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떠나고 싶은 봄날이다. 여행이라고 해서 거창하게 멀리 다녀오는 것을 떠올리지만 꼭 그래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일단 집을 나서는 결심이 우선이고 발 닿는 곳을 찾아 떠나면 여행이 아닐까?
호반과 낭만의 도시 춘천으로 교회 식구들과 함께 MT를 다녀왔다. 서울에서 90킬로미터 떨어져 있어 교통이 막히지 않으면 한 시간에도 너끈히 갈 수 있는 거리여서 조금 서둘러 나섰다. 아침 7시 30분에 출발해서 서울을 벗어날 때까지는 시원하게 달렸는데 외곽에 들어서서는 답답한 차의 흐름이 이어진다. 여유 있게 시간을 잡았다고 생각했는데 모이는 시간보다 늦을 상황이다. 차로 여행할 때는 확실하게 일찍 나서는 것이 지혜로운 것이라는 것을 다시 배운다.
한참 서행을 하다 막히는 원인이 접촉 사고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두 건의 사고가 발생해서 정체가 생겼던 것이다. 도로에서는 잠깐의 부주의가 사고로 바로 이어진다. 무엇을 하든지 하는 일에 몰입하지 않으면 원하지 않는 사태를 맞는다. 운전은 언제나 초심으로 다소의 긴장이 늘 필요하다.
오늘은 차를 얻어 타고 가게 되어 마음이 느긋하다. 독서를 하면서 가려고 책을 두 권이나 챙겼는데 이야기를 나누면서 가게 되어 책을 볼 겨를이 없다. 책을 늘 소지하고 다니는 것은 독서의 끈을 놓지않는 작은 방법이다.
다행스럽게도 약속 시간에 맞춰 도착을 했다. 공지천에서 반갑게 일행들과 만나 호수 주위를 산책했다. 호반의 도시답게 너른 호수가 우리를 반긴다. 잘 닦여진 자전거 도로 주변에 가로수들이 짙은 녹음을 드리우고 철쭉이 한가득 피어나 산책로가 너무도 싱그럽다. 미세먼지가 있다고 했지만 호숫가를 걷는 흥겨움에 공기가 나쁘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고 산보를 즐긴다. 호수에는 오리배가 한가롭게 떠 있고 풍차가 달린 붉은 지붕의 건물이 멋진 풍광을 연출한다. 호수 끝자락에 놓인 조형미가 뛰어난 하얀 다리도 눈길을 끈다. 잘 가꾸어진 나무와 꽃들이 있어 어디를 둘러봐도 눈이 시원하다.
일행 중에 나물에 관심이 있는 분이 있어 아는 척을 해본다. 식물과 꽃에 관심이 많아지면서 자연스럽게 먹는 나물에 대해서 식물도감을 찾아보며 하나 둘 익힌 것이 준 전문가의 수준이 되었다. 호숫가에서 쑥을 캐는 분들이 보였다. 쑥은 여기저기 많이 자라고 있고 돌나물도 군락을 이루며 크고 있다. 개망초도 딱 먹기 좋을 정도로 연하고 크기도 적당했다. 나물을 뜯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으나 일행이 있어 망설여졌다. 산책로를 돌아오는 길에 시간적인 여유가 있어 돌나물과 개망초를 한 봉지씩 뜯어서 나물에 관심 있는 분에게 드렸다. 마침 민들레도 보여서 잎을 조금 뜯었다.
개망초
돌나물
우리가 흔히 먹는 돌나물은 대부분 재배한 것이어서 맛이 심심하다. 하지만 노지에서 자라는 돌나물은 육질이 단단하고 맛도 깊다. 이 시기에 채취한 돌나물은 날것 그대로 깨끗하게 씻어 된장으로 무쳐 먹으면 아주 맛있다.
개망초는 전국 어디서나 자라는 흔한 식물이다. 사람들이 나라를 빼앗긴 설움을 괜히 꽃에 분풀이해서 나라를 망하게 한 풀이라는 기분 나쁜 이름을 가졌지만 나물로서는 아주 그만이다. 채취도 간편한 데다 크기도 커서 금방 한소쿠리를 딴다. 개망초는 데쳐서 조선간장에 무쳐 먹어도 좋고 된장으로 무쳐도 맛이 있다. 봄철에 많이 뜯어서 묵나물로 만들어 두었다가 볶아 먹어도 아주 좋다. 민들레 잎은 생것 그대로 샐러드로 먹어도 되고 쌈도 싸 먹어도 되고 양념을 더해 무쳐먹어도 된다. 약간 쓴맛이 입맛을 돋운다. 잘 몰라서 그렇지 봄철 우리 산과 들에는 먹을 것이 지천으로 넘쳐난다.
산책로에 찔레꽃이 통통한 새순을 틔우고 있어서 몇 개 꺾어 일행에게 나누어 주었다. 대부분 이게 뭐냐고 물으며 먹는 거냐는 질문이 이어진다. 대궁 껍질을 벗겨 먹으면 아삭한 식감도 좋고 약간 달큼하고 시원한 맛이 난다. 새순으로 샐러드도 가능하다. 맛본 이들이 아주 신기해한다. 이렇게 자연 속으로 들어가 느끼는 경험은 우리에게 새로운 기쁨을 가져다준다.
등나무/ 줄딸기
길가에 식재된 개나리 사이로 다래나무가 가지를 드리우고 있다. 다래순이 줄지어 달렸다. 다래순도 아주 맛있는 나물이다. 데쳐서 볶아먹거나 무쳐먹으면 고소하다. 본 김에 다래순도 한 움큼 땄다. 여행은 뒷전이고 나물 뜯는 재미에 정신이 쏙 팔렸다. 좀 별나기는 하지만 나물 채취하는 일이 너무나 즐거운 것을 어쩌랴!
점심은 춘천명물인 닭갈비를 먹었다. 떡과 우동 사리를 더해 막국수와 볶음밥까지 풀코스로 입이 행복한 시간이었다. 이어진 족구와 게임으로 흥겨운 시간을 보내고 정해진 행사가 마무리되었다.
애매한 시간에 서울로 돌아가면 도로에서 시간을 허비해야 한다. 그래서 몇몇 일행과 구봉산 카페촌을 찾아갔다. 산마루에 위치한 카페들의 규모가 상상을 초월한다. 그중 산토리니라는 카페를 택했다. 커다란 주차장이 이미 만원이고 널따란 카페도 거의 만석이다. 온통 젊은이들로 차고 넘친다. 규모와 스케일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인테리어도 그리스 산토리니를 그대로 재현한 듯 흰색 일색이고 특히 테라스가 대단했다. 춘천시내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위치였고 면적도 넓어 광장 같았다. 거기에 산토리니를 재현한 듯한 종탑이 서있다. 마침 노을이 지는 시각이어서 환상적인 풍경을 연출했다. 이국적이고 신비로운 풍경에 모두 다 푹 빠져져 들었다. 아름다운 카페에 앉아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느긋하게 수다를 떨었다.
산토리니 카페
저녁을 먹기 위해 폭풍 검색을 해서 남촌 막국수를 택했다. 입구에 들어서자 손님도 별로 없는 것 같고 가게 규모도 평범해서 조금 실망이 되었다. 망설이다 들어가 보니 웬걸 식당 안은 젊은 이들이 많이 보였다. 쟁반 막국수와 수육과 도토리 무침을 주문했다. 먼저 나온 열무김치를 맛보니 아주 맛이 있어서 우리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확인했고 기대한 대로 음식이 하나같이 아주 맛있었다. 맛있는 음식은 여행의 완성도를 더한다. 춘천 여행의 피날레까지 아주 완벽하다.
춘천은 깨끗하고 잘 가꾸어진 도시다. 거기에 호수들이 산재해 아름다운 자연풍광까지 가졌다. 교통체증만 피하면 자주 찾을 만한 아름다운 여행지가 분명하다. 즐거운 추억을 또 하나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