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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의환 Feb 22. 2021

보이는 게 다가 아니다.

서로의 다름과 조화를 이루는 방법

본캐와 부캐 그리고 페르소나


 평소 드라마를 잘 보지 않지만 챙겨보던 시리즈가 있었다. 바로 ’응답하라 1988‘ 이었다. 1988년 쌍문동을 배경으로 만들어진 드라마로 그 시절 추억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며 큰 인기를 얻었다. 그중 주인공 덕선의 남동생인 노을의 여자친구 관련 이야기가 생각난다. 길거리에서 동생을 괴롭히는 날라리 여자친구와 덕선은 머리채를 잡고 싸운다. 그 결과 경찰서로 불려가게 되고, 이 소식을 듣고 덕선의 부모님들이 경찰서로 찾아온다. 다친 자녀를 보고 화가 난 부모님은 ’누가 우리 집 귀한 자식을 이렇게 만든 거야‘ 라고 소리치며, 노을의 여자친구를 다그치기 시작한다. 여자친구의 보호자인 언니가 도착하고 두 자녀의 머리 색을 본 덕선의 부모님은 외형만 보고 사람을 오해하기 시작한다. 미용학원에 다니며 실습하느라 머리 색이 빨간색, 노란색임을 알게 되고, 미안함에 연신 사과를 한다.  

 예전에는 겉과 속이 똑같은 사람이 진국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보이는 겉모습이 그 사람의 진짜 모습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시대가 지나면서 이런 문화는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직장인’이 되는 순간은 언제인가?”     

집 밖을 나서는 순간부터

회사의 입구에서부터

출근 시간부터 (ex-9시 출근이면 9시부터)     


`인싸템` 에어팟은 그냥 음악 듣는 도구가 아니다. 방패이자 가면이다. 에어팟을 귀에 꼽고 출근한 젊은 세대가 9시부터 회사원이 되기 전까지 8시 55분에 탄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직장 상사에게 인사할 이유는 없다. 9시에 에어팟을 빼는 순간, 직딩이 된다." 김난도 교수는 `요즘 애들`을 이해  못하는 부장님들에게 "밀레니얼 세대는 `멀티 페르소나`(다중 가면)를 가지고 회사 안과 밖의 자아가 다르다는 점을 이해하라"고 충고했다.


 위 내용은 2020 트렌트코리아의 내용을 기반으로 한 신문 기사의 내용이다. 기성세대와 요즘 세대 간 출근에 관련된 이야기이다. 기존 출근의 개념은 집 밖을 나서면서 시작한다. 학창 시절 문밖으로 나가면서 우리는 ‘학교 다녀오겠습니다’라고 인사를 한다. 학교로 출발하는 순간부터 등교가 시작된 것이다. 그래서 회사로 출근하기 위해 나서는 순간부터 직장인 모드로 변경되었다. 하지만 요즘은 다르다. 회사에 일찍 도착한다고 해서 출근한 것이 아니다. 9시가 출근 시간이라면 9시 정각이 돼야 그때부터 출근으로 인지한다. 9시 이전 회사에 도착했어도 아직 업무시간이 아니라서 출근한 게 아니라는 뜻이다.


 이전 챕터에서 SNS에 따라 사용하는 방법이 다르다고 이야기한 적이 있다. 공간마다 특성을 반영해 자신을 표현한다고 하였다. 이를 두고 ‘본캐(본래의 캐릭터)와 부캐(또 다른 캐릭터, 부속 캐릭터, 언제든지 변화 가능)의 세상이 다가왔다’라고 설명한다. 국민 MC 하면 누가 떠오르는가. 바로 ‘유재석’이다. 유재석은 2019년 MBC 방송 연예 대상에서 생애 처음으로 신인상을 받았다. 하지만 유재석이란 이름이 아닌 <놀면 뭐하니>에서 보여준 부캐 유산슬로 수상하였다. 방송가에도 이제는 부캐 열풍이 불고 있다. 매드크라운-마미손, 박나래-조지나, 김신영-둘째 이모 김다비, 이효리-린다G로 활동하고 있다. 이제 사회 전반에서도 부캐를 인정해주는 분위기이다.


 그럼 나는 몇 개의 부캐로 활동하고 있는가?


우선 나도 유튜브에선 고민맨, 강사로서 연구소 대표, 동호회 및 커뮤니티에서는 욜로로 활동하고 있다. 어쩌면 부캐라는 것은 예전부터 사용하던 것은 아닐까. 현시대에 갑자기 등장한 것은 아니지 않을까. 그렇다, 멀티 페르소나는 베이비부머 세대에도 존재했다. 시대별 ‘멀티’와 ‘페르소나’에 대해 알아보자.     


 ‘멀티와 페르소나     


1. 베이비부머 세대의 ‘멀티’와 ‘페르소나’

 베이비부머 세대의 멀티란 어떤 일을 맡아도 잘 완수하는 슈퍼맨이다. 모든 분야에서 자신의 능력을 잘 발휘한다. 영화 ‘국제시장’에서 황정민의 역할을 보면 알 수 있다. 6.25 전쟁으로 인해 피난을 가던 중 잃어버린 동생을 찾으러 간 아버지를 대신하여 집안에 가장이 된다. 베이비부머 세대의 가장이란 가족을 부양해야 한다는 무거운 짐을 지니고 살아간다. 어렵고 힘든 일을 도맡아 하지만 힘든 내색 한번 하지 않는다. 가정에서는 듬직한 아버지, 직장에서는 일 잘하고 인정받는 직원 등 모든 분야에 있어 완벽한 모습을 보여주고자 노력한다. 

 하지만의 겉으로 보이는 모습과 속마음은 다르다. 겉으로는 멀티플레이어, 팔방미인 인재지만 마음속 진실하게 원하는 욕망은 잘 표현되지 않는다. 결국 남이 원하는 나를 보여주기 위해 통제 및 절제하는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2. X세대의 ‘멀티’와 ‘페르소나’ 

 베이비부머 세대가 슈퍼맨이었다면, X세대는 멀티 탤런트(Multi-talent)이다. T자형 인재라고 부른다. ‘T’의 가로선이 다양한 전문지식, 세로선이 한 분야의 전문지식을 뜻한다. 베이비부머 세대는 역할의 구분이 불분명하였지만, X세대는 역할의 구분이 가능하다. 멀티의 개념을 축구로 설명하자면 감독, 선수, 구단주를 할 수 있는 게 다재다능이라면, 공격수가 수비의 포지션도 소화할 수 있는 역량이 멀티 탤런트이다. 


 X세대의 페르소나는 다중성을 인정하지 않는다. 한 커뮤니티에서는 한 사람이 같은 계정으로 2개의 ID를 만들면 강퇴(강제퇴장)의 대상이었다.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모습은 같아야 했던 시기이다. 이 시기 페르소나를 가장 잘 표현하는 것이 싸이월드의 아바타였다. 아바타는 현실 세계의 나를 잘 표현하는 인물로 과장되기는 하였지만, 나와 전혀 다른 인물로 표현하지는 않았다.   

   

3. 밀레니얼 세대의 ‘멀티’와 ‘페르소나’    

  

 딴청 피우는 것 같지만 다 듣고 있네     


 실제로 대학원 수업 중 교수님이 나에게 한 말이다. ‘정 선생은 안 듣고 있는 것 같은데 물어보면 잘 대답한단 말이야’라고 신기해하셨다. 밀레니얼 세대는 태어날 때부터 멀티 DNA를 가지고 있다. 그러니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그래서 같은 일을 하더라도 선배 세대보다 피곤함을 더 느낀다고 한다.     


기업 인사담당자가 본 MZ세대의 직원들 특징(사람인, 2020년 8월, 451개사 설문)

1. 워라밸 중시

2. 조직보다 개인 이익 우선시

3. 개인의 개성 존중 요구

4. 자유롭고 수평적 문화 요구

5. 공평한 기회 중시

6. 명확한 업무 지시와 피드백

7. 개인 성장 지원 요구

     

 위 자료는 사람인에서 조사한 MZ세대 직원 특징이다. 오롯이 내가 세상의 중심이다. 그래서 페르소나의 개념도 나의 다양한 모습을 자유롭게 펼쳐 보이는 데 중점을 둔다. 회사에서의 모습, 일상생활에서의 모습, 집 안에서의 모습 등 각 생활 반경에 맞게 자신만의 모습을 보여준다. 선배 시대가 온전히 나의 모습을 억누르고 살았다면 이제는 온전히 나의 모습을 지키고 싶어 나를 펼치고자 한다. 현시대의 가면은 위장이나 변장이 아니라 한가지 모습에 국한될 수 없는 진짜 나를 표현하는 역할을 한다.     


 베이비부머 세대에서 X세대로, X세대에서 밀레니얼 세대로 시대로 흘러가면서 멀티와 페르소나의 개념이 변화됨을 확인 할 수 있었다. 이제는 보이는 게 그 사람의 전부가 아니다. 다양한 가면을 인정하고 수용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페르소나는 자신의 정체성을 읽어버린 다중이가 아니라 어느 하나 거짓이 아닌 다양한 ‘나’의 모습이다. 고민이나 문제점이 아닌 세상을 잘 살아가는 비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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