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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다 Jan 17. 2024

서른살이 된 나의 직업은?

당신의 직업이 뭔가요?



누군가에게 나를 소개하는 일이 생기면 이름을 말하고 직업을 말할 때 망설여진다. 하고 있는 일을 한 단어로 어떻게 표현하지 못하겠다.


나는 지금 한국이 아닌 폴란드에서 회사를 다니고 있다. 문득 나는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좋아하고 있을까 계속 이 일을 할 수 있을까 그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니 뚜렷하게 긍정적인 대답을 하지 못했다. 그럼 무슨 일을 하고 싶은지 생각해 보니 그 또한 달리 대답을 할 수 없다.


우연히 인스타그램 어플을 켜고 바로 보이는 영상에서 문구 하나가 눈에 띄었다. '가짜 노동'을 하고 있냐는 질문을 보고 나의 노동은 진짜인지 그 영상에서 말하는 가짜 노동은 내가 하는 노동이 아닌지 고민하게 되었다.

이 세상에는 정말 수많은 일자리와 다양한 종류의 고용 형태가 있다. 내가 슈퍼에서 물건을 계산하면서 마주하는 계산원, 내가 타는 버스를 운전하는 운전기사처럼 나의 일상에서 내가 어떤 장소에서 누구를 마주하더라도 상대는 노동 중이라는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되었다. 나 역시 출근을 하고 매일 나에게 주어진 업무를 한다. 그런데 이 업무가 어떤 의미가 있는지 의문이 생겼다.


아까 본 영상에서 말하는 가짜 노동은 세계가 없는 일을 말한다. 분명 시간을 쓰고 일을 해서 월급을 받지만 그 노동의 결과가 만나는 세계가 있는지 묻고 있다. 내가 하는 일은 어떤 결과를 만들고 그 결과는 어떤 상대에게 무슨 영향을 줘서 하나의 세계를 만드냐는 것이다.


내가 하는 일이 누구에게 어떤 영향을 주고 어떤 결과물을 만드며 나에게 성취감을 얻어주는가 생각해 봤지만 큰 의미가 없는 일이라 생각된다. 나는 직무에 대한 지식도 없으며 경력도 없이 정말 내가 이 업무를 담당해도 되는지 의문을 품으며 그저 흐르는 대로 일을 했다. 나는 이 업무에 전문성이 없고 누구나 할 수 있는 간단한 일을 하고 있다.


어느 날은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한다면 더 효율적인 업무가 이뤄지지 않을까 그런 생각도 했었다.

나의 역할은 이 회사에 정말 필요한 역할인지 나의 부재로 회사가 위기감을 느끼는지 생각해 봤지만 정녕 내가 이 회사에 꼭 필요한 노동자인지에 대한 질문에는 그다지이라는 답을 내렸다.


전 직장을 퇴사하고 이직을 하면서 내가 정한 새 직장의 업무 희망사항이 있었다.


매일 종이를 출력하는 일이 싫다.

누군가의 업무를 서포트하는 위치가 싫다.

내가 중심이 돼서 이끄는 일을 하고 싶다.

숫자를 상대하지 않는 일을 하고 싶다.


그런데 나는 지금 위에서 말한 모든 일을 매일 하고 있네.


일을 한다면 이왕이면 하루의 많은 시간을 보내는 회사라는 곳에서 나의 자아를 통해서 노동의 가치를 만들어낸다면 조금 더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다.


나는 정말 가짜노동을 하고 있을까 그렇다면 이 노동은 진짜 의미가 없을까 월급을 받고 있지만 월급의 의미는 그저 나의 경제활동의 통장을 채워주는 돈 그 자체일까?


누군가 직장과 직업을 구분하라는 말을 했다. 

직장은 언제든 가질 수 있지만 직업은 언제나 가질 수 없다는 것이다.


내가 어떤 조직에 속해서 누구라도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그저 매 달 내 통장에 월급이 들어오는 직장인은 누구나 될 수 있지만 나만 가진 전문성으로 어떤 조직에 특별하게 속할 수 있고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가치를 가진 직업인이 되는 것을 구분하라는 말이 너무나 와닿는다.


한국을 떠났지만 이 곳에서도 계속 고민한다.


나는 지금 직장인인가 직업인인가. 서른이 되면 당당하게 외칠 수 있는 나의 직업이 있을거라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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