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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석진 Dec 20. 2024

서울윈터페스타 -따뜻한 불빛

청계천 광장을 걷다

친구 부부와 서울 윈터 페스타 현장을 찾았다. 추운 날이라 불빛이 따스하고 정감이 간다. 광화문 광장에는 크리스마스트리가 세모의 분위기를 돋운다. 광장에 늘어선 크리스 마켓 매장에는 귀엽고 깜찍한 상품들이 가득하다. 연말을 즐기는 인파로 북여 활기가 넘친다.

예년 불빛 축제와 다르게 광장조형물이 단출하다. 대신 인상적인 설치물이 길을 끈다. 구조물과 영상이 어우러져 신비롭다. 변화하는 다채로운 불빛이 마음을 포근히 채운다.

삼각형 구조물 실내에는 비한 분위기로 낯선 세계에 들어선 느낌이다. 반짝이는 은빛 구슬들이 공간을 가득 채워 우주 공간에 떠 있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나름 애를 쓴 흔적이 엿보인다.

청계천 광장은 훨씬 화려하다. 교회 종탑을 닮은 이 조명을 받아 눈 부시게 빛난다. 메인 광장인 까닭에 사람들로 가득 찼다. 사진을 찍으며 즐거워하는 이들의 모습이 축제 분위기다. 나도 덩달아 마음이 가벼워진다.

청계천에는 우리의 고유 풍속을 담은 인형들이 옛 정취를 불러낸다. 장원급제한 이들의 행렬과 전통 혼례식을 재현해 놓았다. 그 뒤로는 민속놀이를 하는 아이들의 짓궂은 모습도 있다. 전통복식의 아름다움이 조명으로 인해 친근하고 정겹게 다가온다. 확실히 우리 것은 우리가 공감할 수 있는 공통 정서가 담겨있다.

보신각 종을 재현한 조형물이 붉은 불빛을 받아 강렬하다. 뿜어 나오는 빛이 마치 은은한 종소리가 울려 퍼지는 듯한 감각을 선사한다. 화가 우리나라에 그리고 세계에 가득하기를 기원한다.

알록달록한 물고기들도 눈길을 끈다. 열대어처럼 화려하고 애니메이션 주인공들 마냥 귀여운 모습이다. 청계천 물 위에 설치되어 그런지 자연스럽다.

팬시 조형물도 귀엽다. 다양한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기획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전시가 끝나는 곳에 폭포처럼 쏟아지는 붉은 물줄기가 인상적이다. 다리와 개천을 연결하여 연출한 아이디어가 신선하다. 푸른 바다 위를 한가로이 노니는 돛단배와 도약하는 돌고래가 휘날레를 멋지게 장식했다. 정성을 담아 공들인 아름다운 작품들을 보니 맘이 흐뭇하다

번화한 도심의 네온사인과 어우러진 불빛 축제 한마당이 추운 한겨울을 포근하게 감싼다. 손이 시릴정도로 차가웠지만 마음은 고운 불빛으로 아늑하다. 돌아가는 길, 통닭 튀김으로 시장기까지 채우고 나니 남부럽지 않은 부자가 된 느낌이다. 황량한 겨울날도 때로는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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