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해

by 라다

'화'내는 것은 '해'롭다, 그러니까 그만하자. 어른이 되고 사과를 꼭 해야 화해를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2살 터울의 동생이 있는 나는 꽤 자주 싸우고 혼났다. 한 개 남은 탕수육을 더 먹겠다고 싸우고 컴퓨터 게임을 1시간 더 하겠다고 싸웠다. 의자를 들어서 던지며 과격하게 서로의 머리를 잡아당기며 분노를 나눴다.

부모님의 중재로 둘이 "미안해" 말하고 사과해야 싸움은 종결되었다. 그런데 이 사회에 나와서 어른들의 싸움은 꼭 "미안해" 말하지 않아도 조용히 화해가 됐다. 화해를 위해서 싸움 뒤에 어색하게 상대를 다시 마주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어떤 말로 대화의 시작을 열어야 할지 고민을 했다. 그런 고민이 무색하게도 시간이 지나면 이미 화해했더라. 불이 붙어 활활 타오르는 싸움의 에너지가 시간이 지나서 불씨가 꺼진 걸까.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각자의 대학으로 흩어져 연락이 점점 소홀해진 친구들이 있었다. “잘 지내?” 이 말 한마디가 어려워서 오래 연락을 못했고 결국 한 친구가 말했다. “내가 연락 안 한다고 너도 안 하냐?” , “왜 맨날 나만 먼저 연락하냐?” 그렇게 싸움이 시작됐다.

엉덩이가 유독 큰 나의 신체적 콤플렉스를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몸에 혹이 달려있다며 조롱의 대상으로 놀리는 친구와 내적 싸움을 했다. 직장에서 원하는 대로 되지 않는다고 나에게 욕을 한 사람과 싸웠다. 친구의 행복을 기꺼이 축하해 주지 못하고 왜 그런 행복을 나는 갖지 못하는지 친구의 기쁨과 싸웠다.

수많은 사람들과의 싸움은 '시간'이라는 '사과'로 화해를 했는데 정작 그 사람을 미워했던 '나', 양보를 하지 못했던 '나', 싸움을 시작했던 마음을 가졌던 '나'와 화해하지 못했다. 이 지독한 싸움은 결국 나와 화해하지 않으면 끝이 나지 않는 전쟁이다. 나는 왜 나에게 미안해라고 할 수 없는 걸까?

정작 미안하다고 말해야 될 대상은 나의 마음이었다.

이전 03화저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