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기와 질투가 끌어온 열등감
27살이었던 작년의 나는 새해 다짐으로 남을 질투하지 않기를 결심했다.
그리고 28살이 된 올해의 나는 또 다짐을 한다. 연속적으로 다짐하는 것을 보니 작년의 다짐이 실패했나 보다.
역시나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해가 바뀌어 달력이 넘어갔지만 시기와 질투, 열등감으로 가득 찬 나의 마음은 너그러움과 함께 기뻐해 주는 곳으로 쉽게 넘겨지지 않는다.
"나 자신을 사랑하자"
"나 자신을 아껴주자"
"다른 사람을 질투하지 말자"
"다른 사람의 행복을 같이 기뻐해 주자"
"남과 나를 비교하지 않기로 하자"
타인의 어떤 점이 그렇게 부러워서 그렇지 못한 나를 자책하게 되었을까 생각해 보았다.
언제부터 남과 다른 나를 비교하며 좌절과 실망의 깊은 곳으로 끝없이 나를 미워하게 되었는지 궁금했다.
정확하게 어떤 시점에서부터 나를 미워하기 시작했는지 기억할 수는 없지만, 분명한 것은 내가 갖지 못한 것을 남이 가졌을 때이다.
학창 시절에는 흔히 노는 애들이 신고 다니는 신발이나 입고 다니는 유명 브랜드의 옷을 갖고 싶어서 탐내지 않았다. 오히려 그런 비싼 소유물을 갖고 싶어서 부모님에게 손을 벌려달라 하는 그 아이들이 한심스러웠다.
내가 탐나던 것은 공부를 잘하는 친구의 성적표였다. 공부를 잘하는 친구는 좋은 성격은 덤으로 많은 친구들에게 인기를 한 몸에 받았다. 이 친구는 선생님들에게도 늘 칭찬을 받았다.
나는 좋은 성적과 좋은 성격 그리고 많은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이 친구가 부러웠다.
대학생이 되고 그런 친구는 역시 존재했다. 모든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좋은 성적을 거두며 교수님들의 칭찬 속에 가득 차 살았다. 어떻게 하면 그런 사람이 될 수 있을지 노력했다.
남은 시간을 모아서 공부하는 것에 집중했다. 그렇게 해서 나는 정말 좋은 성적을 얻었고, 사람들에게 그리고 교수님에게 사랑은 못 받았지만 나름 사람들 사이에서 "성적 좋은 애"라는 이름표는 가질 수 있었다.
대학을 다니면서 방학을 맞이하면 유럽으로 여행을 가는 친구들이 너무 부러웠다.
너도 나도 유럽 여행을 가면서 이 나라는 뭐가 좋고 저 나라는 뭐가 좋았다고 말하는 사람들 속에서 아무 말도 할 수가 없는 내가 싫었다. 왜 남들은 다 가는 유럽여행을 갈 돈이 나에게는 없을까?
여름방학에도 겨울방학에도 용돈을 마련하기 위해서 알바를 그만둘 수 없이 지속했다.
꿈일까? 꿈꾸던 교환학생을 가게 되었다. 나도 드디어 비행기를 타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교환학생을 가기 위해서도 나는 알바를 했다. 하지만, 한국을 떠나는 꿈이 이루어지는 그 순간을 위해서 힘듦을 견뎠다.
드디어 나도 남이 가는 해외여행, 해외연수를 가게 되었는데 마냥 기쁘지 않았다.
겉으로 보기에 몰랐던 현실의 쓴맛을 내가 겪어보니 모든 것을 다 물거품처럼 없애버리고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보여지는 모습만 보고 부러워했던 내 자신이 부끄러웠다.
행복을 누리기 위해서는 견뎌야 하는 아픔이 있었다. 보이지 않는 겉면만 보고 그저 부러워만 했던 과거의 내가 참 어리다는 생각을 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 준비를 하면서 나의 타인을 질투하고 시기하는 못된 심보는 더욱 커졌다.
누가 좋은 회사에 입사했다더라, 누가 고액 연봉을 받는다더라, 누가 어떤 일을 한다더라
다른 사람들이 성공한 소식을 들으면서 기뻐하는 마음보다 그 사람이 성공했다고? 도대체 왜?
시기와 질투가 검은 마음으로 가득 찼다.
떳떳하게 나 이런 일한다며 세상 사람들에게 말하지 못하고 무너져 내린 나를 힘겹게 지켜왔던 손톱만큼의 자존감이 나를 밟아버렸다. 나는 찌그러질 만큼 찌그러져 더 이상 구겨질 수가 없을 정도로 나약해졌다.
그 사람이 어떤 노력을 하고 어떤 과정을 거쳐서 성공이라는 결실을 손에 쥐었는지 보다 그런 결실을 만져보지 못한 나는 그저 나 자신에 대한 실망감으로 지켜줘야 할 나를 다독이지 못하고 오히려 더욱 나약하게 만들었다.
내면의 성숙함이라는 것은 어떻게 성장하는지 궁금했다.
끝없이 남과 나를 비교하면서 내가 갖지 못한 것을 타인이 가졌다는 것에 악한 마음만 품었다.
성공한 사람들을 보면서 나도 더 열심히 살아야지라는 자극을 받고 나 자신에게 따뜻한 채찍을 줘야 했다.
그러나 늘 저 사람은 타고났을 거야, 나에게는 그런 운이 없는 거야, 난 안될 거야라며 그저 시간이 지나면 언젠가 나도 성공하겠지라는 막연함으로 나를 위로하고 하루를 보내기에 바빴다.
한 살, 한 살 먹으면서 어른이 되는 것은 저절로 시간이 지나면 되는 것이라 믿었다.
모나미 볼펜을 손에 쥐고 글씨를 쓰는 엄마를 보면서 나도 어른이 되면 볼펜으로 빠르게 글을 써도
멋지게 쓸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러나 어른이 되어도 적당히 손에 힘을 주고 또박또박 글을 써야 제대로 된 글씨를 쓸 수 있었고,
시간이 지나도 어른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키가 크고 팔, 다리가 길어지고 신분증이 없어도 술과 담배를 사는 나이가 되겠지만
내 마음속의 넓은 마음으로 타인의 행복을 진심으로 함께 기뻐해 주는 마음도 성숙한 어른이 되는 연습을 해야겠다.
보이지 않는 행복 속의 어떠한 고난도 뚫어보며 모든 것을 이뤄낸 사람을 보면서 나보다 먼저 그 시기를 겪은 사람을 보며 나도 그 도착점에 따라가야겠다.
온갖 모래와 쓰레기가 넘쳐나도 한 번의 파도로 오염물을 삼켜버려서 다시 깨끗한 물결을 만드는 넓은 바다 같은 사람이 되어야겠다.