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다 먹고 계산하는데 3000원이 모자란 친구

친구를 위해 돈을 빌려줄까? 어떡하지?

by 라다

2018년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서 국가 공휴일에 맞춰서 러시아 모스크바로 휴가를 갔다.


오랜만에 모스크바에 간다는 설렘과 짧은 휴가지만 만날 수 있는 친구들은 다 만나고 여기저기 가 보고 싶어서

적어둔 리스트를 하나씩 하나씩 방문한다는 목표로 모스크바에 갔었다.

모스크바 붉은 광장

모스크바에는 한국어를 알고 한국을 좋아하는 한국어를 잘하는 러시아 친구들이 꽤 많다.

한국에도 자주 오는 친구들이라 한국에서도 같이 하루 관광 메이트가 돼 주기도 했었는데,

이번에는 내가 관광객으로 러시아를 찾으니 뭔가 느낌이 새로웠다.

타슈켄트로 돌아가기 전 날, 약속을 한 친구들과 디저트를 먹고 저녁에는 한식당에 가기로 약속했다.

디저트를 먹고 배가 불러서 얼큰한 찌개를 먹자며 모스크바에 있는 한식당으로 걸어갔다.

순두부찌개

우리는 김치찌개, 순두부찌개를 각자의 취향대로 시켰다.

밑반찬을 먹으면서 이건 어떤 재료로 만든 것이고 반찬의 이름은 뭔지 설명해주면서 한식을 사랑해주는 러시아 친구들이 그저 고맙고 뿌듯한 마음으로 가득 찼다.

때는 한창 러시아 월드컵 시즌이라 식당에 대형 티브이에서는 온갖 함성소리로 울려 퍼졌다.

그 와중에 우리는 한국어로 대화를 하면서 맛있게 식사를 끝냈다.


영수증을 받고 계산을 하려고 지갑을 열었는데, 아뿔싸!!

내가 갖고 있는 전재산이 한국 돈으로 약 5000원밖에 안 남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떡하지 고민하는 사이에 친구 한 명이 왜 그러냐고 물었다.


"나 지금 5000원 정도밖에 없어..."

"어떡하지?"


한국에서 친구들과 식사를 하고 이런 상황이 생기면 난 내가 돈을 빌려줄 것 같았다.

내가 여유가 있다면 외국에서 우리나라에 놀러 온 친구니까 밥 한 끼 정도는 대접해 줬을 것 같았다.


아마 알다시피 외국에서는 각자가 주문한 음식은 각자가 먹고 계산도 각자 하는 것이 보편적이다.

개인주의 성향이 강해서 일까 자기가 먹은 것은 자기가 계산한다는 생각이 일반적인 것 같다.

그런데 이 상황에서 내가 돈이 부족한데 3명의 친구들은 어떻게 반응했을까?


놀랍게도 3명 모두,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당황스럽다, 5000원 밖에 없는지 몰랐던거야?"

"진짜 5000원밖에 없는 거야?"

"그럼 어떻게 계산하라는거야?"


라면서 당황스러운 나를 더 곤란하게 만드는 말을 했다.

물론, 러시아어로 말을 들어서 그 뉘앙스가 내가 맞게 해석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사람의 말투에서는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가?

나더러 어쩌라는 거냐 , 너 문제니까 네가 해결해라는 의미가 강하게 담긴 말투였다.

돈이 없는 사람은 내가 아닌 너다. 그 곤란함은 너의 몫이니 너가 알아서 해결해라 그런 태도로 다가왔다.

밥을 사달라는 것도 아니고 부족한 돈만큼을 우리 사이에 내주는 것을 바라는것이 나의 큰 욕심이었을까?


당장 내일 모스크바를 떠나고 더 이상의 루블로 환전을 하는 것은 손해라고 생각이 들었다.

애초에 지갑에 돈이 넉넉한 것을 확인하지 않고 한식당에 온 것이 후회스러웠다.


결국 한 친구가 차액을 빌려주고 식당 근처에서 환전을 해서 돈을 갚으라고 했다.

구글에서 환전 가능한 은행을 찾았으나 거리가 너무 멀어서 결국 식당 근처에 호텔 안에 환전소에서

5만 원 정도를 환전하고 돈을 빌려준 친구에게 갚았다.


남은 돈은 다음 날 공항에서 식사를 하고 몇 가지 기념품을 (안사도 되는데) 구매하는데 썼다.

물론 내가 먹은 음식에 대한 돈은 내가 지불하는 게 맞지만, 너무 정 없고 타락한 친구들의 인정에 나는 좀 실망스러웠다.


친구들과 헤어지면서 그 친구들을 위해서 며칠 전부터 선물로 주려고 기념품과 손편지를 정성스럽게 준비한 일이 머릿속에 스쳐 지나갔다. 준비한 선물을 줄 것인지 말 것인지.


그래도 이왕 준비한 선물이니 선물을 주고 다음에 또 만나자며 헤어졌다.

친구들이 선물은 기쁘게 받아줘서 고마웠다.


이 친구들이 외국인이라서 그랬을까,

그 상황에서 한국 친구들과 있었다면 어땠을까?


사람 성향의 차이였을까

(물론 나에게는 좋은 러시아 친구들도 많다.)





당신이라면 3000원이 모자른 친구에게 어떻게 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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