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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다 Oct 31. 2023

30살이 돼서 클럽에 처음 가 봤다.

나에게 클럽은 그사세였다.


클럽은 나에게 시끄러운 음악이 나오고 더러운 손이 내 몸을 만지고 술에 취하면 덥고 어떤 남자가 같이 나가서 바람을 쐬자고 하면 친구 둘이 왔다 친구 하나만 남게 되는 그런 곳이라 생각해 왔던 곳이다.


워낙 시끄러운 곳을 좋아하지 않고 귀가 왕왕 울리면서 큰 소리 나는 곳도 싫어해서 클럽을 간다는 상상을 해 보지 않고 살았다. 또 한국에는 입뺀이라 하여 클럽 입장에 외모나 복장에 제한을 둔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나는 다른 일반 여자들과 다르게 체격이 좀 있는 편이라 클럽에 입고 갈 옷조차 없었고 나 같은 사람이 클럽에 가서 춤을 추는 것이 도저히 어색해서 늘 클럽에 가는 일은 다른 세상 사람들이 겪는 일이라 생각했다.



유럽에서 직장생활을 하면서 클럽에 가게 되는 일이 생겼다. 새로 알게 된 친구들이 클럽에 가서 놀자고 했다. 친구 하나 없는 이곳에서 나의 호기심을 자극한 클럽, 그 단어에서 어쩌면 나는 숨겨왔던 나의 클럽 방문이라는 경험에 대한 욕망이 살아났다.


막상 클럽에 가보니 혼자 춤을 추는 사람도 많고 생각과 다르게 복장도 다들 모범생같이 도서관에서 공부하다 나온 사람들처럼 꽤 예의 바른 모습이었다. 물론 알몸에 가깝도록 최소한의 부위만 가린 야한 옷차림의 여자들도 있고 한껏 몸에 향수를 범벅하고 휴양지에서 입을법한 꽃무늬 프린트 셔츠를 입은 남자들도 있다.



나랑 같이 나가자


술을 바에서 시키고 샷으로 먹거나 위스키에 콜라를 넣어 한 손에 술잔을 들고 붐붐 울리는 클럽 음악에 몸을 맡기고 흔들흔들 몸을 움직인다. 무대에는 사람들이 꽤 많아서 걷는 것조차 버겁다. 물이 없는 워터파크에서 파도타기를 하는 느낌이었다. 누군가 나에게 점점 몸을 가까이하고 같이 춤을 추자며 느끼함이 가득한 눈빛으로 나에게 어디에서 왔냐, 몇 살이냐며 말을 건넨다. 데시벨이 빵빵하게 울리는 음악 속에서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자 내 손목을 붙잡고 밖으로 이끈다.


그렇게 나는 나의 친구들을 잃고 어느새 그 남자의 손에 이끌려 클럽 밖으로 나와서 걷고 있었다. 그 남자는 근처에 집이 있으니 거기에 가서 좀 쉬자며 내 손을 덥석 잡았다. 나는 이게 무슨 당황스러운 상황 인가 싶어서 손을 뿌리치고 클럽으로 가서 친구들을 찾았다.


유흥이라는 것은 이런 건가 싶었다. 술을 마시고 기억이 희미해지고 시끄러운 군중 속에서 정신없이 차가운 술이 내 목으로 타고 넘어간다. 그렇게 12시에 들어간 클럽에서 나는 새벽 4시에 나와 케밥을 사 먹었다. 유럽 생활을 하기 전에 술 마시고 먹는 케밥이 맛있다던데 그 이유를 실감했다. 그 시간에 문을 연 곳이 유일하게 케밥 집이고 술 먹은 뒤에 느끼한 속을 달래는 케밥의 신선한 야채와 매콤한 소스가 제법 맛있더라.


클럽은 정말 그런 곳이었다. 시끄럽고 더러운 손길이 내 몸을 스치고 욕망을 앉고 말을 거는 사람들이 있었다. 음악에 내 몸을 맡기고 춤을 추는 것, 그 순간에는 음악 소리와 나만 이 세상에 존재하는 그런 어떤 황홀함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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