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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석진 Apr 19. 2024

아 황당한 나의 아침이여!

새벽 전철을 타러 가다 벌어진 일

며칠 전 아들이 예비군 동원 훈련을 가게 되었다.  당일  아침에 늑장을 부리다 훈련장 가는 버스를 아슬아슬하게 타는 일이 있었다. 그 현장까지 차로 데려다주게 되었다. 그런데 시간이 촉박해서  버스를 놓칠 것 같았다. 제시간에 도착하려고 노심초사하며 정신없이 차를 몰아야 했다.


아이가 늦은 이유가 황당했다. 예비군 통지서를 찾다가 그랬다는 것이다. 게다가 제시간에 도착해도 탑승인원이 차면 버스를 못 탈 수도 있다고 하는 것 아닌가! 조급한 마음에 더해 부아가 치밀었다.

금창포

"아들아 제발 그렇게 살지 마라. 중요한 것은 미리 챙겨 놓아야지!


나도 죽고 싶다고요!


말이 되는 소리를 해라!"


아들은 되려 큰소리다. 교통신호를 위반하다시피 차를 몰아 버스 탑승장에 10분이나 일찍 도착했다. 급할 때는 나도 모르는 능력이 솟아나는 것 같다. 다행히 버스 타는 데는 지장이 없었다.


아들은 평소 생활습관은  성실한 편인데도 이상하게 늑장 부리는 데는 일가견이 있었다. 답답한 마음이 들었다.


고백하건대 나도 그런 경향이 많다. 여유가 있을 때 미리 준비하지 않고 미적대다 시간이 닥치면 그때서야 무엇인가를 정신없이 찾는 일이 빈번하다. 그런 나쁜 습관을 아들에게서 보자니 더 힘이 들었다. 요즘은 그래서 전날 미리 챙겨 놓으려 마음을 쓰는 편이다.


오늘은 서해안 트레킹을 나서는 날이다. 아침 7시에 교대역에서 버스를 타야 하기에 집에서 6시 전에 출발해야 다. 전날 밤에 입고 갈 옷과 필요한 것들을 챙겨놓고 5시 반에 기상 알람을 맞춰 놓고 잤다.


잠이 오질 않아 뒤척대다 잠이 들었는데 꿈자리마저 뒤숭숭했다. 알람소리를 듣고 일어났지만 머리가 멍했다. 문득 트레킹이 생각나 나갈 차비를 했다. 아침 루틴을 이것저것 하다 보니 시간이 쏜살같이 흘러버렸다. 미리 준비한 옷과 가방을 챙기고 부랴부랴 집을 나섰다. 전철 시간이 간당간당해서 뛰어야 했다.

황새냉이

전철역에 다 와서 중요한 무엇인가를  빠뜨렸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아뿔싸! 지갑을 놓고 온 것이다. 집에 돌아가자니 늦을 것 같아 안절부절못하며 궁리를 했다. 그때 역 입구에 매점이 눈에 띄었다. 그래 요금을 빌려 갚기로 하자!


"죄송한데요 제가 바쁘게 나오느라 지갑을 놓고 와서 그러는데 차비 좀 빌릴 수 있을까요?


우리는 그런 것 안 해요. 현금도 없어요.


제가 집에 가면 차를 놓쳐서 그러는데 어떻게 안될까요?


그러는 사람이 많은 데 말뿐이에요."


발을 동동거리며 사정하는 폼이 불쌍했는지 옆에 있던 아저씨가 돈을 내민다. 그러면서 송금하라는 것이다. 감사한 마음에 2천 원을 받고 송금하려다 시간이 없어 계좌를 사진에 담자마자 개찰구로 뛰어 올라갔다. 전철이 진입하는 소리가 들렸다. 급하게 표를 끊으려 키오스크를 두드렸는데 아이고야! 요금이 2,200원이란다!


하는 수 없었다. 비장하게 무임승차를 해야 했다. 개찰구를 뛰어넘는 데 삐익 소리가 천둥소리처럼 들렸다. 덩달아 심장도 벌렁거렸다.


환승역이나 하차역에서 정산하면 될 것 같았다. 하지만 요즘은 역에 직원이 상주하는 경우가 드물다. 그래서 서울교통공사에 근무하는 지인에게 전화를 걸어 정산하는 방법이 따로  느냐고 물었다.  그냥 나가라고 한다. 걸리면 자초지종을 이야기하면 될 거라고.


하차역에도 여전직원이 보이지 않아 개찰구를 그냥 지나치는데 요행히 삑 소리가 울리지 않는다. 안도하는 마음으로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렇게 나의 범죄행위가 끝났다.


아휴 나도 이렇게 살고 싶지 않다!


전철에 올라 바로 송금을 했다. 감사의 마음을 담아서.... 그리고 돌아가는 길에 요금 정산을 해야겠다. 아들도 나도 이런 삶은 살지 말아야 하는데....

양지꽃

#아침 #황당 #전철 #늑장


집으로 귀갓길 동료에게 돈을 빌려 교통카드 2매를 발급 받아 아침 미납 요금을 정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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