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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리집가장 Oct 02. 2023

무지성 5km 달리기

첫 연습

인생 첫 10km 달리기가 3주가 채 남지 않았고, 처음인 주제에 10km를 접수해 버려서 정말이지... 위기를 만난 기분이다. 나는 n년 전부터 인터벌러닝을 해오고 있는데, 한창 체력 좋을 때는 8km, 보통은 5-6km를 뛰었다. 쭉 달리는 건 또 다른 차원의 달리기라서 10km는 정말 무리수를 둔 기분이다.


경력자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그래도 다 같이 뛰면 평소보다 더 빨리, 더 멀리 뛸 수 있다고 해서 혼자 훈련할 때 10km를 채우진 못해도 7km까진 해보자 마음먹었다. 3km는 떼달리기의 힘으로 메울 것이다.


그렇게 오늘 처음으로 마음먹고 쭉 달려보았다. (사실은 반환점에서 숨 한번 고름)

탄천까지 걸어가서 냅다 달렸다. 반환점인 2.5km 구간까지 쭉 달렸다. 나는 달릴 때 걸그룹의 노래를 듣는 편인데, 위키미키의 노래가 정말 신난다. 대즐대즐,쿨, 티키타카 러닝 명곡으로 선정합니다. (제가)


암튼 걸그룹 노래를 연속재생 해두고, 달리는데 2km 정도 되면 갈비가 아프기 시작한다. 회귀본능이 최대치를 찍는 순간이다. 하지만 반환점을 돌면 '여기서 gg치면 뛰어온 만큼 걸어가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뛰는 것도 힘든 이 거리를 걸어간다? 시간이 훨씬 오래 걸릴 것이다. 집에 일찍 가려면 그냥 계속 뛰는 수밖에 없다. 이 무식하고 간단한 선택지만 남는다.


애플워치로 기록하며 뛰는데, 애플워치를 볼수록 페이스가 떨어지고 갈 길이 구만리처럼 느껴진다. 은희경 스앵님은 <행복한 사람은 시계를 보지 않는다>라고 했는데, 체력이 좋은 사람은 애플 워치를 보지 않는 것인지? 암튼 체력 쓰레기는 계속해서 애플 워치를 보면서 집에 언제 갈 수 있을지 계산한다. 암튼, 워치를 볼수록 더딘 느낌이 들기 때문에 의식적으로 외면하는 게 기록에 좋다.


3.5km에 도달하면 여기서 포기하면 너무 아깝다는 본전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1.5km만 더 뛰면 목표를 달성하는데 굳이 지금 여기에서 멈춘다고?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런데 갈비가 정말 너무 아프다... 이쯤에서 르세라핌 노래를 듣는 것이 좋다. 누가 나더러 뭐라 한 적도 없는데 갑자기 투명 적을 만들어서 이길게... 이겨볼게... 뭐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이다. 고작 5km를 뛰면서 변화무쌍한 감정의 흐름을 느낀다.


4.5km가 의외로 정말 포기하고 싶다. 반올림하면 5km이니까 5km 뛰었다 치고 집에 가기?라는 정신 승리를 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한편으론 500m만 냅다 달리면 집에 간다는 생각도 반대급부에서 치고 올라온다. 5km도 못 달리는 하여자 될 수 없다. 마지막 힘을 쥐어짜서 5km를 꽉 채웠다.


사실 지난주에 자전거를 많이 타서 무릎이 좋지 않은 상태이다. 무릎 보호대를 하고 달렸는데, 역시나 장경인대 이슈 발생했고… 운동 쉬기 뭐해서 체육관 나가서 설치다가 너무 안 나아서 그냥 2주간 요양때렸다. 장경인대 다쳤는데 복싱장을 가는 미친 여자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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