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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석진 Jun 28. 2024

사람 이야기

하루동안 만난 사람들이 이야기

나는 사람들을 만나는 것을 좋아한다. 사람들과 소통하며 힘을 얻는 타입이다. 사람들을 만나면 에너지를 얻기도 하지만 늘 그렇지는 않다. 기분 나쁜 만남도 있어서 힘이 빠지는 경우도 있다. 오늘 하루 동안 사람들을 만나며 느낀 점이다. 서로 소통하며 만나는 것이 기본이지만 그저 보는 것으로도 충분한 경우도 있다.


첫 번에 만난 사람은 노래교실 강사다. 은행퇴직동우회에서 처음으로 노래교실을 열었다. 노래 부르기를 좋아하지만 방송을 통해 접한 노래교실에서는 참여하고 싶지 않은 인상을 받았다. 주로 중년이상 여성분들이 트로트를 열정적으로 따라 부른다는 인식이 있어서다. 하지만 내 의사와는 무관하게 참석해야 할 이유가 있었다. 합창단 단원 모집이 절실히 필요해서 이 행사장에서 신입단원 모집 홍보를 해야 했다. 합창단에서 홍보부장 책임을 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금은 시큰둥하게 강당에 입장했다.

노래 강사는 노련한 사람이었다. 입담도 세고 청중을 쥐락펴락했다. 나도 모르게 그녀의 무대 중앙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선곡한 노래도 뻔한 노래가 아니어서 자연스럽게 따라 불렀다. 대중가요를 맛깔나게 부르는 요령을 설명하는 데 귀가 솔깃했다. 합창과는 다른 발성이지만 대중가요 한 곡쯤은 잘 부르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 관심이 갔다. 중간에 참여자들을 무대로 불러내 노래를 하게 하고 족집게 마냥 장단점을 바로바로 들려주었다. 굉장히 예리한 지적이었고 공감이 되었다.  나도 용기를 내서 한 곡을 불렀다. 임영웅의 '별빛 같은 나의 사랑아'라는 곡이었다. 내 딴에는 아주 잘하지는 못해도 괜찮은 실력을 가졌다는 자부심이 있었는데 노래방 반주에 맞춰 부르려니 마음 같지 않았다. 옆에서 강사가 코치를 해주어 완창을 했다. 그리고 " 이 분은 노래를 잘하시지만 첫음절에서 힘을 다 써버리는 버릇이 있다."라고 했다. 그리고는 힘을 빼고 다시 불러보라고 했다. 지적대로 첫음절에서 힘을 빼고 부르니 확실히 노래가 전보다 나았다.


그녀에게 배운 두 가지가 있다. '노래에는 불러주는 대상이 있어야 한다. 자기 자신에게 도취되어서 안된다. 호흡이 담겨야 감정이 실린다.' 기본을 이야기했지만 노래를 부를 때 기억해야 할 지침이었다. 그리고 입으로 숨을 쉬어야 한다고 했다. 공기량도 많이 유입되고 성대도 열려서 노래 부르기가 쉬워진다는 것이다.

 

생각지 못한 즐거운 시간이었다. 자신의 일을 사랑하고 열정적인 프로가 보여주는 아름다운 무대를 실컷 즐겼다. 그녀는 자신이 일을 즐겼다. 자신이 즐겁지 않으면 다른 사람들도 즐겁게 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고 있었다. 그녀를 통해 긍정 에너지와 열정을 배웠다.


두 번째 만남은 따릉이를 타고 청계천을 달리며 만났다. 만남이라고 하기보다는 스쳐 지나는 사람이었지만 감정을 뒤흔드는 시간이었다. 청계천 자전거 길은 좁아서 일렬로 지나가야 한다. 앞에 달리는 사람이 천천히 가면 똑같이 보조를 맞추어야 하기에 질주 본능이 있는 이들은 힘든 구간이다. 따릉이를 타지만 나도 그런 부류라 앞에서 느릿느릿 가면 답답하고 힘들다. 오늘이 딱 그런 경우다. 나보다 연배가 있는 분이 자전거를 앞에서 타고 가는 데 몇 번 페달을 밟다가 쉬고 그러다 또 밟으며 천천히 달렸다. 그래서 다음 신호등에서 앞지를 심산으로 앞자리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신호등이 바뀌자마자 이 분이 재빠르게 도로를 가로질러 또다시 앞자리를 차지해서는 이전처럼 천천히 가는 것이 아닌가! 속에서 불이 났다. 빨리 갈 것도 아니면서 앞지르는 이유가 고약한 심보로 느껴졌다. 짜증이 났지만 참을 인을 마음에 새기며 다음 신호등에서는 기어코 앞자리를 차지해서 시원하게 달렸다. 뻔히 보이는 얌체 같은 행동이 너무 얄미웠다. 성미 급한 나도 문제지만 조금만 배려하면 충분히 좋을 시간을 기분 나쁘게 보내야 한다는 것이 참으로 아쉬웠다.


세 번째는 저녁 약속시간이 여유가 있어 서울시청도서관에 가서 만난 젊은이다. 열람실이 꽉 차서 자리가 없을 줄 알았는데 한 자리가 있었다. 자리에 앉아 가지고 온 책을 폈다. 옆자리에는 청년이 앉아있었다. 요즘 젊은이답게 귀에는 에어팟이 꽂혀 있었고 노트북을 들여다보며 일어를 공부 중이었다. 책을 읽다 피곤이 몰려와 눈을 감았다. 한참을 졸다 깨어 브런치에 쓰다만 글을 썼다. 시간이 꽤 지났음에도 청년은 한결같은 자세로 열심히 공부 중이었다. 몰입하고 있는 모습이 보기가 좋았고 대견스럽기까지 했다. 목표를 가지고 열정을 잃지 않고 파고들면 못할 게 없는 것이 젊음이다. 글을 마치기까지 꽤 시간이 흘렀다. 젊은 친구는 여전히 책과 노트북을 들여다보며 흐트러짐이 없다. 약속 시간이 되어 자리를 뜨면서 마음으로 그 청년의 앞날이 창창하기를 빌었다.


구경 중에 사람 구경이 가장 재미있다고 하던데 만남이 가져다준 여러 가지 생각들이 마음에 들어왔다. 겸손하게 누구에게나 배우는 사람이 지혜로운 사람이다. 오늘 만남을 통해 열정과 배려와 열심을 떠올린다. 나도 일상 속에서 만나는 누군가에게 선한 영향을 끼치는 삶을 살고 싶다. 의도치 않는 민폐는 끼치고 싶지 않고 남을 배려하며 열정을 전하고 진지한 자세로 열심히 사는 그런 아름다운 모습으로....


#사람 #만남 #느낌 #교훈 #열정 #배려 #열심 #몰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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