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은 눈치가 없이 살기 힘들다. 눈치가 있다는 것은 꽤 좋은 능력이자 무기가 된다. 상대방의 기분을 파악하거나 몇 마디 말을 듣고 생기게 될 일을 예측할 수 있다. 또 분위기가 어떤지 눈치채고 그 상황에서 빠져나와야 하는 기가 막힌 타이밍도 잡을 수 있다. 그동안 나는 늘 나의 눈치를 믿어왔다. 눈치를 채고 쓴 시나리오는 단 한 번도 내 예상과 다르게 흘러간 적이 없었다.
몇 마디 대화를 엿듣고 직장 동료의 임신, 결혼, 해고, 퇴사 소식들을 남들보다 먼저 알아차렸다. 눈치가 빨라서 좋은 점은 상대가 어떤 소식을 나에게 말하기 전에 먼저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어서 그다지 충격받지 않는다는 점이다. 때로는 눈치가 좋아서 알지 않아도 되는 것을 알게 돼서 고통스러울 때가 있다. 또 알아버린 사실 때문에 곤란해서 차라리 모른척할 걸 후회를 하기도 한다.
눈치는 즉 센스이다. 눈치를 잘 보는 능력은 타고나는 기술이다. 즉 센스가 없는 사람은 능력도 없는 것이다. 본인에게 확신이 없는 사람은 남의 눈치를 많이 보면서 항상 맞는지 틀린 지 물어보고 좋은 상황인지 나쁜 상황인지 눈치채지 못하고 남에게 늘 확인받는다. 타인의 눈치를 보며 남을 위한 감정에 휘둘리다 보니 그 어떤 상황에서도 혼자 살아남지 못한다. 눈치가 있는 사람은 본인을 지키기 위해 말 한마디로 방어벽을 세우고 센스 있는 행동으로 다른 의견들 속에서 융화되려 한다.
직장 동료 중 하나는 눈치가 정말 없다. 모순적이지만 회사에서 가장 남의 눈치를 정말 많이 보는데 정작 눈치 없는 행동과 말을 제일 많이 한다. 눈치를 많이 보는 이 사람은 남을 위해 과한 배려를 해서 오히려 상대방이 더 불편한 상황을 만든다. 눈치가 없는 사람은 없다. 사실은 남을 위한 너무 눈치를 많이 보는 바람에 본인을 지킬 적당한 눈치를 볼 시력을 잃어버리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