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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의환 Feb 17. 2021

따로 또 같이

스마트한 소통이 어려운 이유

스마트한 소통이 어려운 이유

2챕터따로 또 같이     


집단주의에서 개인주의로    

 

  전화 주문도 싫어”_외식 테이크아웃마저 언택트시대 6)     


 커피전문점의 경우 자체 앱을 통해 비대면 서비스에 나서고 있다. 스타벅스코리아가 2014년 5월부터 선보인 모바일 앱 주문 서비스 '사이렌 오더'의 회원 수는 560만 명을 돌파했다. 누적 주문 건수는 1억만 건 이상으로, 전체 주문량의 25%가 사이렌 오더를 통해 이뤄졌다. (중략)

맥도날드를 비롯해 롯데리아, KFC 등 유명 패스트푸드 업체들의 경우 키오스크(무인종합정보안내시스템)를 속속 도입 중이다. 이들의 키오스크 도입률은 약 70% 이상으로 주문을 받는 직원이 사라지는 추세다. 


 2020년 2월 신문의 내용의 중 일부이다. 커피전문점, 패스트푸드점, 대형식당가 등에서 볼 수 있었던 키오스크가 점차 다양한 업종과 매장에 배치되고 있다. 키오스크의 도입률은 약 70% 정도로 주문받는 직원이 사라지는 추세다. 또한, 언택트 소비가 자리 잡으면서 쿠팡, 컬리마켓, 배달의 민족 등 배달 관련 플랫폼도 인기가 있다. 매장 방문 및 사람을 통해서만 이루어지던 행위들이 이제 비대면으로 모든 것이 가능하게 되었다. 


 인류학자 홀(Hall)은 문화를 고맥락 문화(High-Context Culture)와 저맥락 문화(Low-Context Culture)로 구분하였다. 고맥락 문화는 메시지의 의도를 파악하려면 상황을 중시하여야 하며, 저맥락 문화는 메시지 대부분 정보가 자세히 담겨 있어 상황보단 메시지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우리나라의 문화는 고맥락 문화에서 저맥락 문화로 변화하고 있다. 결국,  역사와 습관 등을 공유하는 비율이 높았던 집단주의 가치관에서 개인의 다양성을 중시하는 개인주의 가치관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해석된다. 이제는 통용된 사회의 개념보다 자신만의 삶을 즐기는 것이 중요하다. MBC의 예능프로그램인 ‘나 혼자 산다’가 저맥락 문화를 잘 보여주고 있다. 이와 더불어 결혼은 필수가 아닌 선택인 비혼주의가 매년 증가하는 추세이다. 7) 혼자서 결혼을 화보를 찍는 싱글 웨딩, 10년 동안 결혼 안 하면 축의금 대신 위로금을 전달하고 친자식을 조카처럼 사랑하는 조카 바보라는 신조어도 등장하였다. 집단주의에서 개인주의로의 변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공존이 어려워진 시대


 미팅이나 회의를 위해 카페를 가면 종종 ‘노 키즈존(No Kid Zone)’이라고 적혀있는 곳을 볼 수 있다. 말 그대로 영유아는 출입을 자제해 달라는 이야기이다. 영유아의 자녀를 둔 부모들의 불만 섞인 이야기들이 많았다. 하지만 여론에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대다수의 국민들은 ‘찬성한다’라고 응답하였다. 이때까지는 별다른 논쟁 없이마무리되는 듯했다. 요즘 들어 ‘노 틴에이저존‘, ’노튜버존‘등 청소년과 유튜버의 출입을 금지하는 매장이 늘어가고 있다. 신문 기사와 논평을 보면 위와 같이 출입을 막는 행위는 역차별을 가져올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하였다. 각종 커뮤니티에서는 차별이냐 아니냐를 가지고 찬반 토론이 일어나기도 했다. 

 다양한 세대들이 등장하고 그에 따른 새로운 문화들이 형성되고 있는 시점에서 중요한 쟁점은 바로 공존일 것이다. 인간은 혼자서 살아가기 힘들다. 가정과 사회 속에서 관계를 통해 배우고 성장한다. 그런데 요즘 시대의 관계는 예전과 조금 다른 것 같다. 나와 맞으면 ’내 편‘이고 나와 다르면 다르다고 인식되어 ’적‘이 된다. 바로 끼리끼리 관계를 맺으면 공존한다. 

 소비의 트렌드를 분석하는 ’트렌트 코리아 2021‘에서 코로나는 방향이 아닌 속도를 증가시켰다고 하였다. 앞으로 세대 간 갈등의 양극화가 더 커질 수도 있다. 더 나아가 ’노 어덜트존‘, ’노 노인존‘이 생겨날 수도 있다.      

모두가 스마트하지 않다     


 다양한 소통통로가 형성되었지만 왜 원활한 소통을 돕지 못하고 있는가. 이에 대한 원인을 알아보도록 하자. 우리 삶에 있어서 필수가 되어버린 물건은 스마트폰. 그럼 우리는 스마트폰을 가지고 주로 무엇을 하는가. 아마도 SNS에 아닐까 싶다. 나도 아침에 일어나자 가장 먼저 하는 행동으로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SNS로 주변 지인을 소식을 본다. 그리고 내 글의 좋아요가 몇 개인지 체크한다. 많은 사람이 공감할 것이다. 소셜미디어(SNS) 사용 시간 및 빈도 순위를 조사한 내용이 있는데, 한국은 평균 1시간 20분 사용하고 평균 6개의 SNS 계정을 사용한다고 한다. 직장에 있는 시간,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고 1시간 20분을 사용한다는 것은 상당히 많은 시간을 사용하는 셈이다. 그리고 6개의 계정이라니 나도 계산해보니 이 정도는 되는 듯싶다. 포노 사피엔스 시대가 다가온 것이 실감이 난다. 


 포노 사피엔스 세대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대인관계 형성은 물론이고, 금융과 학습, 여가와 취미 생활에 이르기까지 삶의 광범위한 영역을 변화 시켜 나가고 있다. 비단 개인의 삶뿐만 아니라 비즈니스 구조에도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모바일 전자상거래의 유통 규모가 큰 대형마트도 제쳐버릴 만큼 월등히 커졌으며, 주요 광고매체였던 TV나 라디오가 이젠 그 자리를 모바일에 넘겨주고 있다. 8)


 그럼 나의 포노 사피엔스 단계는 어느 정도 인지 아래를 참고하여 확인해보자.    

 

기본단계 : 전화, 메신저, 검색, 카메라

활용단계 : 은행 업무, SNS, 게임, 일정 관리

창조단계 ; 시스템 개발, 비즈니스 모델 구축(영상 편집, 제작, 유튜브, 블로그, 네트워크 등)


 우리는 누구나 같은 성능을 가지고 있는 스마트폰을 사용하지만 사용하는 목적, 빈도에 따라 단계가 나눠짐을 알 수 있다. 2020년 2월 우리나라의 코로나가 심각해지면 교육 시장의 대면 교육이 다 취소되었다. 학교도 예외가 아니었으며, 내가 다니던 대학원도 집합금지 명령과 함께 수업이 연기되었다. 이때 부각된 것이 바로 온라인 교육이다. 우리는 e러닝을 예전부터 사용하고 있었기에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다. 하지만 교수들은 코로나가 이전 바이러스처럼 금세 잠잠해질 것이라고 예상하고 화상교육을 거부하였다. 시간이 지날수록 상황을 더욱 악화하고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자 화상 강의를 어쩔 수 없이 시작하게 되었다. 


 신문 기사에 접한 내용이다. 우리가 '파괴적 기술(Disruptive technology)'이라고 부르는 것들은 공통점이 있다고 한다. 첫째, 이전에는 생각하지 못한 방식으로 세상을 바꿨다는 점이고 둘째, 이를 처음 접하다 보니 인류는 한동안 부적응 또는 진통에 시달린다는 점이라고 설명한다. 시작은 했지만, 화상 강의가 처음인 교수들은 원격수업 준비에 멘붕에 빠졌다. 위에서 언급한 부적응 및 진통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대면 수업에 익숙했던 교수들은 적응하기조차도 힘들었다. 줌이라는 플랫폼을 사용해 화상교육을 많이 진행하였는데, 사용 방법을 잘 몰라서 초반에 많은 애를 먹었다. 하지만 화상 플랫폼 교육의 적응속도가 다른 10대들은 금세 사용법을 익히고 능숙하게 사용했다. 이런 적응의 속도가 격차를 더 벌어지게 했다. 아직도 누구에게는 편리하고 누구에게는 불편할 수 있다. 하지만 사용할 수밖에 없는 환경에서 조금은 스마트해지려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보여지는 것이 전부가 아닌 세상     


 최근 가장 인상 깊게 본 영화는 ’서치‘이다. 영화 속 아빠는 일에 매달리고 고교생 딸은 학원과 친구들과의 스터디에 바쁘다. 그러나 아빠는 딸과 수시로 톡을 교환하며 누구보다도 잘 소통하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실은 겉모습만 보고 있었다. 아빠는 딸이 피아노학원을 6개월 전에 그만둔 지 모른 채 학원비를 보냈고 학교에서 외톨이였으며 심지어 점심때 교내식당 구석에서 '혼밥(혼자 밥 먹기)'하는 것도 몰랐다. 아빠에게 활달한 모습을 보였던 딸은 실은 엄마의 부재를 극복하지 못한 채 깊은 상처가 있으며 마음을 터놓을 만한 상대가 없는 외로운 소녀였다. 그래서 마약을 찾고 SNS에서 만난 비슷한 처지에 놓인 것처럼 현혹한 '가짜 친구'에게 깊이 빠졌다. 


 영화 속 설정이지만 공감이 간다. SNS의 대화는 비대면 소통이다. 표정과 몸짓 등 비언어적인 요소를 볼 수 없으니 상대의 진심을 알 리가 없다. 보여지는 것이 전부가 아닌 세상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전에 이야기한 내용 중 평균 SNS 계정을 6개 정도 가지고 있다고 하였다. SNS의 특성별로 자신을 표현하는 방법들이 다르며, 각 공간에서 다양한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바로 멀티 페르소나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멀티 페르소나란 ‘다중적 자아’라는 뜻으로, 개인이 상황에 맞게 다른 사람으로 변신하여 다양한 정체성을 표현하는 것을 뜻한다.


 시대별로 SNS는 어떻게 변화했는지 알아보자. 우선 1세대 SNS는 싸이월드이다. 지금은 서비스를 종료하여 추억 속에 자리 잡고 있다. 싸이월드는 자신만의 미니홈피를 만들어 꾸며놓은 공간이다. ‘난... ㄱ ㅏ끔... 눈물을 흘린 ㄷ ㅏ....’라는 흑역사 짤(주로 인터넷상에서 사진이나 그림 따위를 이르는 말)이 유명할 만큼 자신만의 갬성(감성을 뜻하는 신조어)을 잘 표현했다. 지금은 새벽 갬성, 인스타 갬성의 시초가 싸이월드이다. 또 미니홈피마다 자신을 표현하는 아바타를 만들어 머리부터 발끝까지 꾸며놓았다. 아바타는 가상 현실 속에서 나를 표현하는 수단이었다. 과장되게 꾸미기는 했으나 본래의 자신의 모습과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표현되지는 않았다.


 2세대는 페이스북(Facebook)이다. 실시간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올릴 수 있고, 관심 있는 친구들을 팔로우하면서 소식도 받아볼 수 있다. 싸이월드는 국내에만 한정되었다면, 페이스북은 국제적인 교류가 가능해졌다. 손쉬운 친구추가 기능으로 오프라인 ‘인맥’보다 더 많은 사람과 ‘페친’(페이스북 친구)을 맺으며 사귀게 되었다. 프로필 구조로 지인들과의 소통, 관계유지 용도로 사용된다.

 3세대는 인스타그램(Instagram)이다. 이미지 기반의 버티컬(수직적) 구조라는 형태적 차별성을 기반으로 손쉽게 자기표현을 한다. 관심 분야에 대한 사람들의 의견이나 근황을 탐색할 수 있어 자신만의 인맥을 형성한다.


 한국디지털정책학회가 발간한 ‘디지털 융복합연구’에 실린 ‘SNS의 형태적 진화에 따른 이용 동기 및 사용 형태 차이’ 논문에서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이용 동기는 차이를 보였다. 지인과의 소통에서는 페이스북 이용자(3.63)가 인스타그램 이용자(3.02)보다 점수가 높았다. 반대로 자기표현에서는 페이스북 이용자(2.36)보다 인스타그램 이용자(3.45)가 높았다. 9) 즉. 지인과의 소통의 역할은 페이스북, 자기표현은 인스타를 사용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SNS마다 통일된 모습을 보여주는 게 아니라 각각의 페르소나를 형성하여 사용한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 ‘다채널’, ‘다 정체성’을 보여주는 요즘 함께 있지만, 따로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참고문헌     

6) "전화 주문도 싫어"...외식 테이크아웃마저 '언택트' 시대(아시아경제, 2020.2.19.)

  https://view.asiae.co.kr/article/2020021908200575158

7) 결혼 거부하는 비혼주의자들(동아일보, 2018.1.7.)

https://shindonga.donga.com/3/all/13/1179827/1

8) 포노 사피엔스

9) SNS 용도도 제 각각...페이스북 '지인 소통'·인스타그램 '자기표현'(매일경제 2017.8.13.)

https://mk.co.kr/news/it/view/2017/08/54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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