마약을 찾은 얘기이다.


할머니와 어린이날을 잘 보내고, 나는 일이 있어 그날 저녁 본가로 갔다. 본가에 도착해서, 저녁을 먹고 할머니에게 전화를 했다, 저녁은 드셨는지- 하고.


"어- 할머니. 저녁 드셨어?"


/"먹었지.. 너는?"


이런. 할머니가 또 힘없는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어디 몸 안 좋으셔?"


/"그냥 다 쑤시고 죽겠다 아주"


"에휴.. 내일 갈게 할머니 엄마 아빠랑"


/"그래.."


전화를 끊고 마음이 좋지 않아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다. 허나 그것도 잠시, 지금에 충실한(?) 나는 오랜만에 본 아버지와의 술과 대화로 금세 저 생각을 잊어버렸다(그리고 또 꿀잠을 잤다는 후문).


 자 다음 날인 어버이날 아침, 부모님과 나는 아침 일찍 할머니네로 향했다.


할머니네 도착 30분 전, 할머니에게 전화를 했다.


"할머니, 점심 뭐 드시고 싶으셔?"


/"점심?! 오면 밥해서 먹어야지"


"아빠 엄마가 밖에서 먹자는 거 같던데, 뭐 먹고 싶으셔?"


할머니가 고민하는 듯 하자, 내가 말을 이었다.


"돼지고기, 소고기, 장어 중에 뭐 드실려?"


/"너네 먹고 싶은 거 먹어.. 내가 뭘 많이나 먹어"


"할머니 위해서 가는 건데 할머니가 드시고 싶은 거 말씀하셔야지. 돼지고기, 소고기, 장어 중에 고르셔 할머니"


웬만하면 위 내 (택일을 하라는) 말에서 조금의 고민을 해볼 만도 한데, 할머니는 말했다, 다음처럼.



"장어 먹어. 그럼"



/"참나(웃음). 알았어 할머니. 그럼 준비하고 계셔. 15분 안으로 가니까"



이후 부모님과 나는 할머니를 모시고, 장어집을 가서 장어를 먹었다.

당신 자신이 "뭘 많이 먹냐"라며 했던 할머니는, 그 말과 다르게 뭘 많이 드셨다.

한 가지 더, 장어를 먹고 근처 한강 공원에서 할머니2 피나와 함께 산책을 나갔는데, 할머니의 딸인 내 고모도 오게 되어, 오랜만에 많은 가족이 함께했다.


공원에서 앉아있는 할머니를 보니, 목감기며, 몸살이며 있다던 할머니의 모습은 온데간데 찾아볼 수 없었다.

(아래 증빙사진 첨부)


글을 쓰며 사진을 첨부하고 나서야, 할머니 얼굴에 봄이 온 것을 알았습니다.


다시 정리해본다.


어린이날 할머니의 목감기는 친구의 작은 선물(홍어회, 식혜 등)으로 나았고,

어버이날 할머니의 몸살은 자식이 사준 장어로 나았다.


라고 하기에는 글의 제목과 초입에 내가 한 말에 의해, 글이 매듭지어지지 않을 거 같다.


나는 확신하건대 위 작은 선물과 장어도 그녀에게 마약이긴 하나, 그보다는 좋아요와 조회수가 그녀에게 찐, 혹은 가장 센 마약이라고 본다. 좋아요는 곧 가족과 주변의 관심이오, 조회수는 가족과 주변이 할머니 집에 방문하는 빈도를 일컫는다.


어젯밤, 가족이 다 가고 나서, 할머니와 친한 동생이 할머니에게 전화를 했다. 그 전화 내용으로 글을 마쳐본다.


"응? OO야(웃음)? 오늘 나 애들이 아주 다 와서 어버이날이라고 장어도 사줬어. 손님이 아주 많이 왔다 갔어(웃음)"




평소에는 어린이, 가끔은 어른인,

이날도 역시 어린이였던 85살 할머니 육아일기

아니, 돌봄일기


셀프리더 작가 리틀콜드 씀.


사족: 어쩐지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이 같이 있더라니



할머니2 피나 또한 '맞춤 마약'으로 기분이 좋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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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봐, 젊은이" 그 이후, 할머니 둘과 살며 관찰하고, 돌보며, 쓰는 글 중, '돌봄'에 관련한 글입니다. 글을 통해 보다 가깝고, 가장 소중한 주변에 관해 다시 생각해볼 수 있을 것입니다.


- 관련 매거진 연재 중(아래)

https://brunch.co.kr/magazine/2ba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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