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지런

by 라다

어른이 되기 전에는 일찍 일어나는 사람을 부지런한 사람이라 말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어른이 되고 부지런한 사람의 의미는 일찍 일어나는 사람을 표현하는 단어가 아니었다. 부지런함이란 어떤 일을 멈추지 않고 계속하는 사람을 표현하는 형용사였다. 나는 열심히 한다고 표현하는 것보다 부지런히 한다고 표현하는 것을 더 좋아한다. 열심히 한다고 하면 도전의 결과를 꼭 성공으로 보여줘야 할 것 같다. 그러나 부지런히 하는 것은 결과가 실패로 끝나더라도 그저 남들이 포기해도 본인은 꾸준하게 해왔다는 의미 자체로 더 큰 보람이 있는 평가를 받게 된다.


열심히 살지도 않고 부지런하게 움직이지도 않는데 남들에게 부지런히 움직여서 할 일을 끝내자고 말한다. 혹은 꾸물거리지 말고 부지런히 준비해서 약속 시각에 늦지 말자고 한다. 나에게 부지런함을 남에게서 찾는 것은 누구보다 잘했다. 부지런한 사람은 아니지만 부지런함의 정의는 일찍과 늦음의 속도 문제가 아니라고 믿는다. 얼마나 꾸준하게 하느냐와 쉽게 포기하는지의 문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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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야 하는 일을 미루는 이유는 하기 싫어서가 아니라 정말 잘하고 싶고 꼭 성공해야 할 것 같은 부담감 때문에 잘 할 수 있는 에너지가 생기는 타이밍을 간 보느라 미루게 된 것이다. 선뜻 시작하기가 무서워서 바로 시작하는 것을 피했다. 부지런한 사람들은 시작을 빨리하는 사람들이다. 내가 결과에 집중하여 도전을 망설이는 동안 남들은 이미 출발해서 달리고 있었다. 뛰다가 넘어져서 무릎이 까져도 그건 뛰어봐야 아는 건데, 난 왜 까지지도 않은 무릎을 걱정했던 걸까. 미래에 대한 불안한 예측은 그 누구보다 부지런하게 상상한다. 의미 없는 부지런함을 버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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