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용실이 불편한 이유
얼마 전에 머리를 하러 미용실에 갔다.
어떤 머리를 할지 결정하고 본격적으로 미용실 수다 타임이 시작되었다.
“요즘 많이 춥죠
코로나가 점점 심해지네요
주말인데 시간 내서 머리를 하러 오다니
머리가 많이 지겨웠나 봐요?”
나는 미용실에 오기 싫은 이유가 머리를 하는 동안 대화를 해야 하는 것이 불편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늘 더욱 불편한 일이 있었다.
코로나로 시작된 이 대화는 나의 심기를 아주 불편하게 했다.
미용사의 질문은 나의 잠잠했던 젠더의식에
강력한 불을 짚었다.
“남편은 뭐 해요?”
남편이라니?
결혼을 했냐고 물어보는 게 순서 아닌가?
질문을 듣고 당황스러웠다.
나를 결혼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는 것도 이해가 안 됐지만, 이미 결혼해서 남편이 있는 사람이라 생각했다는 것도 싫었다.
아니, 내가 결혼을 했을 거라 단정 짓고
남편은 뭐하냐고 묻는 것이 너무 무례했다.
“제가 결혼할 나이로 보이나요?”하고
대답을 했다.
차라리
“남자 친구 있어요?”하고 질문을 받았다면
덜 기분이 나빴겠지?
내가 결혼을 하고 남편이 있어 보이나?
그리고 이어지는 말이 더 가관이었다.
“어머, 결혼했냐고 물어봤어야 했는데
제가 질문을 좀 잘못했네요”
그러는데 난 할 말이 없었다.
그저 웃고 말았다.
“애 있냐고 물어봤으면 큰일 날 뻔했네요.
결혼 최대한 늦게 하세요~
이것저것 다 해 보고 나서 해요~
나도 결혼을 늦게 한 편이긴 한데 호호~”
기가 막혔다.
처음 본 사람에게 결혼, 연애 여부를 묻는 것이 너무 무례하지 않은가?
“저기요, 저는 결혼할 생각이 없어요..”
이 말을 차마 못 했다.
그럼 또 왜 결혼을 안 하냐며 훈수를 둘 것이 빤히 보였다.
20대 후반으로 접어들면서 자주 듣는 질문이 있다.
“결혼을 언제 할 것이냐?”
“30살 전에는 시집가야지 않겠어?”
“너무 늦게 가도 애 낳기 힘들어”
남의 결혼 여부를 묻는 것
남의 남편 존재 여부를 묻는 것
굉장히 사적인 영역 아닌가!?
사람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일을 왜 타인이 이래라저래라 하는 것 일까?
왜 때가 되면 대학을 가고 졸업을 하면 취업을 하고 직장을 가지면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서 가정을 꾸리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생각할까?
이 세상은 변하고 있다.
꼭 남들 사는 것처럼 살아야 할 필요도 없고
내 인생은 내가 만들면 된다.
본인이 결혼해서 아이가 있다고 해서
모든 여자가 결혼해서 가정을 꾸리고
아이가 있다는 생각을 절대 하지 마세요.
우리 각자에게 부여받은 인생이 남과 같다고 생각하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