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 시절 교복 치마를 입는 것은 나에게 숨기고 싶은 것을 드러내는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다. 아토피 때문에 피부에는 거뭇거뭇 한 상처들이 얼룩말 무늬처럼 남겨졌다. 하복을 입는 맨다리를 보여줘야 하는 여름은 나에게 최악의 계절이었다. 그런 나에게 같은 반 친구가 말했다. "너 남자야? 다리에 상처가 왜 그렇게 많아?" 그 말은 아직도 잊을 수 없는 상처로 남았고 몸에 흉터가 있으면 다 남자인가, 남의 허점을 공격하는 친구가 너무나 미웠다. 몸에 남는 상처는 시간이 지나면 옅은 흔적을 남기고 고통은 사라져 버린다. 하지만, 눈에 보이는 피가 흐르거나 딱지가 지는 보이는 상처들과 달리 말로 받은 마음의 상처는 보이지 않기에 얼마나 아픈지 가늠하기 어렵고 내 감정의 단계에 따라 아픔의 정도도 매번 달라진다.
내 마음은 여러 개의 방이 있는데 이 방은 너무나 많아서 초호화 궁전의 왕실보다 많다. 이 방들은 상처가 모이는 방과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공간들로 구성돼 있다. 상처를 치유하는 방이 더 큰데 그 이유는 다양한 힐링의 묘약들을 보관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 언젠가 받았던 상처, 줬던 상처, 받을 상처들을 위해서 커지기도 하고 작아지기도 하는 상처들은 더 아파지지 않게 상시 처방이 가능하도록 처방을 위한 약들을 구비해 놨다.
힐링의 묘약들은 1000가지의 모습을 가진 자연으로부터 얻어진다. 새의 깃털처럼 살랑거리는 구름, 녹차에 물든 것 같은 나뭇잎, 여러 무늬가 춤추는 파도처럼 자연스러움으로부터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약재로 쓴다. 해가 주는 따스함의 온도, 비가 내리면 축축해지는 짜증, 파도의 거친 소리와 움직임, 새들의 활기찬 소리가 거대함으로 온전히 마음에 담긴다. 그럼 그 어떤 상처가 생겨도 다채로운 자연으로부터 받는 처방 약은 보이지 않는 상처들은 방에서 차지하는 공간을 줄여간다.
과연 나만 상처를 받았을까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지는 않았을까? 오늘은 어딘가 상처로 힘들어하는 그를 위해 마음속으로 구름을 보내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