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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리집가장 Feb 03. 2024

[완독워너비] 니체의 위험한 책,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 고병권 지음

수많은 누군가의 인생을 바꾼 책은 어떤 사람이 어떤 내용으로 썼을까. 상상의 동물처럼 인지하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읽기에 앞서 니체를 쉬운 언어로 알려줄 가이드가 필요했다.

니체라는 철학가의 존재, “신은 죽었다”라는 문장은 알지만 그가 왜 그렇게 말했는지 면밀히 알지 못했다. 알지 못해도 사는 데에 지장은 없었지만, 안다면 나의 인생에도 자그마한 변화라도 생기지 않을까 기대한다. 그 기대감으로 골랐던 이 책은 니체와 차라투스트라를 가르치는 가장 친절한 예습서다.

우리가 어려운 책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거나 완독하지 못했다고 주눅들 필요는 없다. 독서를 시작했다는 사실이 니체가 말하는 ‘긍정 의지’이며, 독서 이후 우리의 태도에서 무언가 바뀐 것이 있다면 그것만으로 ‘긍정의 긍정’이 탄생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상상 속의 그 책을 꺼내어 봐도 될 것 같다.


� 23p

니체의 작품은 그 자신의 체험 기록이다. ‘그가 거쳐온 그’, 한때 ‘그였던 그’에 대한 기록인 셈이다. 니체는 “누구도 책으로부터 자신이 체험한 것 이상을 얻을 수 없다”고 말했지만, 우리는 “누구도 자신이 체험한 것 이상을 쓸 수 없다”고 말해야 할 것 같다. 아무리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하더라도 글은 그가 체험한 삶의 다른 표현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 75p

니체는 <차라투스트라>의 부제로 ‘만인을 위한, 그러나 그 누구를 위한 것도 아닌’이라는 말을 달았다. 만인을 위한 책, 그러나 아무나 읽을 수 없는 책. 만인을 친구로 삼고 싶지만 아무나 친구로 삼지는 않는 책. <차라투스트라>는 그런 책이다.


� 212p

미래라는 말 자체는 ‘(아직) 오지 않았다’는 뜻이지만, 차라투스트라는 그것이 오지 않은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미래는 오지 않은 시간이 아니다. 그것은 이미 와 있지만 오해되는 시간이다. 미래는 아무리 늦게 온다고 해도 항상 너무 이른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시간이다. 때문에 그것은 자기 시대와 불일치하는 시간이며, 비시대적인 것, 때에 맞지 않은 것으로 존재하는 시간이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한다. “나와 나의 운명은 오늘을 향해 말하지 않으며, 결코 오지 않을 날을 향해서도 말하지 않는다”


� 304p

니체는 지구를 자기 것으로 착각하는 인간을 비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숲 속 개미도 숲의 존재 목적이 자기 자신이라고 믿고 있을 것이다” 도대체 지구 나이가 몇인지 알고나 있는가? “지구의 나이를 하루로 치면, 인간 아니 생명체 자체가 존재한 기간은 한 순간의 타오름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지구라는 행성이 인간을 낳기 위해 그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고 생각하는가. 그렇게 생각한다면 인간은 “세계의 코미디언”이다.


� 313p

차라투스트라는 인간에서 위번멘쉬로 넘어가는 것이 ‘발전’이나 ‘진화’라기보다는 철저한 ‘몰락’을 거친 ‘변신’임을 주장한다. 헤겔적인 의미에서의 ‘발전’과 차라투스트라의 ‘변신’은 전혀 다른 것이다. 위버멘쉬는 인간적인 그 어떤 것도 승계하지 않는다. 인간적인 것의 철저한 몰락만이 위버멘쉬의 출현 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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