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출근'을 보는 게 불편해요

직업에 대한 생각 , 어쩌다 출근하는 '나'

by 라다


요즘 핫한 프로그램이 있다. 내가 처음 이 프로그램의 존재를 알게 된 것은 9년 차 은행원의 일화, 화장품 회사를 다니는 남자의 하루를 다룬 영상을 친구가 보내줘서 보게 되었다. 그 이후로 유튜브의 알고리즘을 통해서 다양한 직업의 출연자들을 만날 수 있었다. 이 프로그램은 일반인 출연자가 주인공이라는 점이 큰 매력이다. 한 때 내가 꿈꾸던 직업, 어쩌면 내가 감히 꿈도 꾸지 못할 직업, 정말 다양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의 회사 일상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이다.


유튜브에서 직장인 브이로그, 퇴사 브이로그가 인기가 있다. 그 이유가 뭘까? 평생 직업은 없다는 요즘 세상에서 남들이 뭘 하면서 돈을 벌어먹고 사는지 궁금한 것이다.




내가 직장인이 되고 가장 큰 관심사는 남들은 어떤 직업을 갖고 먹고 사는지가 큰 관심거리였다. 현재 나는 직업이 있지만 뚜렷하게 변호사, 간호사, 영양사, 선생님처럼 직업을 특정하는 단어로 나를 소개하기 어렵다. 그래서 나는 아직 미완성 직장인 같다. 내가 직장인이라고 하기에 어딘가 완성되지 않은 부분들이 있는 것처럼 텅 빈 기분이 든다.



어릴 때는 마냥 회사원이 되고 싶었다. 그저 사무실에 가만히 앉아서 키보드를 두드리고 입으로는 전화를 하며 손가락으로 메일을 써서 일을 하는 사무직이 쉬워 보였다. 여름에는 에어컨과 시원하게 일을 하고 겨울에는 히터와 따뜻하게 일을 하는 편한 사무직을 하고 싶었다. 그리고 취업을 하고 느낀 점은 회사원이라는 직업은 너무 무한하다는 것이다. 회사를 다니면 다 회사원인데 나는 회사원이 다 사무직인 줄 알았었다.


그런데 사무직도 업종마다 다 다르잖아요.


그리고 어른이 된 지금 사무직이라는 직업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쩌다 직장인이 되었고 취업을 하고 나면서 진로 고민을 완전히 끝냈다는 착각 속에 살고 있었다. 그런데 회사를 다니면서 내가 생각했던 직업의 만족도가 충족되지 않았다. 내가 더 재밌게 하는 일, 돈을 더 벌 수 있는 일, 커리어의 성장을 위해 나의 에너지를 긍정적으로 펼칠 수 있는 일을 찾고싶고 현재의 일을 그만두고 벗어날 궁리만 했다.



그런 와중에 이 프로그램을 통해서 겉으로 보기와 다르게 실제 그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어떤 일을 하는지 알게 돼서 참 좋았다. 물론 방송이라 어느 정도 꾸며진 부분이 있겠지만 100% 거짓된 모습은 아닐 것이다. 이 프로그램을 보면 마음 어딘가가 불편하다. 모든 출연자들은 다 각자 다른 직업, 다른 역할을 하고 있다. 그들은 아침에 일어나서 출근해서 퇴근하기까지의 하루를 보여준다.


그저 그들의 일상의 한 부분을 보여주는데 왜 나는 마음이 불편했는지 생각해봤다. 우선 나와 또래인 사람들 혹은 나보다 어린 사람들이 이미 나름 있어 보이는 직업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 불편했다. 흔히 열등감이라 부르는 감정을 느끼고 있더라. 내가 저 나이에는 뭘 했는지 생각을 해 봤는데 직업에 대한 열정보다는 취업을 피하기 위한 열정만 가득했었다.


은행원, 변호사, 회계사, 건축소장, PD, 기상청 직원, 경찰, 버스기사, 집배원, 선생님, 호텔 셰프, 엔지니어, 햄버거 메뉴 개발자, 장례지도사, 인테리어 디자이너 등등 우리가 흔히 알던 직업도 있지만 잘 모르던 직업도 소개해 줘서 간접적이지만 다채로운 직업 경험이 가능하다. 내가 알지 못했거나 알았지만 잘 모르던 직업을 가진 사람들의 하는 일을 관찰하다 보니 아, 이 세상에 정말 남의 돈 벌기 쉬운 직업은 없다는 것을 깨닫고 결국은 모두가 먹고살기 위해서는 사업이 아니라면 회사를 다녀야 한다는 마음에 또 불편해졌다.


프로그램에서 소개해주는 회사들이 대부분 이름 있는 기업이라 그런지 복지와 혜택들도 다 너무 좋아 보였다. 마치 나와는 다른 세상에 살고 있는 사람들처럼 그들의 직장은 너무나 화려하고 아름다워 보였다. 어떤 회사인지 정확하게 공개하지 않지만 말하지 않아도 알게 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프로그램에 나온 사람들이 마냥 부러운 것은 아니었다. 내가 그들이라면 저 직업을 갖게 돼도 저렇게 해낼 수 있을까 그들이 대단해 보였다.


무엇보다 내가 이 프로그램이 가장 불편한 이유는 뛰어난 복지와 부러움을 살만한 업무환경보다 그들의 직업에 대한 애정과 열정이 나에게는 없어서 불편했다.

프로그램에 소개된 직업인들은 본인 직업 만족도가 꽤 높다. 참 신기했다. 방송을 위한 가식인 걸까?

그렇다고 하기에 그들이 일에 임하는 태도가 나와 너무나 달라 보였다. 나는 나의 일을 계속하면서 커리어 성장을 하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더 편한 일을 하면서 돈은 많이 받을 궁리만 한다.



나는 나의 직업을 남들에게 소개할 만큼 자랑스러워하고 있는지 고민해 봤다. 야근을 하고 일찍 출근을 하고업무가 힘들어도 매일 해내는 저 사람들만큼 과연 나는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해 나의 에너지를 얼마나 쏟아부어봤는지 되돌아봤다.


그런데 나는 적당한 수준의 생계를 위해 오로지 매 달 25일에 받는 월급을 위해서 현재 회사를 다니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나는 중소기업에서 해외영업부서에서 주로 수출을 담당하고 있다. 그런데 이 일을 하면서 단 한 번도 보람을 느끼거나 뿌듯함을 느껴서 열정적으로 이 커리어를 확장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다는 사실에 회의감이 크게 들었다.



또 저 사람들은 각자의 소속된 위치에서 열심히 살고 있는데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아왔고 나는 나의 소속된 조직에서 나의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을까 반성하게 되었다. 나는 아무튼 출근이 아닌 어쩌다 출근을 하고 있다. 정말 내가 원하고 목표하던 회사를 다니는 것이 아닌 어쩌다 보니 다니게 된 회사라 그런지 일에 대한 열정도 회사에 대한 애사심도 없다. 그래서 내가 제자리걸음만 하게 되는 걸까?



한 번은 나와 같은 직업을 가진 사람이 출연했을 때, 그 사람은 우리나라에서 큰 정유회사에서 나와 같은 수출 업무를 담당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사람의 회사 분위기에 나는 입을 쩍 벌렸다. 댓글에는 어디 회사네, 연봉이 얼마네, 복지 최고네 등등 다양한 의견들이 있었다.


나와 같은 직업을 가진 사람을 보게 되니까 아무래도 비교를 하게 되었다. 같은 일을 하는데 다른 대우를 받으니 나의 능력이 정말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취업준비를 하면서 열심히 살지 않는 사람이 어딨을까, 다들 원하는 회사는 아니더라도 취업을 하기 위해 정말 그 누구보다 간절함으로 채용 전쟁에서 이기려고한다.


그러나 우리는 모두가 선망하는 회사를 다닐 수 없다. 이런 직업도 저런 직업도 있듯이 같은 직업도 회사마다 다르 부분들이 존재한다. 직업에 대한 선입견도 많이 달라졌다. 남자만 하고 여자만 하고 어린 사람만 하고 나이가 든 사람만 해야 하는 직업이라는 것은 없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서 그 누구도 그 어떤 직업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서 참 좋았다.



나와 타인을 비교하며 나를 자책하는 것은 좋지 않은데 저들에게는 아무튼 출근이 나에게는 억지로 출근인 나의 직장생활을 되돌아보게 되는 자극 점들이 많았다. 초라한 내 모습을 외면할 수는 없었다. 프로그램을 통해서 나와 달리 저들에게 있는 직업에 대한 열정을 찾기 위해서 나는 여러 도전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본인의 직업에 애정이 있고 열정이 있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그런 생각도 했다. 나처럼 그저 월급이 밀리지 않고 나오니까 생각 없이 회사를 다니는 사람도 있을까, 익숙한 현실에 안주하는 사람도 있을까, 내가 회사에 대한 만족도가 낮으니 직업 자체에 대한 만족도나 열정도 부족한 걸까?


프로그램에 출연한 사람들이 현재의 그 직업을 갖기 위해 어떤 노력을 엄청나게 했는지 눈에 보이지 않지만 알 수가 있었다. 최소 3년 이상 한 회사에서 같은 일을 하는 것 자체가 1년 차 직장인인 나에게는 너무나 대단해 보였다.



평생직장이 없는 요즘 시대에 이런 프로그램을 보고 직업에 대한 생각을 혼자 하다가 글로 정리해 보니 프로그램을 보며 더 이상 불편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우리는 모두 월급쟁이일 뿐이다. 나에게도 그들에게 있는 아직 내가 찾지 못한 '나의 열정'을 찾아내면 해결되는 고민이었다. 먹고사는 문제는 죽기 전까지 계속하게 될 것이다. 나의 열정을 찾아 그 열정이 최고의 가치를 뿜어내는 그날이 너무 기대된다. 현재의 열정이 미래에는 또 다른 열정으로 바뀔 수도 있겠다.


지금 나에게 직업적인 열정이 없으면 뭐 어때, 다른 기회를 자꾸 찾을 전환점이 되는 시기라 생각한다. 이 길고 긴 인생에서 다양한 분야에서 여러 사람들과 일해보고 싶다.


또 본인이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하게 되는 것은 큰 용기가 필요하다. 직업이라는 것은 결국 자본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프로그램을 통해 다채로운 직업을 간접적으로 경험하면서 느낀 것은 결국 끈기와 꾸준함으로는 나이나 성별, 그 어떤 것도 이길 수가 없다는 것을 배웠다. 직업에 대한 귀천은 없다는 말이 있는데 그 어떤 직업이든 본인의 열정과 애정이 담겨있어 최고의 노동 가치를 만들어 낸다면 그게 최고의 직업 아닐까?




그저 그들은 그들의 위치에서 나는 나의 위치에서 맡은 역할을 잘 해내면 그것이야 말고 최고의 직업이다.



여러분의 직업 만족도는 몇 점인가요?


저는 20점.


10점 -> 업무강도가 낮음.

10점 -> 야근을 안함.


80점을 채우기 위한 직업을 찾기 위해 그 날까지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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