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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다 Jan 04. 2022

영하 10도에 주차장에서 만세삼창 부른 일

다른 회사의 시무식은 호텔 뷔페 먹던데


1월 3일


새해가 밝았고 올 해의 첫 출근을 하는 날이다.


출근해서 물 한 모금 마시고 자리에 앉으려다가 어젯밤부터 계속된 편두통 때문에 두통을 진정시키는 약을 먹으려고 탕비실 정수기에 가는 길에 만난 부장님이 밖으로 나오라고 했다.


"라다 씨도 옷 입고 나와"


아, 오늘은 새해 첫 근무하는 날이라서 이 회사의 전통을 치르는 날이다. 올해까지 두 번째 이 행사를 경험하는데 낯설다. 도무지 적응이 안 된다.


전 직원이 주차장이 있는 마당에 모여서 마치 초등학교 때 교장 선생님 훈화 말씀을 듣는 것처럼 오와 열을 맞춰 서서 사장님의 말씀을 듣고 매출 올리라는 잔소리와 함께 태극기를 올린다. 그리고 다 같이 만세 삼창을 부르는 어느 공산당 국가에 온 기분을 느끼는 그런 시무식을 한다.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여러분들 작년에 고생 많았습니다. 올해도 작년만큼만 바라겠습니다. 만세삼창하겠습니다."


대통령 후보자처럼 시장을 돌아다니며 서민에게 보이는 가짜 웃음을 짓는 사람보다 더 소름이 끼치는  가식으로 가득한 사장의 얼굴이 너무나 증오스러웠다.


공장에서 생산을 하다가 다친 사람에게는 산재처리를 하면 회사에 불이익이 있다고 말한 두 얼굴의 사장.


늙었으니 사고를 피하지 못했던 거 아니냐며 젊은 사람이었다면 사고를 입기 전에 피했을 것이다.

늙은 사람은 이제 그만 쓰라며 다친 사람의 안부는 묻지도 않는 더러운 인성을 가진 사장.



나는 회사에 애사심은 전혀 없고 그저 하루빨리 입이 더러운 악덕 사장의 실체가 온 세상에 드러나고 회사가 망했으면 좋겠다. 나는 사장의 욕설과 폭언이 담긴 말을 녹음해뒀다. 이 세상에 이 음성파일을 공개해서 소문내고 싶다.


그 와중에 만세삼창이라니 이게 무슨 사이비 종교단체도 아니고 한 겨울 영하 10도에 뭐하는 일인가 또 현타가 왔다. 사이비 종교도 한 겨울에 밖에서 이런 짓은 안 하지 않은가?


"이런 행사를 하는 회사가 또 있을까요?"

"저는 이런 행사하는 회사 처음 봐서 충격 먹었어요"


사무실로 들어오면서 직장동료와 오늘도 퇴사를 해야 하는 이유를 하나 더 찾았다고 얘기하며 하루의 업무를 시작한다.


내가 드라마나 영화에서 그리고 유튜브 직장인 브이로그에서 보던 시무식은 어두운 곳에서 밝은 샹들리에 조명이 찬란하게 빛나는 호텔 뷔페에서 식사를 하고 경품을 추첨하는 장면을 생각했는데 이 회사에서의 시무식은 사장의 비위를 맞춰주는 추위 속의 냉랭함 속에 가짜 웃음꽃만 피어날 뿐이었다.


나는 오늘도 회사가 아닌 사장의 말에 나이 많은 임원들도 빌빌기는 공산당의 노예로 나의 몫을 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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