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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석진 Aug 28. 2023

매력이 넘치는 도시, 바르셀로나

영국, 스페인 여행기 13 -바르셀로나 입성기

말라가 공항에서 바르셀로나행 비행기를 타러 갔다. 새벽같이 준비해서 나왔는데 비행기가 연착이 되는 바람에 서두른 보람도 없이 공항에서 죽치고 기다려야 했다. 우리나라 같으면 항의하는 이들이 많을 텐데 이들은 당연하다는 듯이 느긋한 모습이 놀랍다고 아내가  놀라움을 전한다. 그런 여유는 우리가 길러야 할 미덕임은 분명하다.


긴 기다림 끝에 비행기에 올랐다. 두 시간 정도를 비행하는데 기내에서 떼를 쓰며 우는 아이 소리가 신경을 거스를 정도로 심했다. 타기 전부터 천방지축 뛰어다니며 제 마음대로 못하면 떼를 부려서 이미 눈 밖에 났었다. 아무도 나서서 뭐라 말하는 사람이 없는 것도 대단했다. 엄마는 얼마나 힘들까를 생각해 보면 자녀를 키우는 일은 참으로 위대한 일임이 분명하다.


바르셀로나는 후덥지근한 게 말라가보다 습도가 높아 보였다. 숙소가 시내 중심부여서 대중교통으로 이동했다. 버스를 타고 내린 에스파냐 광장은 두 개의 큰 탑과 고색창연한 건축물들이 둘러 선 광장에 수많은 비둘기가 인상적인 곳이었다.

전철을 바꿔 타야 했는데 이건 뭐, 완전 계단 지옥이다. 캐리어를 끌고 다녀야 해서 죽을 맛이었다. 택시를 이용해야 했었는데 미처 생각을 하지 못했다.


숙소는 한인 민박이었다. 250년이나 된 건물이라 문화재다운 육중한 출입문을 통과해서 엘리베이터를 탔다. 층 수가 헷갈린다. P층이 있어서 층수가 우리와 달랐다.

친절하게 밝은 모습으로 반겨주는 직원이 있어 편안했다.  직원의 배려 덕분에 거리가 보이는 베란다에 차 마실 공간이 있는 3인실 룸을 배정받았다. 높은 층고에 깔끔한 내부가 호텔과 다를 바 없어 맘에 들었다.


짐을 부려놓고 식사를 하러 갔다. 직원에게 식당을 추천받았다. 세 블록 정도 떨어진 곳이라 여유롭게 도심을 구경하며 걸었다.


바르셀로나 도심이 주는 인상은 우선 도로가 널찍하고 반듯해서 시원해 보였다. 자전거 도로도 확실하게 구획되어 자유롭게 다닐 수  있게 했다. 신호등이 있지만 차가 보이지 않으면 자유롭게 건넜다. 길가에는 플라타너스가 주로 심겨있는데 오래돼 보이지는 않았다. 가로등

이 나무에 가리지 않도록 구부려져 있는 것이 특이했다.

가장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도심 건물의 외양이다. 블록마다 같은 높이의 건물들이 붙어 있는데 오랜 연륜뿐 아니라 개성 있는 회려한 장식들이 미인대회를 방불하게 했다.  가우디의 도시답게 하나하나가 전부 예술품으로 보아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지난 무적함대 시대의 영화가 고스란히 남아있어 파리나 로마에 비해 정돈되고 격조가 느껴지는 기품이 넘치는 도시였다.

영국의 살인적인 물가에 놀라서인지 훌륭한 식사에 밥값이 기대이상으로 저렴하게 보인다. 음식도 입맛에 맞았다.


밤이 깊어도 길거리에 사람들이 붐볐다. 늦게까지 노천카페가 성황이었는데 더운 여름에는 시에스타를 즐기고 서늘해지는 밤에 왕성하게 활동하는 스페인 사람들의 특질을 보는 것 같았다.


첫날은 여유롭게 시내를 둘러보며  보케리아시장을 가는 것으로 일정을 잡았다. 먹음직스러운  과일들이 많았고 해산물과 하몽도 주요한 메뉴였다. 관광객들이 몰려들어 북적였고 먹거리를 사들거나 구경하는 행렬이 줄을 이었다. 우리도 잘라 놓은 수박을 사서 맛보았고 토실하고 색감이 고운 복숭아를 구입했다. 하몽가게 사장님이 우리를 보고 한국어로 도토리 먹인 흑돼지라며 너스레를 떨며 맛을 보라고 했다. 얇게 베어준 하몽을 한 입 맛보았는데 기대 이상이었다. 엄지를 척 내보여주었다.


숙소에 돌아와 테라스에서 과일을 나눠 먹으며 첫날을 마무리했다. 내일은 가우디 투어가 있어 아침부터 서둘러야 해서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어디를 보아도 하나같이  역사적으로 잘 보전된 멋진 도시를 찾아왔다는 생각에  기대감이 인다. 특히 가우디의 도시에 왔다는 사실도 가슴을 부풀게 한다. 아름다운 밤이다.

#여행에세이 #스페인 #바르셀로나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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