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은 언제부터 소리부터 지르게 됐나

대형마트 계산대에서 생긴 일

by 라다

얼마 전에 운전면허 취득을 기념하여 운전 경력 2년 차인 동생과 동행하여 집에서 10분 거리의 대형마트로 장을 보러 갔다. 처음 하는 운전이고 옆에 동승자가 있어도 굉장히 긴장돼서 안전운전을 하기 위해 온 정신이 핸들과 사이드미러에 집중되어 10분 거리의 운전이 100시간처럼 힘들게 느껴졌다.


그렇게 거북이처럼 천천히 기어 왔는데 문제는 주차장에서 주차를 하는 것에 또 15분을 허비하느라 진이 다 빠졌다. 조수석에 타고 있던 동생이 답답해하며 핸들을 이리저리 돌리라며 소리를 쳤지만, 내 마음과 몸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아 화가 나고 답답하기는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30분 넘게 자동차와 힘을 빼고 마침내 장을 보러 마트 안으로 들어갔다.

이미 온몸에 힘이 다 빠지고 힘들어서 감정이 꽤 예민하고 온갖 신경이 곤두 선 상태였다.


오랜만에 시식코너에 기웃거리며 신상라면들도 먹어보면서 조금은 기분이 좀 안정되었다.

저녁시간이라 장을 보러 온 사람들이 꽤 많았고 좁은 간격을 카트로 밀고 당기며 돌아다니는 인파에

조금은 정신이 없기도 했다.



내 앞에 어린이가 카트 앞을 가로막고 서 있어서 조 근 한 말투로

"잠시만 지나갈게요"라고 말을 하며 내가 미는 카트가 지나갈 길을 만들며 장을 봤다.


간단하게 필요한 부식거리를 사고 셀프 계산대를 이용할까 하다가 물건이 꽤 많고 상품권으로 결제를 하기 위해서 대면 결제를 하려고 계산대에 줄을 서고 있었다.


내 차례가 되었고 물건들은 바코드에 찍혀 하나씩 하나씩 최종 결제 금액에 더해지고 있었다.

물건 계산이 다 끝나고 카드를 되돌려 받고 영수증을 받아서 반으로 접어 지갑에 넣으려고 하는데

누군가 엄청나게 화가 난 목소리로 버럭 소리를 쳤다.


"좀 비켜주세요."


"네?"


"비키라고요."


뒤를 돌아 확인해보니 나와 비슷한 또래의 사람이 마스크 위로 보이는 미간에 엄청난 분노를 표현하며

인상을 찌그리고 날 쳐다보고 있었다.


아직 계산대에서 영수증을 받지도 못했고 계산이 끝난 물건을 카트에 담지도 못했는데 그 상황에서 왜 그 사람은 나에게 비키라고 화를 냈을까 아직도 이해가 안 된다.


그 잠깐 사이에 본인이 서있을 자리를 만들겠다고 기다리지 못하고 화를 내야 했을까?


옆에 있던 동생에게 방금 저 사람이 나한테 소리친 것을 들었냐며

그 상황에서 그 사람이 나한테 화내는 것이 정당하냐며

물었더니 그 사람이 소리치는 것을 듣고 바로 고개를 돌려 봤을때,

전혀 언니가 비켜야 할 이유가 없는 상황이라는 대답을 했다.


집에 오면서 머릿속에서 계속 그 사람이 나에게 소리친 말 한마디가 생각났다.

그 생각에 이어 언제부터 이렇게 사회에서 잠깐 마주하게 되는 사람이 야박하고 정이 없고

속된 말로 싸가지가 없어진 걸까


좋게 좋게 차분히 말을 해도 서로 알아듣는 어른인데, 어린이가 전혀 아닌데

그 사람은 뭐가 그렇게 급했고 뭐가 그렇게 불만스러웠을까


길을 걷다가 반대편에 오는 사람과 팔이 닿거나 상대가 메고 있던 핸드백이 내 몸을 치고 지나가도

그 흔한 "죄송하다"라는 말을 하는 사람은 없었다. 말 대신 붕어빵 주름처럼 미간에는 다들 인상 지느러미를 몇 줄씩 긋고 다녔다.


서로 가는 길이 바쁘고 누가 치든 누가 치이든 신경 쓸 시간적 여유가 없는 걸까

내가 과도한 예민함으로 그런 순간에 집중하는 걸까

아니면 죄송하다는 말이 너무 길어서 그 말 조차 할 에너지가 없는 걸까


내가 오랜만에 한국에 와서 이런 상황을 겪으니 SORRY를 밥 먹듯이 말하던 캐나다 사람들이

문득 그리웠다. SORRY의 어감이 좋든 나쁘든 상대에게 사과를 하는 것이 몸에 배어있던 캐나다 사람들의 태도가 진심이든 가식이 있든 상대에게 최소한의 불쾌감은 주지 않으니 그 문화는 충분히 본받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 밤이었다.





당신도 대형마트 계산대에서 앞 사람에게 비키라고 말한 적이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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