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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다 Feb 17. 2024

집이 있는데 호텔에서 일주일 살았던 이유

한국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

2주 만에 집에 돌아왔는데
냉장고에서 썩은 냄새가 났다.


2023년 2월, 한국으로 휴가를 다녀왔다. 유난히 집에 들어오니 겨울의 찬 기운이 집 안에 가득해 바닥에 내디딘 발바닥이 얼음물에 담근 것처럼 차가웠다.


불을 켜니 불이 안 들어와서 정전이 됐나 싶었다.

집에 있는 모든 전자제품을 보니 모두 다 전원이 꺼져있었다. 냉장고 문을 열어보니 악취가 강하게 났다.

무슨 일인지 집에 전기가 안 들어온다. 혹시나 두꺼비 집을 보니 거기는 문제가 없었다.


밤 12시, 이대로 잘 수가 없었다. 다음 날 출근을 하려면 알람을 맞춰야 해서 핸드폰도 충전을 해야 되고 집 안이 너무 추워서 잠을 잘 수가 없다. 나는 빠르게 숙박 어플을 켜고 집 근처 호텔을 예약했다.



전기세가 미납되었으니
전기를 사용할 수 없습니다.


다음날 출근을 해서 어떻게 된 일인지 파악해 보니 전세입자가 전기요금을 미납해서 전기가 끊겼다는 것이다.

내가 이사 온 후에 전기, 수도, 가스 요금을 어떻게 납부하는지 미처 챙기지 못했다.

회사에서 계약을 했으니 당연히 월세에 포함이라 생각했는데 미디어 요금을 개인 부담이라고 했다.



내가 이 집에 2023년 12월부터 살았는데 전 세입자가 2023년 10월부터 전기요금을 미납했다고 한다.

놀랍게도 그전 세입자는 우리 회사 직원이었다. 그 직원은 퇴사를 한 상태였고 전기세를 납부하라고 연락을 했지만 연락이 되지 않았다. 연락이 닿을 때까지 연락을 했다. 어렵게 연락이 닿았고 즉시 전기세를 납부해 달라고 했다.


우선 전기회사에 가서 명의변경을 진행했다. 1시간 30분을 기다렸고 회사 직원의 도움을 받아서 어렵지는 않았다. 문제는 전기요금이 미납된 기간이 길어서 전기가 회복되려면 2주가 걸린다는 대답을 얻고 나는 호텔을 연장해 달라고 회사에 요청했다.


집이 있는데 집이 없습니다

집이 있지만 집이 아닌 호텔에서 생활을 했다. 전기가 안 돼서 인덕션을 사용할 수 없었다. 외식을 하고 제대로 된 식사를 못했다. 말이 호텔이지 허리가 바닥으로 푹 꺼지는 물컹한 매트리스에 누워서 지내는 생활에 화가 났다. 전기가 언제 들어오는지 매일 집에 가서 확인했다. 오늘은 들어왔을까 수시로 확인했다. 가장 슬펐던 것은 한국에서 가져온 떡볶이랑 김치우동 밀키트를 다 버렸다. 냉장보관을 못 해서 버릴 수밖에 없었다. 지금 생각하면 회사 냉장고에 보관해도 됐는데 참 생각이 짧았다. 살다 보니 이런 일도 겪는구나 애써 위로를 하며 버텼다.


며칠 뒤에 인터넷 요금 미납, 수도 요금 미납 고지서가 우편함에서 발견되었다.

도대체 전세입자는 왜 공과금 납부를 안 했을까

언제까지 이 집에서 살았을까

이사를 가면서 계약 변경을 왜 안 했을까

말도 안 되는 일이 생겼고 이런 상황에서 의문이 넘쳤다.


일주일 만에 집에 돌아왔다

매일 출근하기 전에 집에 들러서 전기가 복구됐는지 확인했다. 출근 후에도 확인하고 호텔에 갔다. 전기가 들어오면 호텔 숙박을 취소해야 돼서 정말 신경이 예민했다. 어느 날 퇴근하고 혹시 몰라서 집에 가서 확인하니 전기가 들어왔다. 일주일 만에 전기가 복구되었다. 그래도 2주 걸린다는 말보다는 빠르게 복구가 돼서 좋았다. 호텔에 가서 남은 숙박 예약을 취소한다고 했더니 취소가 불가능하다고 했다. 결국 돈을 날렸다. 내 돈은 아니고 회사 돈이지만 그래도 생돈을 날린 기분이라 유쾌하지 않았다.



어디서부터 잘못 됐을까

내가 이 집에 이사를 왔을 때 나는 왜 전기 요금과 같은 공과금 납부를 신경 쓰지 않았을까

그렇다면 회사에서는 왜 공과금 납부 방법에 관해서 어떤 안내도 해주지 않았을까

집 계약을 할 때 전세입자가 미납한 공과금이 있는지 집주인은 왜 확인을 안 했을까

우편함에 왜 공과금 납부 고지서가 안 왔을까


의문점이 많은 사건이었다. 그 뒤로 지금은 공과금 납부 안내가 오면 즉시 납부하고 있다.

한국이 아닌 해외에서 살면 이해가 안 되는 일도 많고 황당한 일도 겪게 된다.

그렇게 또 하나의 술 안주거리가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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