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랑천 야간 러닝
오전에 JTBC 마라톤 참관을 하고 그 여운이 길게 남았다. 선수들이야 잘 뛰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나와 다를 바 없는 평범한 이들이 그렇게나 많이 마라톤에 참가하여 힘차게 달리는 모습은 놀라움이었다. 마라톤은 결코 만만한 운동이 아니다. 강인한 체력과 굳센 의지와 인내가 필요하다. 그런데도 다양한 사람들이 자기 한계를 넘어서는 마라톤을 뛰고 있었다.
더 경이로운 것은, 힘들고 불편한 것은 질색이고 그저 몸과 마음이 편한 것을 좋아하는 요즘 젊은이들 조차 고통스럽고 힘든 길을 자발적으로 참여해서 오히려 적극적으로 즐기고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 클럽 마라톤 참가자들은 건강하게 완주를 잘 마쳤다. 후일담으로 들려오는 그들의 기록은 서프라이즈였다. 서브 4를 달성한 것은 기본이고 거의 서브 3에 근접하는 놀라운 기록을 내기도 했다.
서브 4는 마라톤 풀코스를 4시간 이내에 완주하는 것으로 1킬로미터당 평균 5분 41초 속도로 42.195킬로미터를 계속 달려야 달성할 수 있는 기록이다. 이 속도는 결코 만만한 속도가 아니다. 평소에 뛰어보면 1킬로미터를 6분대로 뛰는 것도 힘들다. 그것도 겨우 10킬로미터나 15킬로미터를 뛸 경우인데, 일반인이 풀마라톤을 그렇게 뛰려면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들의 성취는 내게 자극과 큰 도전이었다. 나도 꾸준한 연습을 통해 기량을 길러 내년에는 반드시 풀마라톤에 도전하고자 하는 전의를 불러일으켰다. 그런 연장 선상에서 오늘은 달리기를 꼭 하고 싶어졌다.
오전에 기온이 많이 떨어졌지만 저녁이 되니 더 추워졌다. 갑자기 찾아온 추위에 밖에 나가기 싫어졌다. 뛸 각오를 단단히 했지만 이런 날씨에 혼자 나가서 뛰려니 많이 망설여졌다. 그래도 이왕 마음먹은 것 실행에 옮기기로 하고 벌떡 일어섰다.
확실히 바람이 찼다. 주말저녁 8시가 지난 시각이어서 오가는 사람도 많지 않았다. 가까운 곳에서 간단히 뛰려다가 중랑천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곳에는 달리는 사람도 볼 수 있을 것이고 좀 더 오래 뛸 수 있을 것 같았다.
큰길을 두 번이나 건너고 굴다리를 지나 이화교를 건너 중랑천에 들어섰다. 평소처럼 많지는 않지만 역시 달리는 사람이 있었다. 다른 날과 다르게 오늘은 가로수와 꽃들이 잘 가꾸어진 의정부 방향으로 뛰었다. 달리는 속도를 평소보다 빠르게 달렸다. 숨이 차오를 정도는 아니지만 호흡이 거칠어졌다. 숨 쉬기가 힘들면 오래 달리기 힘들기 때문에 속도를 조절하며 뛰었다. 기분 같아서는 5분대로 달리고 싶었지만 아직은 무리였다.
원래는 10킬로미터만 뛰려고 했지만 조금 욕심을 냈다. 그래봤자 12킬로미터였지만 마라톤을 완주하는 이들을 생각하며 달리니 그런대로 뛸만했다. 6킬로미터를 뛰고 잠깐 쉬었다. 이제 되돌아가면 된다. 그 장소에 환하게 불을 밝힌 카페가 있었다. 기분 같아서는 차를 한 잔 마시고 싶었지만 함께 뛰는 이들이 있을 때 들러보기로 했다.
기록을 보면서 뛰니 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 조금만 여유를 부리면 속도가 확 늘고 마음을 쓰면 줄어든다. 평균속도를 5분대로 노력을 했지만 6분 8초를 기록했다. 이 정도도 내게는 노력한 결과다.
뛰려고 나설 때는 쉽지 않았지만 몸을 움직여서 활동을 시작하니 달리기는 별 것이 아닌 것이 되었다. 해냈다는 뿌듯함이 몸이 힘든 것을 잊게 한다. 오늘도 하기 싫은 여러 가지 이유를 극복하고 잘 달렸다. 앞으로도 꾸준히 달려서 마라톤을 완주할 수 있는 실력을 기를 것이다. 확실한 목표가 생겨서 몸도 마음도 가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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