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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다 Jun 03. 2023

불안한 미래라는 진상 고객님


불안한 미래라도 태연하게 맞이하기


미래의 불안을 어떻게 하면 두렵지 않게 맞이할 수 있을까 생각했다. 내 삶의 진상 고객은 불안한 미래를 장바구니에 한가득 담아 오는 감정이다. 돈이 많지도 않으면서 뭘 그렇게 이런저런 걱정을 미리 샀는지 모르겠다.


이런 불안정한 미래를 담아두고 살다 보니 사서 고생을 한다는 생각에 힘든 사람은 나 자신이었다. 불안이라는 말 보다 뚜렷하지 않아서 보이지 않기에 더 좋지 않을까 억지로 생각을 전환했다.


앞날이 어떤 모습이 꾸려질지 알 수가 없지만 그 의미 또한 내가 불안의 모양을 마음대로 만들 수 있다는 의미다.


누구나 앞으로 다가올 일의 정확한 형상을 알지 못한다. 쿠키틀로 찍어낸 반죽도 오븐 속에 들어가면 어떤 모습으로 나올지 모르는 삶이다. 같은 틀로 찍어도 다른 모양의 쿠키가 만들어진다. 과하게 부풀거나 귀 모양이 흩어지거나.


그렇지만 그 쿠키들이 쿠키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미래의 모습이 어떻든 그건 내 삶이라는 것이다.

불안한 미래도 내 것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내가 만드는 모양을 안정적이고 올곧은 미래로 만들어 버리는 것이다.


최악의 상황을 상상하며 내가 겪게 되는 일의 결말을 내 것이라 생각하지 말자. 내가 겪을 일이 아니라 생각하며 그저 나를 빗겨나가는 화살이 되도록 나를 지나가는 바람에 힘을 불어넣자. 혹시라도 화살을 맞았다면 운명이라고 받아들이자. 그 또한 내 삶이다.


그저 있는 그대로의 상황을 받아들이는 마음이 필요하다. 자꾸 현실을 부정해도 삶은 늘 그런 식이다. 받아들이고 싶지 않아도 일단 받아낸 다음 보내는 방법도 있다.



알 수가 없는 미래의 일까지 걱정하기에
나는 현재를 외면할 여유가 넘치는가


당장 일어나지 않은 일에 생각을 얹느라 지금 채워져야 하는 곳에 에너지를 넣지 못하고 있다. 그럼 부족한 에너지들은 또 가까운 미래가 너덜너덜해 불안정한 모양이 될 수밖에 없다.


불안정한 미래를 걱정하는 일은 당연하지만 지금의 에너지를 잘 채우지 않으면 다가오는 미래는 아예 오지도 않을 수 있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집중할 곳은 미래보다 현재의 이 순간에 있다는 것을 잊지 말자.


내가 지금 쏟을 수 있는 곳에 마음껏 웃음을 담고 흘려보낼 수 있는 감정의 노폐물을 눈물로 마음껏 쏟아 버리자. 맛볼 수가 있다면 그 맛을 온갖 감각으로 꽉 잡아 느끼자. 뺨을 간질이는 바람의 발길도 천천히 보내며 다음 바람을 맞이하자.


바닥에 기어 다니는 개미를 보며 천천히 내가 걷는 발의 움직임에 용기의 시선을 듬뿍 싣고 그렇게 오늘도 미래로 걸어간다.


그 언제는 내가 수 백 마리의 개미를 짓밟고 걸었을 그 거리에서 오늘만큼은 개미를 피해서 걸어본다. 개미도 내 발이라는 화살을 피하고 싶었겠지. 내가 받을 화살을 피하고 싶어 개미에게 화살이라는 짓밟음을 선사했다.



놓치게 되는 순간들의 돌아오지 않을 존재를 실시간으로 꽉 잡아야 미래에서 돌아보는 과거의 모습도 불안정하지 않았다며 안도의 편안함으로 곧게 나아간다.


마음이라는 바구니에 걱정거리 한가득 담긴 진상 고객들은 나라는 상점에서 계산이 완료되지 않고 늘 담겨있다.


결제하는 고민의 해결이 완료돼서 상점 밖으로 나갈 수 있는데 걱정이라는 것은 결제가 되지 않고 있다.


그렇게 장바구니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지기도 하고 구석에서 오래 자리를 지키시도 하면서 내 마음속 장바구니는 오늘도 한가득 채워져 있다.


서른 살이지만 여전히 나는 고민을 한가득 넣은 짐가방들이 많다. 이 삶 끝나기 전에 이 가방들은 다 버리고 죽어야 되는데.


몇 개월 동안 마음속에서 제발 나에게 걱정이라는 화살이 오지 않기를 바랐고 마침내 그날이 되었을 때 그 화살을 나를 피해 갔다. 어쩌면 내가 맞았을 그 화살이 어디에도 꽂히지 않고 그저 고꾸라졌기를 바라며 나에게 와야 할 화살을 맞을 준비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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