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말라가를 여행지로 선택하면서 그곳에 피카소의 생가가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후에 그가 바르셀로나에서 미술을 공부했으며 그의 미술관 역시 그곳에 있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두 곳 다 여행지였기에 반가운 마음으로 방문하기로 했다.
피카소 생가 전시 작품
피카소는 20세기를 대표하는 화가다. 그는 그림과 판화와 조각 그리고 도예뿐 아니라 의상, 보석 디자인과 무대 디자인까지 다방면에 큰 족적을 남긴 천재 예술가다. 그의 화풍은 끊임없는 변화를 시도하며 신고전주의, 초현실주의, 신인상주의, 입체주의로 이어졌으며 창작열도 대단해 20만 점이 넘는 대단히 많은 작품을 남겼다. 그의 부친은 미술교사로 피가소는 어려서부터 미술을 쉽게 접할 수 있는 환경이었으며 자연스럽게 미술 교육을 받았다. 그는 학교에 적응을 잘하지 못했고 학업성적도 좋지 않았지만 그림에서만은 뛰어난 실력을 발휘했다고 한다. 태어나면서 그림에 대한 천부적인 재능을 지녔던 것이다.
말라가의 피카소 생가
말라가 피카소 생가 인근 카페와 표지판
말라가에 있는 그의 생가를 먼저 찾았다. 그곳은 광장이 면한 큰 저택의 일부로 1,2층으로 이루어져 있다. 보기에 풍족하고 여유 있는 환경으로 생각되었다. 그곳에서 피카소의 어린 시절 모습을 볼 수 있었고 가족들의 사진도 있었다. 그가 데생한 습작들이 보관되어 있었고 몇몇 회화 작품도 전시되어 있었다. 가장 흥미로운 그림은 그가 소를 데생한 것으로 구상에서 점점 단순화하여 추상으로 그려지는 과정의 그림들이었다. 위대한 화가가 태어나고 자랐던 생가를 직접 방문했다는 뿌듯함을 느꼈다. 생각보다 방문객들이 그렇게 많지는 않았다.
피가소의 어린시절
피카소 생가 실내
피카소가 그린 소 데생
그날 이후 바르셀로나 시내에 있는 피카소 미술관을 찾았는데 그날은 비가 내렸다. 엄청나게 무더웠던 날씨가 순식간에 쌀쌀해졌다. 비로 인해 사람들이 관광에 어려움을 겪어서인지 미술관이 엄청 붐볐다. 숙소에서 알게 된 한국인 대학생과 함께 구경을 갔는데, 티켓팅을 하려고 하니 세 시간이 지나야 입장할 수 있었다. 그래서 주위에 있는 명소를 찾아서 시간을 보내야 했다. 근처에 있는 화랑이 있어서 신선한 미술 작품을 구경할 수 있었고 이어서 바르셀로나의 개선문과 가우디의 작품인 구엘궁전을 간단히 돌아보았다. 시간이 되어 맛있는 점심 식사를 마치고 미술관에 입장을 했다.
인근 화랑 작품들
개선문
구엘 궁전
시대별로 작품들이 전시 중이었다. 전시실별로 번호가 매겨져 순서대로 관람하는 것이 필요했는 데 그러질 못했다. 한글로 오디오 가이드가 있었다. 적절한 설명을 들을 수 있어서 피카소와 작품에 대한 이해를 깊이 할 수 있었다. 다만 오디오가 준비된 작품에 대한 모든 해설을 듣고 싶은 마음이 컸지만 너무 많은 시간이 소요되어 어려웠다.
피카소미술관
가장 놀라운 것은 그가 정말로 그림에 천재였다는 것을 확인한 것이었다. 14살 어린 시절에 이미 흠잡을 수 없는 완전하고 놀라운 작품을 그려냈다는 것이다. 자신을 그린 자화상도 표정이 살아있다. 실제로 그 시절, 대회에 출품한 작품이 상을 받을 정도로 뛰어난 그림 실력을 보였다. 그때의 작품들은 고전주의 영향으로 사실을 담아낸 구상의 작품들이다. 그 작품들을 보면서 그가 입체파로서 추상화만을 그린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탄탄한 구상의 그림들이 바탕이 되었다는 것을 새롭게 알게 되었다.
피카소가 14살에 그린 작품
15세 출품해서 수상한 그림
15세 그린 자화상
미술관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작품은 그가 벨라스케스의 작품들을 모티브로 하여 재창조해낸 일련의 작품들이다. 하녀들 시리즈와 공주 시리즈인데 다양한 변주를 통해 그가 새롭게 탄생시킨 작품들이 아주 놀라웠다. 그림을 세세히 보면 모티브가 된 특정 그림이 담겨있음을 알 수 있는데, 하녀 시리즈는 뒷부분에 보이는 문에 선 사람이 추상의 공간에도 그대로 그려져 있다. 꽤나 재미있는 관람 포인트였다.
벨라스케스의 시녀들
피카소가 그린 벨라스케스의 시녀들
벨라스케스의 마르게리따 공주
피카소가 그린 벨라스케스의 마르게리따 공주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었던 작품은 비둘기 시리즈 그림들이다. 추상의 그림이지만 색상이 시원하고 구도가 따뜻하게 느껴지는 멋진 작품이었다.
비둘기 시리즈
그는 도예에도 관심이 있어서 많은 작품을 남겼다. 단순하고 우화 같은 그림들이 인상적이다.
피카소의 도예 작품
그간 피상적으로만 알고 있었던 피카소라는 화가를 아주 가깝게 느끼는 시간이었다. 어느 때보다 많은 그의 작품들을 접하면서 그만의 회화세계에 깊숙이 들어가 그에 대한 이해를 좀 더 할 수 있었다. 그의 시대별 일련의 작품들을 보며 다양한 화풍의 작품 세계를 들여다보며 그가 왜 위대한 화가인지를 알 수 있는 시간이었다. 미술관을 찾은 충분한 보람이 있었서 미술관을 나서는 데 마음이 참으로 뿌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