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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지포뇨 Jul 04. 2019

비건은 맛있다.

초콜릿 아이스크림에 초코시럽 듬뿍 뿌린 셰이크? 달달하고 고소하고 당근 씹는 맛이 일품인 당근케이크? 그리고 마지막은.... 돈까스 아닌가?
호기롭게 '세상에 질문을 던지는 비건이 되겠다!' 공개 선언한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비건의 길을 포기해버린 것이 아니다!


사진의 모든 음식들은 어제 합정에 있는 비건 식당 '쿡앤북'에서 먹은 것들이다. 우유, 버터, 계란 없는 초콜릿 아이스크림 셰이크, 당근케이크, 그리고 인도네시아 전통 음식인 템페를 튀겨 만든 비건 템페 카츠이다!


보통 비건이라고 하면 풀만 먹고사는 줄 안다. 하지만 나는 소가 아니라서 풀만 먹고는 살 수가 없다.

스트레스받는 날엔 달달한 디저트도 먹어줘야 하고, 기름진 것도 입에 넣어줘야 몸이 잘 굴러가는 평범한 사람이다.


유튜브에 '비건 음식 대 그냥 음식'에 대한 영상들이 종종 보인다. 대부분이 비건 음식도 꽤 나쁘지는 않으나, 결론은 고기가 더 맛있다로 끝난다. 하지만 비건 음식도 종류가 다양하고 식당별로, 가공사 별로 맛이 다르다. 한 번 먹어본 비건 음식이 자신의 입맛에 맞지 않다고 해서 모든 비건 음식이 다 맛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모든 비건들이 '맛있는(!) 고기를 너무너무 먹고 싶지만, 억지로 참으며 하루하루를 견디는 불쌍한 사람들'은 아니다. 맛있는 한 끼를 먹는 낙으로 살아가는 나 같은 비건들이 많다.


내가 채식주의자가 된 이유는 어이없게도 치킨너겟 때문이다.

작년 3월, 독일에서의 삶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의 일이다. 한국 학생들끼리 친목도 다지고 맛있는 저녁도 먹을 겸 기숙사 부엌에 모여서 요리를 했다. 독일 기숙사 부엌에는 오븐이 있어 치킨너겟을 구워 먹을 수 있었다. 한 언니가 사 온 치킨너겟을 나눠먹으며, 우리는 한국에서 먹던 용가리의 맛을 혀끝에서 느낄 수 있었다. 행복한 한 끼를 마치고, 부엌을 정리하던 중 방금 먹은 치킨너겟에는 치킨이 들어가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것은 비건 치킨너겟이었던 것이다! 닭을 죽이지 않은 치킨너겟, 콩으로 만들었는데 용가리 맛이 나는 놀라운 치킨너겟이었다. 그때 나는 처음으로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다.

'고기를 먹지 않고도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다면 우리는 왜 고기를 먹는 것일까?'


고기를 먹는 가장 큰 이유는 단순하게 '맛있어서'가 아닐까. 만약 닭다리살에서 브로콜리 맛이 나고, 상추에서 치킨 맛이 났다면 우리는 닭다리살을 구태여 먹을까? 만약 소의 등심에서 양배추 맛이 났다면..? 급식 메뉴에 소고기가 나오는 날엔 많은 학생들이 급식을 외면한 채 매점으로 향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동물들은 인간이 먹기에 너무나도 맛있게 태어났다. 맛이 참 좋은 '치느님'이라는 이유로 한 해에 9억 마리의 닭이 죽고 만다. 우리의 즐거운 한 끼를 위해 그들은 평생 날개 한번 펼쳐보지 못한 채, 어두운 공장식 축사에서 생을 마감한다. '치느님'이라는 글자 뒤에는 9억 생명의 죽음이 그림자 져있다.


어쩌면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음식은 누구도 죽일 필요가 없는 음식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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