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긴 기간 붕어빵을 먹어본 겨울이 없었던 것 같다. 작년 초겨울 토요일, 아침 요가를 끝내고 집으로 오는 길에 처음 보는 붕어빵 노점이 있었다. 토요일 판교엔 사람이 정말 없는데... 제일 먼저 생각했고, 여기에 생겼으면 앞으로 판교역까지 갈 필요는 없겠다... 이어서 생각했다. 너무 추웠던 날이라 쌓여있는 붕어빵을 보고 사 먹어야겠다고 결정했다. 많이 구워진 걸 서비스로 드려도 되겠냐고 사장님이 물으셨다. 완전 오예입니다... 덥석 받아서 길(붕어)빵을 했다.
그렇게 시작된 길(붕어)빵은 몸과 마음이 고된 날에 확실한 보상이 됐다. 요가 2 시간 했으니 붕어빵 3마리 정도는 너무나 건강식 아닌가~ 생각하면서. 그리고 갈수록 맛있어지는 느낌도 들었다. 동료들이랑 점심 산책 중에 들러 사 먹을 때에도 반응이 좋아서 내가 뿌듯했다.(왜요)
암튼, 지난주에 또 요가 끝나고 사 먹으며 4월에 붕어빵 먹어본 기억이 없었던 것 같아서 사장님께 언제까지 나오시냐 여쭤봤더니 다음 주(=현시점 이번주)라고 하셨다. 그래서 이번주에도 꼭 한번 가야지 생각하다 오늘 퇴근하고 집 가는 방향을 역행해서 들렀다. 오늘은 슈붕이 없어서 팥붕으로 사면서, 막간 토크박스를 풀었다.
아마 첫날부터 제가 사 먹었던 것 같다고. 그때 많이 익히셨다며 서비스로 주셨었다고. (발화 의도는 내가 진짜 첫날에 사 먹던 것 같다를 어필하려 한 거였는데) 사장님이 오늘도 많이 구워진 슈붕이 있다며 첫날처럼 마지막 날에도 주신다고 하셨다. (바라고 말씀드린 건 아닌데... 완전 오예입니다) 감사 인사 드리고, 갑자기 입이 터져서 원래 판교에서 붕어빵 먹으려면 판교역까지 가야 했는데, 여기에 생기고 나선 그러지 않아도 됐다고, 그래서 잘 먹었다고 어쩌고저쩌고, 올해 겨울에도 오실 거냐고(무서웠을 것 같아...) 여쭤보니 오실 것 같다고 하시는... 원하는 대답을 들었다. (손님 나밖에 없었으니까 싫지 않으셨겠지... 눈이 웃고 계셨다고...)
그러고서 걸어가는데 너무 더워서 겨드랑이가 촉촉한 느낌이었다. 이 더운 날에 붕어빵을 먹어본 기억은 정말 없는데라고 생각하며 얼른 집에 왔다. 나는 기분이 안 좋을 때 빵을 먹으면 대체로 기분이 나아지는 단순한 사람이라서 퇴근 후 요가를 끝내고 붕어빵을 먹을 수 있다는 사실이 좋았다.
나는 부산의 이재모(이재명 x, 안재모 x) 피자를 정말 좋아하는데, 이재모 피자를 웨이팅 할 때 먼저 먹고 나온 사람들의 표정을 보면서 먹는 걸로 남의 기분을 좋아지게 하는 건 어떤 기분일지 가늠해보곤 했다. 붕어빵을 먹으면서도 그런 생각을 했다. 이거 사업병 초기일까... 하지만 괜찮다 주식이 나락 가서 실시간 재산 삭제쇼가 펼쳐지고 있으니 사업할 자본이 없다. 암튼, 먹는 걸로 남의 기분을 좋아지게 만드는 건 미지의 영역이면서도 꼭 한번 해보고 싶은 일이기도 하다. 붕어빵 먹으면서 별 생각을 다 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