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슴도치가 된 사람들

by 라다
출처 : 네이버 백과사전



오늘 아침에 버스를 타고 교육 들으러 가는데
버스가 급정지를 하고 신호를 대기받았다.

온몸이 앞으로 쏠리면서 손등이 앞 좌석 등받이에
세게 부딪히고 들은 생각이

“아, 나 이렇게 뒤지는 건가?”

“더 열심히 놀 걸”

그리고 버스가 시동이 꺼졌다.

고요하고 정적인 기운이 버스에 감돌았다.
모든 승객들은 미어캣이 돼서 버스기사를 쳐다봤다.

그 잠깐의 귀신이 다녀간 듯한 조용하고
아무 소리가 안나는 그 찰나에 그런 생각이 들었다.

예상치 못한 죽음을 맞이 할지 모르는 삶에서
우리는 뭘 그렇게 치열하게 서로를 헐뜯고 사는지

당장 내일 뒤져도 아쉽지 않게
이 세상이 조금은 따뜻했다고 느끼면서
뒤지게 해 주세요.

다시 시동이 걸렸고 우렁차게 버스는 출발했다.

또 머릿속에 든 생각은

“아, 그래도 아직 뒤지기에는 이른가 보다”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



요즘 느끼는 것은 나뿐만이 아니라
우리나라 사람들이 너무 여유가 없어서
고슴도치처럼 신경이 곤두선 사람들이 많다.


어느 날은 비가 많이 와서 지하철 안에는 사람들이 많았고 우산을 들고 있어 바닥도 축축해져서 모두의 불쾌지수가 높은 공간에서 목적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그런데 내 옆에 두 사람이 다툼을 하기 시작했다.


“(버럭) 왜 사람을 치세요?”

“내가 언제 쳐요?”

“방금 치면서 지나가시잖아요”

“아니 미안해요 몰랐네”

“왜 팔로 사람을 치고 가냐고요”

“그럼 뭐 엉덩이로 칠까?”


모든 사람이 치고 치이는 그 공간에서 꼭 그렇게

예민하게 반응해야 했을까? 싶으면서도

내가 그 사람이었다면 기분이 충분히 나빴을 것 같은 생각이 동시에 들었다.


또 지나가던 사람 입장에서는 본인도 모르게 많은 인파로 인해 치게 됐을 수 있는데 조금은 억울했을 것 같다.


당신은 만원 버스나 지하철에서 사람이 많은 곳을 지나갈 때 어떻게 하시나요?


그냥 무조건 밀어나가는지

지나간다고 말하면서 공간을 확보하는지


사람 성향에 따라 상황에 따라 다르겠다.


내가 캐나다에 있을 때는 내가 다른 사람을 밀거나 발을 밟아도 오히려 상대가 나에게 Sorry라고 말했다. 참으로 놀라웠다. 물론 모든 사람이 그렇지는 않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다.

출처 : PIXTA


또 한 가지는 거북이족이다.

나 역시 백팩을 메고 타는 사람이었는데,

캐나다에서 잠시 살면서 대중교통을 타고 가장 놀랐던 점은 사람들이 백팩을 벗어서 발 밑에 두고 탄다는 것이다.


타인에 대한 배려가 굉장하다고 생각했다. 그런 문화를 처음 보고 충격이었지만 나 역시 그 문화에 동화되었고 자연스레 지하철을 타면 백팩을 벗어 발 밑에 두고 가는 습관이 생겼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지하철을 타면 백팩을 메고 있는 사람의 비율이 훨씬 높다. 내 백팩으로 사람을 칠 수도 있고 누군가의 백팩으로 맞아 본 적도 많을 것이다.


서로 다른 문화권에 살면서 나도 모르게 익숙해졌던 타 국가의 배려라는 것과 우리나라의 다름을 새로움을 발견해가는 재미가 있는 요즘이다.

나도 그렇지만 불만이 있으면 면전에 말하고 해결을 하지는 못하면서 뒤에서 구시렁구시렁 욕을 한다.

참으로 비겁한 행동이다. 참으로 음침하다.
앞과 뒤가 다른 모습은 어디에서나 옳지 않으니까.

사소한 문제도 조금은 너그럽게 넘어갈 수가 있는데
왜 그 사소함 조차 용납하지 못해서 언성을 높이는 걸까

나에 대한 배려를 바라면서
왜 타인을 배려할 생각은 안 할까

본인은 손해 보면 안 되는데
남이 손해 보는 것은 괜찮은 이기적인 생각이 만연하다.

아무리 내가 더 중요하다고 해도
내가 중요하면 남도 중요하다.

구체적인 사례들이 기억은 나지 않지만
오랜만에 온 한국에서는 내가 뚜렷하게 발견할 수 있는
어떤 다름이 있다.

잠시 다른 곳에서 살면서
그들의 문화에 익숙해져 버린 걸까

가끔은 한국이 변한 건지 내가 변한 건지
아니면 둘 다 변한 건지
변화의 결과가 낯설고 무서울 때가 많다.

조금의 여유를 갖고 서로가 서로를 배려하면서
사는 그런 세상이 되면 좋겠다.

사실 착하게 살면 호구돼서 욕먹더라도
여우처럼 사는 게 더 현명해진 이 세상이라
모두가 고슴도치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

그렇다면 더욱 슬퍼지는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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