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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의환 Feb 18. 2021

다문화의 시대

스마트한 소통이 어려운 이유

나이에 민감한 한국 문화     


  니라고 하지 마라… 나이도 어리면서” 10)


 SBS 스페셜 ‘왜 반말하세요’에서 방영된 한 장면의 대화를 옮겨 보았다. 이야기의 대상은 성인도 아닌 유치원생이었다. 한국인은 누군가를 만나면 상대의 나이, 지위, 경력 등에서 나보다 높은지 낮은지를 알아야 대화를 시작할 수 있다. 한국은 유교 문화를 공유하고 있는 동아시아에서조차 유례에 없을 만큼 나이에 민감하게 반응하다. 적절한 대접을 받지 못하면 감정이 상하고 심한 경우 욕설과 폭언들이 쏟아진다. 나이로 서열을 나누는 일은 한국에서는 너무나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수직적인 서열과 권위 의식이 익숙하기 때문이다.


 나는 여러 명이 하는 운동을 좋아해서 동호회를 가입하곤 한다. 동호회에 처음 들어가서 회식 자리에 가면 제일 먼저 물어보는 게 ‘나이’이다. 나이를 통해 어리면 동생, 많으면 형님이라는 호칭이 붙는다. 이때부터는 자연스럽게 상, 하가 구분된다. 윗사람은 아랫사람에 반말을 아랫사람은 윗사람에게 존댓말을 사용한다. 수직적인 서열의 관계를 남성은 군대에서 여성은 명절에서 경험한다.


  ‘여러분의 조직에서 없어졌으면 하는 군대 문화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상급자의 절대 권력이 23%로 가장 많은 응답을 보였다. 유교 사회에서는 장유유서라는 말이 있다. ‘나이 든 사람을 공경해라’라는 의미로 쓰인다. 하지만 요즘은 ‘나이 든 사람의 말을 잘 들어라’로 변질하여 해석된다. 나이가 많다는 것은 무조건적인 존중이나 공경을 기대하는 위치가 아닌 사회질서를 위해 예의를 갖춰야 하는 위치이다.     


한국의 전통적인 고유문화     

 직장생활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회식이다. 직장인 공감 백서에서 회식의 5대 불가사의가 있다.     

 

-꼭 약속 있는 날 회식을 한다.

-오랜만에 칼퇴 하는 날 회식을 한다.

-법인 카드로 긁는데 팀장님 눈치 보게 된다.

-이렇게 정해도 욕먹고

-저렇게 정해도 욕먹는다.     


 직장생활 중 막내가 가장 힘든 이유는 회식 장소를 정하는 일이다. 선배들의 일정 맞춰야 하고 희망하는 메뉴도 추천받고 업무 외에 할 일이 많다. 선배들은 원래 막내가 하는 일이야 라고 하지만 생각해보면 막내가 하는 것이 맞는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 왜냐하면 경력이 상대적으로 적은 사원급보다는 주임, 대리가 더 잘 알기 때문이다. 아래의 사례를 한 번 살펴보자.     


후배 : 회식 장소 선정을 제가 꼭 해야 하나요?

선배: 왜 그렇게 생각하는데?

후배: 선배가 저보다 회식 장소를 더 잘 알고 있는데 선배가 하는 게 더 효율적이지 않을까요?     


 분명 후배의 말이 틀리지 않는다. 하지만 수직적 서열관계인 한국의 문화 속에서는 통용되지 않는 이야기이다. 이제는 외신에서도 한국 고유의 문화를 인정하는 분위기다. 영어로 표현될 수 있지만, 한글을 영문으로 번역해 신조어를 만들어냈다. 그럼 다음은 어떤 단어를 설명하는지 함께 알아보도록 하자. 11)     


[문제]

1. "중세시대 영주처럼 부하직원이나 하도급업자에게 권력을 남용하는 행위“

   'boss somebody around‘ 'lay down law to', 'power trip' 

2. “한국 중년 남성들의 권위 의식”

3. “경영권 역시 과거 전 근대시대 왕조처럼 3대 이상 세습을 하는, 혈연기반의 지배체제”      


[정답]

1. 갑질[Gapjil]

2. 개저씨[gaejeossi]

3. 재벌[chaebol]     


 한국에만 있는 특별한 현상이기 때문에 제2의 신조어로 만들어 표기한다. 긍정적 의미보다는 부정적 의미로 작성되기 때문에 한국의 부끄러운 민낯을 보여준다. 다양한 문화의 세대가 공존하는 시대이다. 수직적이고 서열적인 관계인 한국의 고유문화에서 벗어나 수평적이고 포용적인 관계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공평하게 나누는 방법     


 공모전 포상금이 20만 원이 나왔다” 12)     


 세대별 공정함에 대해 실험을 통해 알아보았다. 만약 공모전 입상한 5명의 팀원에게 포상금으로 20만 원이 나왔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우선 베이비부머 세대는 회식이다. 모두가 수고했으니 축하하는 의미로 다 같이 모여 회식을 한다. X세대는 n분의 1이다. 20만 원이니 공평하게 4만 원씩 나누어 갖는다. MZ세대는 공헌한 비율에 따라 차등 배분한다. 똑같이 분배하면 열심히 일한 사람은 손해기 때문이다.


 2002년 월드컵에서 우리나라는 역사상 처음으로 4위를 차지했다. 역대 순위를 기록한 선수들에게 포상금이 지급되었다. 이때 포상금을 어떻게 지급해야 하는가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풀타임을 뛴 선수와 1분도 뛰지 않은 선수가 똑같이 보상받는 건 불공평하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선수단 대표가 ’동료가 벤치를 든든하게 지키고 있어 우리가 경기에 집중할 수 있었다.‘라고 말하며 원팀을 강조했다. 한국축구협회도 선수단의 의견을 받아들여 모두에게 공평하게 포상금을 지급하였다. 


 2012년 올림픽 남자축구팀은 사상 처음으로 메달을 획득했다. 여기에 포상금과 같은 금전적 보상이 지급되었으나 2002년과는 다르게 배분하였다. 바로 선수의 활약에 따라 등급을 정하고 그에 따라 차등 지급하였다. 불과 10년 사이 공정함에 관한 생각이 변화했음을 알 수 있다. 


 예전에는 공동체 의식으로 모두가 공평하게 나누는 것이 공정함이었다면, 요즘은 자기 이해(관계)적 공정성을 추구한다. 자신이 노력한 결과에 비례하여 보상받기를 원한다.     


베이비붐, X, MZ 세대는 공정함에 민감     

공동체 자기 이해(관계)적 공정성      


 경제 게임 중 최후통첩 게임이 있다. A는 금액의 비율을 제시하고 B는 수락하거나 거부할 수 있다. 다만 B가 수락하면 돈을 획득할 수 있고, B가 수락하지 않으면 둘 다 돈을 획득할 수 없다. 보유금액이 천 원이라고 할 때 A는 다양하게 금액의 비율을 제시할 수 있다. 8:2, 5:5, 1:9 등 자신한테 유리한 쪽으로 제안을 할 것이다. 물론 사회적인 영향도 작용한다. 공동체성이 강한 집단, 가령 두레나 품앗이가 발달한 마을에서는 5:5를 제안하는 비율이 높고, 개인주의가 발달한 도시일수록 1:9를 제안하는 비율이 높다고 한다. 


 우선 베이비부머나 X세대는 어떤 제안이 와도 받아들이는 성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MZ세대는 다르다. 불공정함은 똥오줌과 같은 것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불리한 비율로 제안이 오면 돈을 획득하지 못하더라도 거부한다. 최근 이슈가 된 SK하이닉스 성과급 문제도 공정하고 투명한 보상을 요구하는 MZ세대의 정체성이 잘 표현된 예이다.     


 대한민국 소통의 현주소는 사름 즉 문화의 공존에서 오는 문제다. 스마트한 시대에 소통의 문제가 더 커진 이유는 단순하게 비대면 소통의 기술적 문제도 있고 스마트 기계 사용 범위, 빈도, 정도의 차이로 인한 격차이다. 그리고 집단에서 개인으로의 사회적 문화의 변화와 공정성에 대한 민감함을 들 수 있다. 스마트함으로 인한 소통의 양극화가 더욱 가속되고 증폭되고 있다. 비대면 시대 어떻게 하면 지금보다 더 나은 소통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해보아야 한다.          


[참고문헌]

10) SBS스페셜 왜 반말하세요.

11) 'GAPJIL','CHAEBOL'…외신도 아는 한국의 부끄러운 민낯(노컷뉴스.2018.4.17.)

https://www.nocutnews.co.kr/news/4956268

12) 3세대 전쟁과 평화 쌤앤파커스:서울 김성회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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