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좋은 하루 되세요라고 말할까
달콤한 와인과 오렌지 빛깔의 노을을 감상하던 프랑스에서의 하루가 최고라 할 수도 있고 매수했던 코인의 급하락으로 몇 초 만에 100만 원이 날아가면 최악의 하루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는 말처럼 1순위로 기억되던 하루들은 언제든 순위가 바뀔 수 있다.
실수를 하고 부장님에게 혼난 날이었다. 화장실에서 눈물을 훔치고 자리로 돌아와 거래처에서 온 메일의 끝에 ‘좋은 하루 보내세요.’라는 문구가 간신히 진정하고 돌아온 평화로운 나의 감정 모래밭에 휘몰아치는 거친 파도의 귀싸대기를 맞은 것처럼 눈물 포인트를 자극했다. 왜 좋은 하루가 되라고 명령하는 걸까? 언제부터인지 ‘좋은 하루 보내세요’처럼 나의 하루를 어떻게 보내라고 강요하는 것 같은 인사말이 싫어졌다. 왜 그렇게 꼬였냐고 비난받을 수 있겠지만 모든 하루가 좋은 날도 있고 나쁜 날도 다 의미가 있는데 왜 꼭 좋은 하루 보내라고 인사를 할까.
인생이 참 어렵다고 느낄 때가 있다. 잡채에 들어가는 피망이 싫어서 골라내서 먹었고, 김밥에 들어가는 오이가 싫어서 골라내서 먹었다. 피망과 오이는 싫어도 잡채와 김밥은 먹고 싶었다. 피망을 싫어하는 것이지 잡채를 싫어하는 것은 아니었으니까. 김밥을 좋아하는 것이지 김밥 속 오이를 좋아하는 것은 아니었으니까. 이 인생의 하루들은 내가 싫다고 빼고 더 할 수가 없더라. 피망과 오이는 잘못이 없다. 그저 나의 기호에 따라 나에게 미움을 받더라도 누군가에게는 호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모두에게 주어진 24시간의 하루가 누구에게나 최악, 최고가 될 수 있다. 식재료처럼 하루들을 다채롭게 꾸며가는 마음을 갖기로 했다. 매일 다른 감정과 생각으로 채워지는데 행복했으면 어떻고 불행했으면 어떤가. 오늘 조금 기분이 나빴다면 내일은 더 기분 좋은 일을 많이 만들면 된다. 매일 행복한 하루가 아니면 어때. 하루들이 나의 인생이 것이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