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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밖의 선물 봄나들이 여행

하루 여행을 전주에서 친구들과 함께 누리다

by 정석진

좋은 이들과 함께 누리는 즐거움과 기쁨은 삶의 큰 활력소다. 우리가 살아가며 흔들림 없이 단단히 뿌리내리는 삶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긴밀한 유대관계라고 한다. 그 바탕을 이루는 좋은 친구는 돈으로 살 수 없는 참으로 귀중한 것이다. 그런 소중한 친구들과 함께 봄 여행을 다녀왔다.

광대나물

서울에서 전주로 발령받은 친구가 있어 그곳으로 봄나들이를 갔다. 원래 하루 전에 내려 가 합류할 예정이었다가 새벽에 출발하는 친구의 차를 타고 가게 되어 당일 여행이 되었다. 새벽 다섯 시에 출발하여 전주에는 오전 7시 반에 도착했는데, 주말임에도 전혀 교통 체증이 없었다. 여행에 있어서 교통이 원활한 시간을 잘 선택하는 일도 효율적이고 즐거운 여행을 하는 한 가지 수단이다.


친구는 홀로 부임하여 전주천 인근의 아파트 한 채를 숙소로 제공받아 생활하고 있었다. 32평형인데도 가구가 거의 없으니 그렇게 넓어 보일 수가 없었다. 적은 소유가 빚어내는 여유로움이 숙소에서 풍겨난다.


자주 보는 사이지만 외지에서 만나니 반가움이 더 했다. 아침 식사를 함께 하며 일정을 시작했다. 간소하게 누룽지를 끓여 먹는 식사였지만 맛깔스러운 반찬에 우정과 사랑이 듬뿍 버무려진 대화가 곁들여진 소찬은 어느 화려한 만찬과도 비교할 수 없이 좋았다.

숙소 인근에 위치한 전주 한옥마을을 둘러보기로 했다. 전에도 와봤지만 아침 이른 시간에 친구들과 함께 여유롭게 돌아보는 것은 또 다른 맛이 났다. 운치 있는 한옥이 즐비하게 늘어선 거리는 한가로웠고 예스러운 정취에 부드러운 봄바람이 살랑거려 마음이 절로 들떴다.

전주한옥마을

100년 전 축성된 전동 성당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로마네스크 양식의 둔중함에 비잔틴풍의 화려함이 더해져 독특한 풍광을 지녔다. 한눈에 보기에도 매력이 넘친다. 언뜻 러시아 붉은 광장의 바실리 성당의 느낌이 살짝 묻어난다. 내게는 그만큼 아름다운 자태로 보인다. 수리 중으로 관광객 입장이 안되어 들어가 보지 못한 것이 많이 아쉬웠다.

전동성당

서울보다 한참 남녘인 이곳은 거리 곳곳에 꽃이 한창이다. 매화는 이미 피었다 지고 있었고 산수유는 절정이었다. 벌써 목련이 가지 끝마다 꽃봉오리를 가득 품고 개화의 순간을 숨죽이며 기다리고 있었다. 좀 더 길을 걷다 마침내 꽃망울을 터뜨린 목련 꽃송이를 만난다. 눈이 부시다.

목련

가게에는 모주가 많이 보였다. 전주 특산이라고 하는데 1.5도의 저알콜 음료라고 해서 맛이 궁금했다.

한 병을 사서 조금씩 나누어 맛을 봤는데 계피가 섞인 달달한 맛으로 술이라고 보기에는 너무 약한 음료수에 가까운 맛이었다. 담소하며 작은 가게들을 소요하는 자잘한 재미가 있었다.


한옥마을이 끝나는 길에 작은 언덕이 있었고 그곳에는 마을을 굽어볼 수 있는 전망대가 있었다. 한옥 지붕이 펼쳐진 풍경이 마치 옛날로 돌아간듯한 느낌을 주었고 마음이 푸근해지고 정겨웠다. 전망대에는 단풍나무를 회오리바람처럼 공중에 빙 둘러 심은 독특한 조형물이 사진을 찍을 수 있게 놓여 있어서 부부끼리 독특한 포즈로 사진을 찍는 즐거움도 누렸다.

내려오는 길가에는 광대나물이 담뿍 피어나 한참 들여다보았다. 근처에 전주 향교가 있어 들어갔다. 입구에는 사백 년 수령의 은행나무 거목이 위용을 갖추고 수호신처럼 좌우에 좌정하고 있다. 고풍스러운 옛 건물 사이로 개나리처럼 만발한 샛노란 산수유와 하얀 매화가 여기저기 활짝 피어나 축제가 벌어진 그곳에는 봄이 가득했다. 매화 가지가 드리운 돌담 아래에는 푸른 풀들이 싱그럽게 우거졌고 그사이로 큰봄까치꽃의 앙증맞은 남색 꽃들이 얼굴을 내밀고 방긋방긋 웃고 있어 보는 우리는 함빡 미소를 지어 보냈다.

향교 매화

반팔을 입어야 할 정도로 기온이 오르고 기분 좋은 바람도 얼굴을 간지럽힌다. 좋은 이들과 봄을 만끽하노라니 웃음이 그치지 않는다. 더없이 행복하고 즐거운 날이다. 마을에는 대여해 주는 자전거가 있었다. 날도 좋고 바람도 좋으니 주위를 한 바퀴 돌자며 부부끼리 함께 타는 자전거를 빌렸다. 자전거가 무거워 처음에는 타기가 쉽지 않았다. 자전거로 강가를 달리는 기분은 우리를 가만 내버려 두지 않았다. 큰소리로 노래를 부르고 소리를 지르며 달렸다. 달리며 맞는 봄바람이 너무도 달콤하고 맛이 있었다. 우리는 모두 아이들처럼 신이 났다. 다양한 경험은 다양한 즐거움을 준다. 자전거 타는 것에 처음 몇몇은 시큰둥했지만 결과는 모두 대만족이었다. 주도적으로 나선 나 자신이 자랑스러웠다. 한참 봄을 맛보고 마음은 배가 불렀지만 몸은 그렇질 못해 진짜 점심을 먹으러 갔다.

큰봄까치꽃

초밥장이라는 초밥집이었는데 전채로 나온 전복죽이 입에 착 달라붙었고 유자청을 곁들인 샐러드는 상큼했다. 해초가 들어간 겨자를 얹어 먹는 신선한 모둠 초밥은 줄어드는 것이 너무 아쉽고 아까울 정도였다. 그 마음을 달래는 듯 유부가 가득히 들어간 우동에 배가 불렀다. 독특한 대게 다리 튀김도 입에 맞았다. 몸과 마음을 기쁘게 한 식사로 풍성함을 누린 우리는 전주 교외의 카페를 찾아갔다.


O's Gallery Cafe로 앞에는 푸른 솔 아래 푸른 물빛을 신비롭게 머금은 작은 호수가 있었다. 갤러리로 입구부터 독특했다. 인테리어가 고급지고 모던했으며 격조가 있었다. 통유리로 사방이 트여 시야가 편했고 갤러리에는 신기한 작은 건축물이 마법의 세계를 경험하게 했다. 커피와 딸기주스 그리고 나는 상하목장 아이스크림을 주문했는데 아주 맘에 쏙 들어 즐거움을 배가해 주었다.


섬진강 시인 김용택 님의 시가 군데군데 전시되었고 인테리어 소품 하나하나에서 예술적 감성을 풍겼다.

아이돌 같이 빼어난 외모의 직원들은 아주 친절했고 더구나 매니저는 우리에게 잊지 못할 선물을 선사했다.

원래 비용을 받고 제공하는 서비스인데 우리를 잘 봤는지 무료로 누리게 해서 뜻밖의 행운에 감사했다.

O's Gallery 카페

40억 상당의 진공관 앰프가 설치된 음악 감상실을 제공했던 것이다. 정면에 호수가 보이고 고가의 스피커가 선사하는 최고급 음질의 미샤마이스키의 첼로의 선율과 안드레아 보첼리의 노래가 우리 모두를 황홀하게 만들었다. 우리 모두는 음악이 주는 감동에 젖어 너무나 행복했다. 하늘에서 뚝 떨어진 선물이라 더욱 큰 기쁨이었다.

음악실


전주 시내로 돌아와 전주비빔밥과 황포묵으로 저녁을 먹었다. 반찬은 깔끔했고 비빔밥은 무난했다. 개인적으로 좀 밍밍한 느낌이었다. 저녁을 먹고 느지막이 아쉬움을 가득 안고 서울로 향했다.


기쁨이 마음을 가득히 채운 봄날의 나들이였다. 그 안에는 잊지 못할 즐거운 추억들이 고운 수로 새겨져 행복이라는 표지를 달고 기억이라는 보석함에 담겼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지고 이해받고 지지받으며 사랑받을 수 있음은 얼마나 큰 축복인가! 우리는 살아가며 그런 친구들이 반드시 필요하다. 소중한 우정은 저절로 자라지 않는다. 반드시 값을 지불해야 하며 그럴 가치가 분명히 있다. 소중한 친구들을 허락하신 하나님께 감사드린다.


올 해의 봄은 특별히 더 아름다울 것 같다. 가장 좋아하는 계절인 봄이 아직 많이 남아 너무 행복하다.

O'Galle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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